제주들불축제 ‘오름 불놓기’ 역사 속으로…“생태가치 존중”

허호준 기자 2024. 6. 20.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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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오름 불놓기로 환경 훼손과 산불 우려 등의 논란이 제기돼 온 제주들불축제가 내년부터는 불놓기 대신 빛과 조명을 활용한 미디어 축제로 바뀐다.

강병삼 제주시장은 20일 내년도 제주들불축제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들불축제의 오름 불놓기를 제주의 생태가치를 존중하고 현대적 감각으로 빛과 조명 등 다양한 방식으로 대체키로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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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들불축제 기간 제주시 애월읍 새별오름 한 경사면을 불태우는 모습이다. 제주시 제공

대규모 오름 불놓기로 환경 훼손과 산불 우려 등의 논란이 제기돼 온 제주들불축제가 내년부터는 불놓기 대신 빛과 조명을 활용한 미디어 축제로 바뀐다.

강병삼 제주시장은 20일 내년도 제주들불축제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들불축제의 오름 불놓기를 제주의 생태가치를 존중하고 현대적 감각으로 빛과 조명 등 다양한 방식으로 대체키로 했다”고 밝혔다.

제주시가 이날 밝힌 내년도 기본계획을 보면, 들불축제의 하이라이트인 해발 519m의 오름 남쪽 경사면 26만㎡에 이르는 억새밭에 불을 놓는 오름 불놓기를 없애는 대신 빛과 조명 등으로 새별오름을 수놓는 프로그램으로 대체하고, 시민과 관광객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미디어 콘텐츠를 활용하기로 했다.

또 기존 축제의 달집태우기는 들불축제의 정체성을 이어나기 위해 소규모로 진행하기로 했다. 시민이 집적 프로그램을 기획하며 즐기는 축제를 위해 주무대 등 필수 공간을 제외한 축제 행사장은 시민참여공간으로 재설계하는 계획도 포함했다. 제주의 전통문화인 돌담과 원담, 민속놀이 등 즐길거리를 더하기로 했다.

제주들불축제는 1970년대 초까지 중산간 지역 목초지에 불을 놓아 묵은 풀과 해충을 없앴던 전통적인 목축문화에 착안해 현대적 축제로 기획한 것이다. 이 축제는 오름 한 면을 불태우는 장관을 보기 위해 축제 기간 평균 20만∼30만여명에 이르는 주민과 관광객이 축제장을 찾는 제주의 대표적인 문화관광축제로 성장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기후변화 흐름에 역행하고, 환경훼손을 야기한다는 지적과 함께 구제역 등 가축 전염병 발생 등으로 축제가 취소되거나 축소 개최되는 등의 우여곡절을 겪어왔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코로나19 등으로 취소됐다가 4년 만에 정상 개최됐으나 전국적인 산불 발생에 이어 정부가 산불 경보를 ‘주의’단계에서 ‘경계’단계로 상향 발령함에 따라 오름 불놓기 등 불과 관련된 프로그램이 전면 취소됐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지난해 3월 환경단체 등의 문제 제기가 잇따르자 간부회의에서 “기후변화로 인해 산불, 폭설, 폭우, 한파 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들불축제가 국내는 물론 세계적 흐름과도 다르다는 것도 이해해야 한다”며 “들불축제의 발전 방향을 논의해야 할 때”라고 밝힌 바 있다. 제주녹색당도 “오름 훼손과 생태계 파괴, 토양오염 등 여러 문제와 함께 기후 재앙 앞에서 탄소 배출을 늘리는 퇴행적 축제는 과감히 폐지돼야 한다”며 존폐에 대한 숙의형 정책개발을 청구했다.

이에 시는 그동안 들불축제 추진 방향 등에 대한 도민 참여단회의, 원탁회의 운영위원회 회의 등을 거치고, 시민기획단 운영과 전국 콘텐츠 공모 등을 하는 등 들불축제 개편 방향을 논의해왔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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