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무더기 상폐' 대혼란…당국 권고기준 살펴보니 [황두현의 웹3+]
'무더기 상폐 우려'에 알트코인 급락
금감원 "상장 관여 안해…단순 지원에 불과"
업계 "크게 달라진 것 없어…꼭 필요한 과정"
금융당국이 국내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에 상장된 600여개 종목에 대한 상장 유지 심사 기준을 발표하면서 국내 투자자들이 큰 혼란에 빠졌다. 해당 소식이 전해진 직후 커뮤니티 상에서는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상폐 예상 목록'이 유포됐고 지난 17일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빗썸 등에 상장된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가상자산)들의 시세는 일제히 10% 이상 급락했다. 다음 달 재심사를 통해 무더기로 상폐될 수 있다는 우려에 투자자들의 매도세가 심화한 탓이다.
지난 16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오는 7월 19일 시행될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가상자산법)과 함께 적용될 가상자산 상장 및 유지 기준 가이드라인 '가상자산 거래지원 모범사례안'을 제시했다. 그렇다면 금융당국이 제시한 모범사례안에 따르면 어떤 가상자산이 상폐의 위험을 안고 있을까.
먼저 당국이 제시한 모범사례안에 따르면 거래지원의 심사요건은 중요 심사항목이자 부적격 요건인 '형식적 심사요건'과 기타 심사항목이자 적격 요건인 '질적 심사요건'으로 나뉜다. 이를 기준으로 분기당 1회, 연 4회의 유지심사를 펼친다는 계획이다.
심사요건의 기준은 크게 4가지로 나뉘는데 첫 번째는 가상자산 발행주체의 신뢰성이다. 발행주체가 ▲가상자산 관련 중요사항을 미공시하거나 정당한 사유 없이 임의변경을 반복하는 경우 ▲발행주체 및 운영주체의 주요 지갑 정보가 확인되지 않을 때는 가상자산 유지심사에 있어 부적격 요소로 간주한다. 여기에 더해 발행주체의 사회적 신용, 과거 사업 이력을 살펴보고 가상자산의 총발행량, 유통량 계획, 사업계획의 변경 및 정도도 확인한다.
다음은 이용자 보호 장치의 유무다. 발행 및 운영주체가 작성한 가상자산 관련 중요사항 설명자료, 이른바 백서가 없거나 가상자산 거래를 추적할 수 있는 온체인 거래 감시수단이 없을 경우에는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본다. 더불어 가상자산의 용도, 목적 및 기능과 사업의 실재성, 지속 가능성 및 실제 진행 현황도 살핀다. 가상자산 커뮤니티의 활성도와 이해 상충 여부에 대한 해소 방안 마련 여부도 들여다본다.
또한 ▲가상자산, 지갑, 분산원장 등에 원인 불명의 고쳐지지 않은 보안 사고 발생 ▲분산원장에 내제된 토큰 스마트 콘트랙트의 소스 코드 미확인 등에 대해서는 상장 부적격 요소로 판단한다. 또한 ▲자기발행 코인, 다크코인(추적이 불가능한, 익명성이 보장되는 가상자산), 가상자산 제외 대상 ▲위법행위 사용 목적 또는 이용 개연성, 가상자산 거래지원이 현행법규 위반에 대한 종목도 상장 부적격 대상 종목으로 분류된다.
이미 충분한 규제체계가 갖춰진 적격 해외시장에서 장기간(2년 이상) 정상 거래된 가상자산에 대해서는 일부 심사요건을 완화하는 대체심사 방안도 마련된다. 특히 발행주체를 특정하기 어려운 비트코인(BTC), DAO(탈중앙화 자율조직) 발행 코인 등은 앞서 발표한 형식적 심사요건을 적용하기가 어려워 대체심사 방안이 더욱 필요한 상황이다. 여기에 해당하는 가상자산은 거래지원 심사 시 중요사항 공시 및 백서 관련 요건 심사를 완화할 방침이다.
더불어 독립적인 거래지원 심의·의결 기구를 설치하고 거래지원 관련 중요 의사결정은 해당 기구를 거치도록 의무화하고 최초 거래지원 심사 이후 분기별 유지심사를 운영하는 방안도 시행될 예정이다.
다만 금감원은 가상자산 상장 관련 작업에 대해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금감원 가상자산총괄팀 관계자는 20일 블루밍비트와의 통화에서 "금감원은 상장, 상폐에 직접 개입하지 않는다. 국회에서 제출한 부대의견을 통해 거래소 간 거래 지원 공통 기준을 만들 것을 요구했고 금융당국은 이를 지원한 것"이라면서 "우리가 금융 시장을 규제하며 가지고 있는 경험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거래소들이 모범사례를 만드는데 도움을 줬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투자자들의 우려와 같은 '가상자산 무더기 상폐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봤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거래소와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 닥사(DAXA)의 상폐 심사 요소와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면서 "물론 분기별로 심사를 진행하는 만큼 발행사 입장에서도 준비해야 할 것이 많을 것이다. 예전보다는 훨씬 더 촘촘히 살펴본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투자자 입장에서는 가상자산을 훨씬 더 안전하고 편하게 거래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비트도 19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가상자산 거래지원 모범사례안이 나오기 전부터 이미 평가 기준에 따라 정기적인 유지심사를 하고 있었다"면서 "일부 커뮤니티에 퍼진 거래지원 종료 목록은 전혀 근거가 없다. 대량 거래지원 종료가 일어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강조했다.
정석문 프레스토 리서치 센터장은 "그동안 국내 가상자산 산업은 리테일 투자자를 중심으로 성장했다. 그로 인해 안정성이나 능력을 확신하기 어려운 일부 사업자가 발행한 가상자산이 거래소에 상장되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면서 "지금의 과정은 그동안의 기형적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만일 자신이 들고 있는 가상자산이 이번 금융당국의 발표로 (가격 급락과 같은) 위험에 처했다 해도, 안타깝지만 그에 대한 책임은 투자 결정을 한 자신의 몫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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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두현 블루밍비트 기자 cow5361@bloomingbit.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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