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강민 한마디에 데뷔 첫 만루 홈런…장진혁이 심상치 않다, '달의 남자'로 떠오르나
[OSEN=청주, 이상학 기자]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외야수 장진혁(31)이 데뷔 첫 만루 홈런을 쏘아 올리며 ‘달의 남자’로 떠오르고 있다. 김경문 감독이 부임한 뒤 한화 팀 내 최다 타점을 올리며 잠재력이 터질 기세다.
장진혁은 지난 19일 청주 키움전에서 데뷔 첫 만루 홈런 포함 6타수 3안타 4타점 3득점으로 맹활약하며 한화의 14-11 승리를 이끌었다. 전날(18일) 키움전도 펜스 직격 2루타 포함 4타수 2안타를 기록한 데 이어 2경기 연속 장타가 들어간 멀티히트로 김경문 감독에게 다시 한 번 눈도장을 찍었다.
2번타자 좌익수로 선발 출장한 장진혁은 1회 첫 타석부터 초구에 우전 안타로 포문을 열었다. 선두타자로 나온 4회에는 투수 앞에 절묘한 기습 번트를 대며 내야 안타를 만들었다. 1루로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들어가며 오른팔에 피가 흘렀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주루 플레이를 계속 이어갔다.
10-6으로 앞선 7회에는 만루 홈런으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무사 1,2루에서 ‘최고참’ 김강민이 상대 투수 박윤성과 7구 승부 끝에 볼넷을 골라내며 만루 찬스를 장진혁에게 이어줬다. 김강민은 1루로 나가기 전 대기 타석 쪽으로 가서 보호 장비를 풀며 장진혁에게 무언가 말을 건넸다.
이후 타석에 들어선 장진혁은 박윤성의 초구 시속 139km 직구가 한가운데 높게 들어오자 힘껏 받아쳤다. 맞는 순간 쭉쭉 뻗어나간 타구는 우측 담장을 훌쩍 넘어갔다. 비거리 110m, 시즌 3호 홈런. 개인 통산 첫 그랜드슬램으로 한화의 14-11 승리를 이끈 결정적인 한 방이었다.
경기 후 장진혁은 “강민 선배님이 (볼넷으로) 나가면서 내게 상대 투수 공이 어떤지 설명을 해줬다. 거기에 맞게 타이밍을 맞춰서 초구부터 노림수를 갖고 쳤다”고 대선배에게 고마워하며 “2군에서 만루 홈런을 쳐본 적이 있는데 1군에선 처음이다. 크게 기쁜 건 없고, 치다 보니 나왔구나 그런 생각밖에 없다”고 말했다. 차분한 성격답게 첫 만루 홈런에도 큰 감흥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최근 장진혁의 활약을 보면 기대감이 안 생길 수 없다. 김경문 감독 부임 후 꾸준히 기회를 받으면서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지난 4일부터 시작된 김 감독 체제 14경기 중 13경기를 뛰면서 선발로 10경기를 나섰다. 이 기간 타율 3할1푼8리(44타수 14안타) 1홈런 11타점 OPS .822로 활약 중이다. 김 감독 부임 후 팀 내 최다 타점으로 결정력을 보여주고 있다. 시즌 전체 성적도 30경기 타율 2할6푼7리(86타수 23안타) 3홈런 16타점 20득점 6도루 OPS .740으로 끌어올렸다.
벌써 한 시즌 개인 최다 홈런을 치며 최고 장타율(.407)을 보이고 있는 장진혁은 “장타는 내가 치고 싶다고 해서 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 비시즌에 타격 메커니즘이나 멘탈적으로 내가 준비했던 걸 지금도 계속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런 부분이 조금씩 나오는 듯하다”며 “(출루했을 때) 기회가 되면 자꾸 뛰려고 한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게 그런 부분이다”고 말했다. 팀 내 최다 6개의 도루로 빠른 야구를 선호하는 김경문 감독에게 존재감을 어필하고 있다.
김 감독은 부임 첫 날부터 장진혁에게 “야구장에선 터프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우물쭈물대지 말고 과감하게 하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장진혁은 “감독님 말씀대로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금 하루하루가 정말 소중한 기회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준비했던 것을 야구장에서 보여줄 수 있도록 하겠다”고 굳은 각오를 내비쳤다.
한화는 수년간 외야수들의 더딘 성장으로 확실한 주전 라인업을 구축하지 못했다. 올해도 붙박이로 고정된 외야수가 없는 상황에서 김 감독이 부임했다. 외국인 타자 요나단 페라자가 가슴 부상으로 빠졌지만 김 감독은 장진혁을 비롯해 이원석, 유로결, 최인호, 임종찬 등 여러 젊은 외야수들에 기회를 주며 테스트 기회로 삼고 있다.
최인호가 11경기 타율 4할2푼3리(26타수 11안타) 2타점으로 빼어난 컨택 능력을 뽐내고 있고, 발 빠른 이원석이 10경기 타율 3할(30타수 9안타) 4타점 OPS .633으로 우투수 상대로도 타격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가운데 장진혁이 공수주에서 고른 활약으로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이 기세 그대로 ‘달의 남자’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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