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도 약자 노린다, 장애인·여성에 더 위험

이종현 기자 2024. 6. 20.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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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위험도, 장애인이 비장애인의 1.5배 수준
온열질환 사망자 증가율, 여성이 더 높아
“폭염에 취약한 인구 집단 알아야 대처 가능”
서울의 최고기온이 35도 까지 오르며 첫 폭염특보가 발효된 19일 오후 서울 여의대로에 놓인 온도계가 지열까지 더해져 40도를 훌쩍 넘기고 있다./뉴스1

전 세계가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기상청은 지난 19일 서울에 올해 첫 폭염주의보를 발령했다. 폭염주의보는 일 최고 체감온도가 섭씨 33도 이상인 상황이 이틀 이상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 발령된다. 이날 전국 92개 지역에 폭염주의보가 내려졌다.

폭염은 한국만의 특이한 현상이 아니다. 미국은 중북부와 동북부 지역에 열돔(Heat Dome) 현상이 나타나 수십 년 만에 가장 더운 6월을 맞고 있다. 열돔은 고기압이 강해지면서 뜨거운 공기를 가두는 현상으로, 햇볕이 열돔에 갇힌 공기를 오븐처럼 계속 가열하면서 폭염을 일으킨다. 이 지역은 지난 19일 섭씨 38~40도까지 기온이 치솟았다.

과학자들은 폭염으로 온열질환자가 크게 증가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로 지난 17일까지 전국에서 온열질환자 211명이 발생했다. 작년 같은 기간 온열질환자 112명의 2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열사병, 열탈진, 열실신 같은 온열질환은 심하면 사망에도 이를 수 있다. 올해 국내에서도 온열질환으로 추정되는 사망자가 이미 2명 나왔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대규모로 발생한 사망자 사인도 대부분 온열질환이었다. 메카 정기 성지순례 기간에 55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사우디 국립기상센터에 따르면, 메카 대사원 마스지드 알하람의 기온은 섭씨 50도를 넘었다.

문제는 폭염이 유발한 온열질환은 특히 장애인이나 여성에게 더 위협이 된다는 사실이다. 사회적 약자가 기상이변 같은 자연재해에도 취약하다는 말이다.

박종철 공주대 지리학과 교수 연구팀은 지난 2월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장애인의 폭염 상대위험도는 5.075로 비장애인의 3.296에 비해 크게 높았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2011년부터 2020년까지 국내 주요 도시 7곳의 온열질환(HRI) 환자 데이터를 활용해 계층별로 폭염에 따른 상대적인 위험도를 수치로 계산했다.

그래픽=손민균

특히 장애인 중에서도 젊은 층이 폭염 상대위험도가 5.305로 고령층(4.566)보다 높게 나타났다. 고령층의 상대위험도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젊은 층에서는 장애인의 상대위험도가 비장애인(3.095)보다 훨씬 높았다.

박종철 교수는 논문에서 “폭염에 대비한 사회 정책에서 장애인에 대한 특별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하는 결과”라며 “빈곤율이 높은 장애인은 폭염을 피하기 위한 에너지 사용에 상당한 제약을 받고 있고, 재난에 대한 정보 접근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폭염이 여성에게 더 치명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프랑스 국립보건의료연구원(INSERM)은 2003년에 발생한 유럽의 폭염 사태를 분석한 결과를 2006년 발표한 바 있다. 당시 분석 결과를 보면 55세 이상 인구에서 온열 질환 사망자는 남성보다 여성이 15% 많았다.

최근 연구 결과도 비슷하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슈퍼컴퓨팅센터에서 기후 변화와 질병의 성 불평등을 연구하는 레이첼 로우(Rachel Lowe) 교수는 지난달 국제 학술지 ‘랜싯 공중보건(The Lancet Public Health)’에 기후변화가 유럽 사람들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분석한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2003~2012년과 비교해 2013~2022년에 유럽에서 인구 10만명당 온열질환 사망자가 17.2명 증가했다.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2003~2012년에는 10만명당 50.8명이었는데 2013~2022년에는 10만명당 68명으로 늘었다. 특히 여성의 사망율 증가가 남성보다 가팔랐다. 여성의 경우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10만명당 67명에서 88.4명으로 늘었고, 남성은 10만명당 사망자가 42.1명에서 55.9명으로 늘었다.

대구 낮 기온이 섭씨 37도를 넘기는 등 한여름 더위가 찾아온 19일 대구 달서구 반고개역 인근 도로에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가운데 한 어르신이 폐지를 담은 수레를 끌고 이동하고 있다./연합뉴스

바르셀로나 슈퍼컴퓨팅센터의 반 달렌 박사는 “여성의 경우 땀 배출량에서 남성과 차이가 있고, 배란 후 열 스트레스의 위험도 남성보다 크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폭염은 고령층에게 더 위협적인데, 여성의 평균 연령이 남성보다 높기 때문에 여성 사망자가 더 많이 집계된다는 설명도 있다.

반 달렌 박사는 “오픈 액세스 데이터베이스인 ‘오픈알렉스(OpenAlex)’에 2022년 올라온 기후 건강 관련 연구 가운데 2% 정도가 평등과 형평성, 정의를 언급하고 있다”며 “기후 관련 보건 문제에 적절하게 대응하려면 어떤 인구 집단이 불균형적으로 영향을 받고 있고, 가장 위험한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참고 자료

Scientific Reports(2024), DOI : https://doi.org/10.1038/s41598-024-54015-x

The Lancet Public Health(2024), DOI : https://doi.org/10.1016/S2468-2667(24)00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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