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죽하면 코치가 말릴 정도…이성규가 ‘지독한 연습’으로 만든 기회
이성규(31)는 2016년 내야수로 삼성에 입단했다. 기본적으로 ‘타격’ 기대치가 높은 선수였다. 프로 첫해 퓨처스(2군)리그 89경기에서 타율 0.342, 7홈런, 54타점, OPS 0.949의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경찰야구단에서 군 복무하던 2018년엔 홈런 31개로 ‘퓨처스 홈런왕’에도 올랐다. 퓨처스리그는 그에게 너무나 좁았다.
그러나 이성규는 1군 무대에 서면 작아졌다. ‘한 방’ 기대치는 여전했으나 꾸준하지 못했다. 야구 선수로서 더는 적지 않은 나이인 서른이 될 때까지 프로에서 자리를 잡지 못했다. 2022년부턴 외야로 눈을 돌렸다. 낯선 위치였지만 연습하는 것만큼은 자신 있었다. 지난해엔 외야수로 218.2이닝, 내야수로 77.2이닝을 소화했다.
수비에서 쓰임새는 다양해졌는데 공격에서는 여전히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타율 0.207, 1홈런, 18타점, OPS 0.569로 시즌을 마감했다. 올해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데뷔 9년 차에 결실을 보는 듯한 모습이다. 일단 타격에서 존재감이 달라졌다. 이성규는 19일 기준 69경기 타율 0.261, 12홈런, 33타점, OPS 0.865를 기록 중이다.
아직 반환점을 돌지도 않았는데 벌써 두 자릿수 홈런을 넘겨 커리어하이를 작성했다. 종전 한 시즌 최다 홈런은 2020년 10개였다. 수비 공헌도도 크다. 주로 우익수로 뛰지만 좌익수뿐 아니라 중견수도 안정적으로 커버한다. 외야수 훈련을 본격적으로 한 지 2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는데 일취월장한 수비력을 뽐내고 있다.
최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만난 이성규는 “외야수로 전향한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타구 수비 연습을 되게 많이 하고 있다”며 “아무래도 외야수로 뛴 기간이 짧으니까 부족함을 채우려면 연습을 하는 방법밖엔 없다”고 말했다.
스스로 평가한 외야수로서 완성도는 70%다. 그는 “외야수들에게 가장 어렵다는 머리 위로 날아가는 타구를 잘 처리해야 100% 외야수가 됐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꾸준히 경기에 나가서 좋은 성적을 내면서부턴 심적인 여유와 자신감이 생겼다. 1군에 자신의 자리도 생겼다. 이전과 달라지지 않은 유일한 한 가지는 ‘연습량’이다.
이성규는 “코치님들이 조금 조절하면서 연습하라는 말씀을 해주신다. 이병규 코치님은 쉬면서 해야 144경기를 다 할 수 있다는 조언을 해주셨다”며 “이렇게 많은 이닝을 뛰어보는 건 처음이라서 체력적으로 많이 신경 써야 할 것 같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성규는 주변에서 만류할 때까지 조금은 미련하게, 그리고 지독하게 연습했다. 그 간절함이 지금의 기회를 만들었다.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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