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세 하려면 창업자금 증여하고, 집은 1채만”
“저성장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증여·상속세와 부동산 양도세의 절세법(세금 줄이기)에 관심을 갖는 납세자들이 늘고 있습니다. 세금 부담을 줄이려면 자녀에게는 창업자금 형태로 미리미리 지원하고, 고령층 다주택자는 집을 1채로 줄이는 것이 좋습니다.”
최선집 국세청 자문변호사는 지난 17일 인터뷰에서 “소득이 크게 늘던 과거의 고성장 시대와 달리 저성장 고령화 시대에는 세금을 줄이는 절세법이 매우 중요한 재테크 방법”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세법 전문가인 최 변호사는 지난 1992년부터 30년 넘게 국세청 간부와 실무자에게 매주 세무 행정 실무에 대한 강의와 상담을 하고 있다.
―납세자들이 관심 많은 세목 분야는?
“납세자의 직업과 재산, 소득 원천별로 종합부동산세, 증여·상속세, 소득세, 부가가치세 등 다양하다. 다만 고성장 시대에서 저성장 고령화 시대로 바뀌면서 증여·상속세, 부동산 보유세 및 양도세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는 추세다.”
절세 팁①
―부동산 보유세를 줄이려면?
“윤석열 정부 들어 종합부동산세 제도가 상당히 완화돼 보유세 절세 방안은 지난 문재인 정부 때만큼 심각한 관심사는 아니다. 다만 70세 이상 고령층 가운데 다주택자는 여전히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70세 이상 1세대 1주택자가 집을 오래 보유한 경우 종부세액의 80%까지 세액공제해 주기 때문에 여생을 보낼 집 1채만 남기고 나머지 주택은 매각하거나 자녀들에게 증여해 1세대 1주택 요건을 갖추는 것이 좋다.”
절세 팁②
―양도소득세 절세 방안은?
“양도세는 한 해 동안 발생한 양도소득을 합산해 과세한다. 따라서 양도소득이 생기는 부동산 여러 건을 매도할 경우 양도소득이 합산되지 않도록 매각연도를 달리 선택하는 것이 좋다. 만약 부동산 중에 양도손실이 발생하는 부동산이 있다면 양도소득이 생기는 부동산과 같은 해에 매각해 그해의 전체 양도소득을 줄이는 방식으로 양도세 절세가 가능하다. 재산을 취득하고 유지하는 과정에서 지출한 각종 비용 관련 계약서들을 잘 보관해야 증여, 상속, 매매할 때 비용으로 인정 받아 양도세를 줄일 수 있다.”
절세 팁③
―상속세나 증여세를 줄이려면?
“국세청의 국내외 전산망이 한국인 자산보유 현황을 워낙 치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있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상속세 신고를 철저히 꼼꼼하게 하는 것이 절세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상속 개시 전 1년 이내에 2억원 이상, 2년 이내에 5억원 이상의 지출이 있는 경우 사용 내역을 상세하게 기록해야 상속 재산에서 제외해 상속세 부담을 줄일 수 있다. 2년 이전에 증여가 있었으나 증여세 신고를 하지 않았다면 상속세 신고 때 합산하는 것이 상속세 조사 때 신고 누락 가산세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이다. 상속세 납부 때 시장 상황이 좋지 않으면 상속 받은 재산을 굳이 팔려고 하지 말고 물납(물건으로 대신 납부하는 것)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도 좋다. 공시지가가 낮은 자산은 공신력 있는 감정가를 확인한 후 감정가액으로 상속세를 물납하면 된다.”
절세 팁④
―증여나 상속의 시기는?
“세대간 부의 이전은 빠를수록 증여세와 상속세 절세가 가능하다. 예컨대 자녀에게 증여세 특례를 받을 수 있는 창업자금을 빨리 증여해 그 돈을 밑천으로 스스로 재산을 증식하도록 하는 것이 상속세를 줄이는 지름길이다. 창업자금에 대한 증여세 과세특례를 적용할 경우 증여세 과세가액 기준 50억원(10명 이상 신규고용시에는 100억원 한도)에 대하여 5억원을 공제한 후 10% 세율로 증여세를 납부한다. 창업자금은 향후 상속시 상속재산 가액에 합산이 되지만 자녀가 창업을 통해 증가된 부가가치는 상속재산 가액에 합산되지 않기에 유리하다.”
절세 팁⑤
―추천할만한 소득세 절세 방안이 있다면?
“부부 또는 가족 일부가 공동으로 사업을 운영하는 경우에는 대표자 단독으로 사업자 등록을 하기 보다는 사업에 참여하는 가족 모두가 공동으로 지분 출자를 할 필요가 있다. 단 지분 출자의 경우 사업소득이 발생해 사업소득세를 내게 되는데, 가족들을 근로자로 신고해 납부하게 되는 근로소득세와 비교해 세금 부담이 적은 쪽을 선택하면 된다. 개인 사업자의 사업이 일정 규모 이상으로 성장하면 법인으로 전환할 경우 향후 상속세 절감도 가능하다.”
―납세자들에게 다른 절세 조언을 한다면?
“최고의 절세 방법은 비과세 혜택이나 세금 감면 제도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비용을 지출할 때 세액공제나 소득공제, 필요경비로 인정되는 지출인지 잘 알아보고 맞춰 행동해야 한다.”
―납세자 부담을 덜기 위해 필요한 세제 개편이 있다면?
“세금의 철칙이라는 것이 있다. 세금을 전혀 납부하지 않는 사람들이 세금을 더 거두라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40%에 가까운 사람들이 소득세를 납부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국가가 세금을 많이 징수하면 국가경제의 활력이 떨어진다. 그래서 납세자 부담을 덜어주는 대신, 세금을 걷어 쓰는 국가가 씀씀이를 줄여야 한다.
기업이 오래 유지되고, 고령층이 가지고 있는 자산이 미리미리 젊은 세대에게 흘러가 사회적 소비와 생산에 활용되도록 유도하는 방향으로 세제가 정비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한국의 자녀 증여 한도는 10년간 5000만원이지만, 미국은 연간 증여한도가 1만8000달러(2480만원), 상속세 공제한도는 1361만달러(약 187억원)에 이른다. 매년 증여한도액을 초과한 금액을 합산해 1361만 달러를 초과하지 않으면 상속세가 없다. 부의 대물림이라는 지적이 있을 수도 있지만, 미국이 왜 젊은 세대에게 부를 일찍 이전하려고 하는지도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한다.”
―배우자 상속·증여의 세금 감면을 확대할 필요성은?
“필요하다. 1997년 1월 1일에 상속증여세법을 전면 개편하면서 배우자 상속공제액은 실제 상속 받은 금액과, 법정지분 금액 중 30억 한도 중에서 작은 쪽을 적용한다. 하지만 1997년에 비해 경제 규모가 커졌다. 배우자 상속공제를 적용하는 법의 취지를 생각해 보면 배우자 상속공제 금액은 증액하는 것이 마땅해 보인다. 증여세의 경우 배우자에게 증여하는 경우 증여세를 과세하지 않는 나라도 있다. 한국도 이혼으로 재산을 분할하는 경우 증여세를 부담하지 않도록 과세 체계가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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