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명을 보면 선율이 들린다…피아노 거장 3인 줄이어 내한

임석규 기자 2024. 6. 20.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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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개성을 지닌 거장 피아니스트 3명이 잇따라 내한해 초여름의 서울을 피아노 선율로 물들인다.

2012년 첫 내한 이후 아홉 번째 한국을 찾는 오스트리아 피아니스트 부흐빈더가 이번엔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전곡(5곡)을 완주한다.

허프는 이에 앞서 같은 달 10·11일 김은선이 지휘하는 서울시향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을 협연한다.

그의 에세이집 '한 번 더 피아노 앞으로'(현암사)가 국내에 소개됐는데, 종교 서적과 소설까지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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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의 장인 부흐빈더-베토벤 협주곡 전곡
건반 위의 차르 플레트네프-국내 첫 협연
르네상스맨 스티븐 허프-16년 만의 내한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 본인 누리집 갈무리

독특한 개성을 지닌 거장 피아니스트 3명이 잇따라 내한해 초여름의 서울을 피아노 선율로 물들인다. 이름 앞에 붙는 수식과 별명만 봐도 이들의 음악 색채가 뚜렷이 드러난다. ‘장인(匠人)’ 루돌프 부흐빈더(77), ‘차르’ 미하일 플레트네프(67), ‘르네상스맨’ 스티븐 허프(63)다.

2012년 첫 내한 이후 아홉 번째 한국을 찾는 오스트리아 피아니스트 부흐빈더가 이번엔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전곡(5곡)을 완주한다. 오는 26일(1∙5번)과 30일(2~4번)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루체른 페스티벌 스트링스와 협연한다. 그가 피아노를 치면서 직접 지휘도 한다.

그는 ‘5살 빈 국립음대 입학’이란 신기록을 세운 조숙했던 천재였다. 하지만 명성에 안주하지 않고 꾸준히 베토벤을 파고들었다. 평생 한우물을 판 덕분인지 나이가 들어갈수록 ‘베토벤 스페셜리스트’로서 입지를 다졌다. 지난해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32곡) 연주를 7차례로 나눠 완주했다. 그가 연주한 60번째 전곡 연주였다. 그는 지난해 간담회에서 “단 한 번도 베토벤에게 싫증을 느낀 적이 없다”고 했다. 베토벤 소나타 악보도 39개 판본이나 수집했으니, 가히 ‘베토벤 장인’이라 할 만하다. 그래서인지 그의 베토벤 해석은 다른 연주자들에게 정석으로 여겨진다. 피아니스트 허원숙은 “부흐빈더의 베토벤 해석은 언제나 표본”이라고 했다.

피아니스트 미하일 플레트네프. 마스트미디어 제공

러시아 태생인 미하일 플레트네프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전곡(4곡)을 연주한다. 오는 27일(1∙2번)과 28일(3∙4번)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일본 태생 타카세키 켄이 지휘하는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와 협연한다. 27일엔 협주곡과 형태가 비슷한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광시곡’도 들려준다. 독주자나 지휘자가 아니라 오케스트라와 함께하는 협연자로는 그가 국내에 처음 선보이는 무대다.

그는 느릿한 걸음과 무심한 듯한 표정만으로도 묘한 카리스마를 뿜어낸다. 그의 별칭이 ‘건반 위의 차르’다. 곡을 자신만의 프리즘으로 해체하고 조립해 독창적인 색깔을 빚어낸다는 데서 유래했다. 강약과 템포, 타이밍의 조절도 과감하고 실험적이다. 그래서인지 쇼팽의 곡들로 꾸민 지난해 독주회를 두고도 일부 평론가들은 ‘자기 맘대로의 연주’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논쟁적인 해석에 열광하는 추종자들이 훨씬 많다. 노승림 평론가는 이 연주를 ‘스탠리 큐브릭 류의 컬트 무비를 본듯한 느낌’이라고 평했다. 그만큼 독창적이고 판에 박히지 않는 연주란 의미로 풀이된다.

피아니스트 스티븐 허프. 금호아트홀 제공

영국의 학구파 피아니스트 스티븐 허프는 다음 달 13일 금호아트홀에서 독주회를 연다. 2008년 이후 16년 만에 여는 리사이틀이다. 지난해 내한할 예정이었으나 취소됐다. 리스트와 쇼팽의 나(b)단조 소나타와 프랑스 여성 작곡가 세실 샤미나드(1857~1944)의 피아노곡 4곡을 들려준다. 허프는 이에 앞서 같은 달 10·11일 김은선이 지휘하는 서울시향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을 협연한다.

70여장의 음반을 내고 7차례 그라모폰상을 받은 허프는 피아노 연주뿐만 아니라 작곡가 화가, 작가로서도 명성이 높다. 여러 방면에서 재능을 보여서인지 ‘르네상스맨’ 또는 ‘박식가’(polymath)로 불린다. 그의 에세이집 ‘한 번 더 피아노 앞으로’(현암사)가 국내에 소개됐는데, 종교 서적과 소설까지 썼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009년 ‘살아있는 박식가 20인’으로 움베르토 에코, 재러드 다이아몬드, 올리버 색스 등과 함께 허프를 선정했다. 그는 2022년 임윤찬이 우승한 밴 클라이번 콩쿠르 심사위원 가운데 한명이었고, 이 대회 예선 필수곡 ‘팡파르 토카타’를 그가 작곡했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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