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 노리는 中 기업들, 본토 버리고 해외 IPO 나선다
작년 전체 72개사 반년 만에 추월
본토는 문턱 높고 자금 조달 어려워
中 증감위 “해외 상장 적극 지원”
중국 자율주행 업계의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모멘타가 최근 미국 기업공개(IPO)를 위한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위) 승인을 받았다. 모멘타는 사람 개입 없이 완전자율주행이 가능한 레벨 4 수준의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 최대 전기차 기업인 BYD와 도요타, 제너럴모터스(GM) 등이 모멘타의 고객사다. 지금까지 받은 투자금만 12억6100만달러(약 1조7500억원)에 달한다. 모멘타는 조만간 뉴욕 또는 나스닥에 상장한다는 계획이다.
모멘타처럼 중국이 아닌 미국, 홍콩 등 해외 상장을 노리는 중국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본토 상장은 절차가 까다로운 데다 약세장까지 지속되고 있어 자금 조달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글로벌 진출을 핵심 목표로 삼은 기업일수록 해외 상장이 유리하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중국 당국도 이를 적극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기업들의 해외 상장이 탄력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20일 중국 경제매체 제일재경에 따르면, 올해 들어 증감위가 해외 IPO를 승인한 기업은 지난 18일 기준 81개사로, 지난해 전체 승인 건수(72개사)를 반년 만에 넘어섰다. 45개 기업은 미국으로, 36개 기업은 홍콩으로 가게 된다. 이미 상장을 마친 기업도 32개사에 달한다. 이들 중 11개 기업은 미국에서 36억4700만위안(약 6900억원)을 조달했고, 21개 기업은 홍콩에서 85억5800만위안(약 1조6300억원)을 끌어모았다.
이는 본토 시장 상황과 정반대다. 중국 금융정보제공업체 윈드 자료를 보면, 올해 A주(상하이·선전 증시에 상장된 내국인 전용주) 시장에 데뷔한 회사는 41개사로 전년 동기 대비 70% 감소했다. 이들이 조달한 자금은 295억4000만위안(약 5조6100억원)으로 해외 상장에 나선 기업들보다는 많지만,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80% 이상 줄어든 것이다. A주 상장 취소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 18일 현재까지 230여개 기업이 A주 상장 신청을 자발적으로 철회했는데, 이 중에는 상장위원회 심의를 통과한 기업도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기업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는 이유로는 먼저 까다로운 본토 상장이 꼽힌다. 증감위는 증시 안정화 대책의 일환으로 지난해 8월과 올해 2월 신규 상장과 증자를 억제하겠다고 했다. 중국 투자은행 관계자는 “역내 IPO 강화의 영향으로 해외 시장은 A주에서 등을 돌린 기업들의 선택지가 됐다”라고 말했다. 증시가 지지부진한 것도 문제다. 본토 시장을 대표하는 상하이종합지수는 최근 무역 분쟁 강화,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 등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이날 현재 상하이종합지수는 3012를 가리키고 있는데, 이는 2015년 6월 기록한 최고치(5178)보다 40% 이상 낮은 수준이다.
설립 초기부터 해외를 공략하는 중국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해외 상장이 활발해진 요인이다. 상하이증권보는 “기업들이 해외 상장을 선택하는 이유는 기업 브랜드를 고려한 것으로, 해외 상장을 통해 국제화에 나서면 기업에 이익이 될 수 있다”라고 했다. 투자은행 관계자 역시 “세계화 전략을 갖고 있는 기업들이 해외 상장에 대해 적극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상장 문턱이 낮고, 조달할 수 있는 자금 규모 역시 크다는 점도 중국 기업들이 해외 시장을 두드리는 이유다.
증감위는 이같은 기업들의 해외 상장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팡싱하이 증감위 부위원장은 지난 19일 상하이에서 열린 루자쭈이 금융포럼에서 “현재 (해외 상장을 위해) 줄 서 있는 기업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중국 기업이 활발하고, 크고 강해지고 싶다는 것”이라며 “자금 조달액이 비교적 크고 기술 혁신 능력이 강한 기업은 가능한 한 빨리 해외 상장을 신청해야 한다. 증감위는 중국 본토 기업의 더 많은 해외 상장을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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