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에 대한 인종차별, ‘성의 없는’ 벤탄쿠르와 ‘묵묵부답’ 토트넘, 결국 인권 단체도 나서···“동아시아 넘어 더 큰 범위에 영향 줄 사건”
로드리고 벤탄쿠르가 손흥민을 향해 했던 인종차별 논란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특히 벤탄쿠르가 딸랑 24시간짜리 사과문 하나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것을 끝으로 침묵만 지키고 있고, 토트넘 구단도 이를 외면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비난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좀처럼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결국 영국 현지 인권 단체가 이 문제에 대해 작심하고 날을 세웠다.
1993년 축구계에 만연한 인종차별에 맞서기 위해 설립된 영국 현지 인권 단체 ‘킥 잇 아웃’은 20일 “손흥민에 대한 벤탄쿠르의 발언과 관련, 다수의 신고가 접수됐다”며 “이 신고는 토트넘 구단은 물론 관계 당국에도 전달됐다”고 밝혔다. 이어 “벤탄쿠르는 자신의 발언이 잘못된 것이었다고 인정했지만, 이는 (손흥민을 넘어) 동아시아 전체는 물론, 더 큰 범위의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사건”이라고 덧붙였다.
벤탄쿠르는 지난 15일 우루과이의 한 방송에 출연해 “네 유니폼이 이미 있으니 한국 선수 유니폼을 가져다줄 수 있나?”라고 묻자 “손흥민의 사촌 유니폼을 가져다 줘도 모를 것이다. 다 똑같이 생기지 않았나”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동양인은 모두 똑같은 얼굴이라는, 인종차별적인 의미가 담긴 발언이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벤탄쿠르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졌고, 결국 벤탄쿠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사과문을 올렸다. 그런데 계속해서 유지되는 것이 아닌, 24시간 후 저절로 삭제되는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이용한 사과문이었던데다, 손흥민의 애칭인 ‘Sonny’를 ‘Sony’라고 적는 등 진정성에 의문부호가 붙었다.
더 큰 문제는 토트넘이 구단 차원에서 그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토트넘의 주장이다 핵심 선수인 손흥민을 보호하려하지 않는다는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토트넘 현지 팬들과 기자들까지 연일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는데, 토트넘은 묵묵부답이다.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잊혀질 것이라 생각했을 수 있지만, 이제는 인권 단체까지 발 벗고 나서면서 사태는 더욱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손흥민도 벤탄쿠르의 사과에 어떤 입장도 보이지 않으며 냉랭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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