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 쇼크] 중국·인도서 ‘값싼 비만약’ 쏟아진다
위고비도 2026년 중국·인도 특허 만료
GLP-1 계열 비만약 복제약 임박, 효과 같고 저렴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의 삭센다(성분명 리라글루타이드)와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 등 전 세계에 돌풍을 일으킨 비만치료제들이 훨씬 저렴한 복제약에 위기를 맞고 있다. 비만 치료제의 특허기간이 끝나가면서 중국, 인도 제약사들이 저렴한 복제약을 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리라글루타이드에 대한 특허는 중국에서 이미 만료됐으며, 세마글루타이드 특허는 2026년 중국과 인도에서 끝난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는 19일(현지 시각) 중국·인도 제약사들이 이들 글루카곤펩타이드(GLP)-1 계열 비만치료제에 대한 복제약을 개발하고 있어 앞으로 가격이 크게 떨어질 전망이라고 전했다.
아비짓 주치(Abhijit Zutshi) 인도 제약사 바이오콘(Biocon) 최고고객책임자(CCO)는 이날 네이처에 “인도와 중국 기업들은 GLP-1 계열 비만치료제를 만들 만한 엄청난 잠재력이 있다”고 말했다. 가이 루터(Guy Rutter) 캐나다 몬트리올대 의대 교수는 “기존 약물처럼 비싸지 않은, 체중 감량이 필요한 환자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비용으로 약품을 제공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GLP-1 복제약 시장 진입 준비 끝내
GLP-1 계열 비만치료제는 위와 소장에서 나오는 호르몬인 GLP-1을 모방한 물질로, 혈당을 낮추고 식욕을 조절한다. 식사를 하면 GLP-1이 췌장에 작용해 혈당을 낮추는 인슐린이 분비된다. 동시에 뇌에는 그만 먹으라는 신호를 보낸다. GLP-1 계열 비만치료제를 투여하면 이와 비슷한 작용이 일어나 식욕과 배고픔은 줄고 포만감은 커져 체중 감량을 돕는다.
2014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삭센다는 1년 동안 하루 한 번씩 주사해 체중을 5~8% 줄이는 효과가 있다. 2021년 승인된 위고비는 매주 한 번 주사로 평균 12~18% 줄일 수 있다. 이들 약물은 최근에는 신부전 위험을 줄이고 심각한 심장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는 효과도 알려졌다.
GLP-1 계열 약들은 ‘꿈의 비만약’이라 부를 만큼 효과가 뛰어나 당뇨병과 비만을 치료하는 데 혁신을 가져왔다. 하지만 한 달치 비용이 1000달러(약 138만원)를 훌쩍 넘는 탓에 저개발 국가의 환자 수억 명은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전 세계 제약사들은 GLP-1 계열 신약의 복제약을 개발하고 있다. 중국과 인도 제약사들은 2년 내 GLP-1 비만치료제에 대한 특허 기간이 끝나기를 기다려 복제약을 출시했거나 출시 준비를 하고 있다. 삭센다 성분에 대한 특허가 끝난 중국에서는 최근 두 가지 치료제가 승인됐다. 하나는 화동의약이 개발한 ‘릴루핑(Liluping)’과 베네매제약이 개발한 ‘페이수메이(Feisumei)’다.
중국 업체들은 2026년 세마글루타이드 특허가 만료되자마자 시장에 뛰어들 준비도 하고 있다. 이미 제약사 6곳이 위고비 복제약에 대한 후기 임상시험을 하고 있다. 항저우 지우위안 유전자 엔지니어링(Hangzhou Jiuyuan Gene Engineering)은 제2형 당뇨병 치료용으로 위고비 복제약에 대한 임상시험을 완료했다. 올해부터는 체중 감량용으로 후기 임상시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인도는 아직 GLP-1 계열 치료제들의 특허가 끝나지 않았다. 그러나 글렌마크제약(Glenmark Pharmaceuticals)이 이미 리삭센다 복제약인 리라핏(Lirafit)을 개발했다. 글렌마크제약은 보도자료에서 리라핏의 비용이 하루 약 1.2달러(약 1660원)로 기존 GLP-1 계열 치료제보다 70% 저렴하다고 밝혔다. 바이오콘도 삭센다 복제약을 개발해 지난 3월 영국에서 제2형 당뇨병 치료용으로 승인을 받았다. 바이오콘은 2026년 위고비 복제약도 출시할 계획이다.
레이 첸(Lei Qian) 중국 이노벤트 바이오로직스(Innovent Biologics) 임상 개발 담당 부사장은 “특히 위고비 복제약은 제약계 상황을 뒤바꾸는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 가격 경쟁이 심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주치 바이오콘 CCO는 “복제약이 현재 가격의 절반, 또는 10분의 1까지도 떨어뜨릴 수 있을 것”이라며 “신약 개발사들도 경쟁을 예상해 결국 기존 약물 가격도 떨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약효 원리 다른 개량 신약도 준비
중국과 인도 제약사들은 복제약 외에 새로운 GLP-1 계열 비만치료제도 개발하고 있다. 인도 선 파마슈티컬스(Sun Pharmaceuticals)는 위고비의 세마글루타이드와 조금 다른 방식으로 인슐린 분비를 조절하는 분자 ‘GL0034′를 개발했다. 선 파마슈티컬스에 따르면 최근 36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결과 2개월 후 체중이 최대 10%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는 GL0034가 아무리 늦어도 5년 안에는 시장에 출시될 것으로 본다. 루터 교수는 “이 분자가 체중을 줄이는 효과가 세마글루타이드보다 다소 떨어지더라도 가격이 저렴하므로 경쟁력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중국 이노벤트 바이오로직스는 미국 일라이 릴리와 공동으로 ‘마즈두타이드(Mazdutide)’를 개발했다. 물질 대사를 증가시켜 지방을 태우는 글루카곤 호르몬과 GLP-1를 둘 다 모방하는 분자다. 마즈두타이드에 대한 임상시험 결과는 다음 주 미국 플로리다에서 열리는 미국당뇨병학회에서 발표된다.
예비 데이터에 따르면 마즈두타이드를 1년 간 복용한 실험 참가자 중 일부는 체중이 약 19% 줄어들었다. 레이 부사장은 “마즈두타이드가 내년 상반기에 체중 감량용 약물로 중국에서 승인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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