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그때처럼…" 악바리 박정태도 응원한다. 손호영의 신기록→부산의 가을야구 이어지길 [인터뷰]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나한텐 정말 소중한 기록이지만, 우리 롯데 후배니까 응원합니다. 꼭 신기록까지 갔으면 좋겠습니다."
롯데 자이언츠의 정신을 대표하는 남자, '부산악바리' 박정태도 손호영의 기록 행진을 응원하고 나섰다.
롯데 손호영은 19일 수원 KT 위즈전에서 4타수 1안타 1타점을 기록, 자신의 연속 경기 안타 기록을 29경기로 늘렸다.
이제 역대 4위다. 이제 손호영의 앞에는 2018년 김재환(30경기) 1999년 박정태(31경기) 2003년 박종호(39경기) 뿐이다. 이중 박종호는 2시즌에 걸친 기록. 단일시즌 기준 최고 기록인 박정태와 어깨를 나란히 하기까진 2경기 남았다.
20일 연락이 닿은 박정태 현 부산MBC 야구해설위원은 뿌듯함을 숨기지 않았다.
"연속 경기 안타라는 게 정말 힘든 기록입니다. 연속 경기라서 매경기 부담이 계속 이어지잖아요. 또 (아직 안타가 없을 때)사구 맞고 다치면 바로 기록이 끊기잖아요. 팀 동료들의 도움도 꼭 필요합니다. 1999년에도 내가 안타를 못치고 타석이 끝난 날이 있는데, 그때 우리 더그아웃에서 '박정태에게 한 타석 더 주자'는 분위기가 형성됐어요. 동료들의 도움으로 한 타석을 더 들어가서 결국 안타를 치고 기록이 이어졌죠."
1999년은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제외하면 박정태와 롯데를 위한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악바리', '탱크'라는 별명에서 드러나듯, 당시 주장을 맡은 박정태는 강력한 카리스마와 근성의 대명사였다.
타율 3할2푼9리 11홈런 83타점을 기록하며 1998년에 이어 2년 연속 골든글러브, 미스터 올스타를 수상했다. 펠릭스 호세-마해영과 막강한 클린업 트리오로 맹타를 휘두르며 팀을 한국시리즈로 이끌었다.
이해 세운 31경기 연속 안타 기록은 박정태 커리어의 정점이었다. 박정태 이전 이 부문 최고 기록은 김기태의 26경기였다.
박정태가 떠올린 기억은 1999년 6월 2일 대전 한화전이다. 박정태는 이전 경기까지 24경기 연속 안타로 김기태의 턱밑까지 따라붙었다. 하지만 이날 7회초 4번째 타석까지 안타를 치지 못했다. 하필 7회초 공격이 박정태에서 끝남에 따라 남은 2이닝 동안 타석이 돌아올 가능성이 낮았다.
하지만 8회초 공격을 앞두고 롯데 선수들은 짧은 미팅을 갖고 스스로를 다잡았다. 8회초에만 4안타를 집중시키며 기어코 9회초 박정태까지 차례가 돌아왔고, 박정태는 한화 김해님을 상대로 안타를 치며 기록을 이어갔다.
27경기부터는 매경기 신기록 행진이었다. 결국 31경기에서 끝났다. 32경기째 마지막 타석에서 때린 안타성 타구가 홍원기 현 키움 감독의 호수비에 막히면서 끝났다.
'경기는 삼성 쪽으로 기울고'라는 나레이션, 호세와 대구 관중들의 난동으로 유명한 삼성 라이온즈와의 플레이오프 7차전 당시 "오늘은 무조건 이겨야한다"며 더그아웃을 다잡은 주인공도 바로 박정태다. 롯데는 마해영의 동점 홈런, (역전 허용 후)임수혁의 대타 동점 홈런, 김민재의 결승타로 승리하며 기적 같은 역전승을 연출했다.
박정태는 "개인 기록보다 팀 성적이 더 중요하죠. 당시 고(故) 김명성 감독님이 여러가지로 배려를 해주셨고, 또 제 기록이 이어지면서 팀이 상승세를 탔어요"라고 돌아봤다.
"손호영은 정말 올해 두각을 드러내기까지 고생 많이 한 선수잖아요. 이런 선수들이 정말 잘돼야죠. 프로야구가 들어오기도 힘들지만, 성공하기가 얼마나 힘든 스포츠인가요. 좋은 본보기가 될 선수입니다. 제 기록을 꼭 깨주길 바랍니다."
박정태는 "솔직히 말해서 손호영이 롯데 선수가 아니면 좀 다른 마음이 들었을지도 모르겠네요. 나한테도 정말 소중한 기록이거든요. 하지만 롯데 후배니까,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라며 크게 웃었다. 손호영의 연속 경기 안타 기록이 자연스럽게 가을야구로 이어지길 기원했다.
"나는 또 롯데맨이니까, 롯데가 잘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올해는 우리 롯데가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고 정말 좋은 팀으로 거듭나는 첫해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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