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수원 인력난 해결사로 뜬 로봇…미래 바꿀 신기술 여기 다있네
지역 중소·벤처기업 경쟁력 키우는 '학연협력플랫폼' 본격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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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론윅스 오셨나요."
대구 최고 기온이 37도를 기록한 19일, 경북대학교 글로벌플라자 경하홀 Ⅰ·Ⅱ관에선 '경북대-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 유니코어 사업화 유망기술 설명회' 가 열렸다. 이번 행사 운영을 맡은 이버드 특별법인의 신용현 대표변리사는 개별상담 부스에 기술이전 상담을 신청한 회사들을 시간대별로 안내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행사장 밖 모니터 화면에 나타난 기술상담 일정을 보니 경북대 컴퓨터학부 지능형네트워크연구실이 개발한 'CCTV(폐쇄회로TV) 영상데이터를 활용한 엣지 컴퓨팅 기반 안전 인식 알림 방법' 기술에 뉴론윅스, 글라우드, 세아메카닉스, 한국알파시스템, 엠디엑스, 아이지아이에스, 패턴앤, 락시스템즈, 유알정보기술, 슬리핑퐁 등 대구경북권(이하 대경권)에 본사나 기업부설연구소를 둔 창업기업 11곳이 몰려 큰 관심을 나타냈다.
이는 교차로에 설치된 CCTV 영상에 나타난 객체를 인식·식별하는 AI(인공지능)가 차량 진입과 같은 위험 상태를 판단, 교차로 인근 보행자나 이륜차, 자전거, 휠체어, 퀵보드 이용자에게 스마트폰 앱(애플리케이션)의 화면 알림이나 소리, 진동으로 위험을 알리는 기술이다.
해당 연구실 김성현 박사는 "최근 교차로 사고율이 전체 교통사고의 49%를 차지한다"며 "특히 골목 등에선 저속으로 운전하더라도 사각지대가 있어 시야 확보가 어려운 경우가 많아 이런 보조적인 C-ITS(차세대 지능형교통체계) 기반 안전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기술에 관심을 가진 한 기업 관계자는 "사물간 실시간 메시지 처리를 담당하는사물인터넷(IoT) 전용 미들웨어(다양한 하드웨어나 응용 프로그램,네트워크 간 차이를 메워 연결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며 "우리 기술과 접목하면 서비스 완성도를 더 높일 수 있을 것 같아 상담을 신청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하반기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역 대학과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을 중심으로 지역 혁신역량 강화를 위한 '학·연 협력 플랫폼 구축 시범사업(2023년 8월~2027년 12월)'을 시작했다. 충청권, 동남권, 대경·강원권, 호남·제주권 4개 권역별로 지역 대학과 출연연으로 구성된 학연 플랫폼 1개씩을 선정, 각각 25억원 이상의 예산을 지원한다. 시범사업 성과를 점검한 후 최대 10년간 지원할 방침이다.
이날 행사는 대경권 사업단(경북대-ETRI)의 첫 대규모 기술이전 설명회로, 대구 지역 특화 프로젝트인 협동로봇,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로봇 제조 소프트웨어 분야 기술들이 대거 나왔다.
특히 지난해 제어시스템 분야 최고 권위의 국제 학술대회인 '2023 IEEE 판단 및 제어 학술대회(CDC)' 자율주행 제어 벤치마크 경진대회에서 은상을 수상해 전세계 주목을 받은 ETRI의 진용식 박사가 '이동형 로봇의 자율 차선 추적 제어기술'을 소개해 이목을 사로 잡았다.
그는 도로 유지·보수 작업을 위한 자율 작업 수행 로봇이 차선을 따라 이동하면서 움푹 파인 도로를 알아서 매우고, 차선 도색이 벗겨진 곳은 자동으로 페인트 공사를 진행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경북대 전자공학부 컴퓨터및로봇비전연구실에선 '과수원 환경에서의 작업보조용 자율주행 로봇기술'을 내놨다. 이는 과수 열마다 특정한 시각적 특징 마커를 설치하고, 로봇 라이다 센서와 과수원 맵과의 비교를 통해 농업용 로봇의 자율주행 정확도를 높이는 기술이다.
박순용 교수는 "농업의 대형화로 과수원 공간도 예전보다 훨씬 넓어진 데다 인력부족 문제로 이제 로봇을 이용한 작업 자동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국내에서 재배되는 과실 중 가장 높은 재배율을 가진 사과를 대상으로 테스트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발표를 지켜보던 경북대 산학협력단 관계자는 "경북 안동시에 산업용 대마(헴프)클러스터처럼 희귀한 특산물을 중점 생산하는 지역으로 미래 기능성 신소재 등을 개발하려는 외부 기업들의 유입이 매년 늘고 있다"며 "농업용 로봇 개발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분야"라고 말했다.
이밖에 △협동로봇 기반의 모바일 매니퓰레이터 기술 △심전도 신호를 기반으로 심장의 이상 상태를 탐지 및 분류하는 기술 △웨어러블 센서의 데이터에 인공지능 기법을 적용한 사람의 행동 및 활동 인식과 낙상 감지 기술 △극미량 목표가스 탐지를 위한 후각 인공지능 기술 △영상 임베디드기기 비전인식지원 온디바이스AI 컴퓨팅 소프트웨어 기술 △전도성 나노와이어를 이용한 3D 프린팅 기술 및 소프트 센서 제작 기술 등이 발표됐다.
한편 이번 사업은 △기술보증기금 대구기술혁신센터 △대구 테크노파크 △대구상공회의소 △대경ICT산업협회 △대구디지털혁신진흥원 등 대구 창업생태계 구성원 대부분이 협력기관으로 나섰다.
기술보증기금 대구기술혁신센터 정진호 차장은 설명회에서 기업 지원 프로그램을 안내하며 "산학연 콜라보 R&D(연구개발) 사업을 통해 연구개발비의 75% 이내를 지원하고, 고성장 혁신기업을 선별해 최대 10억원을 지원하는 등 스케일업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ETRI 연구성과확산실 기술사업화본부 윤영석 실장은 "ETRI는 대구에 분원을 두고 있고, 당장 투입 가능한 기술이 1600여개나 있다"며 "기술 중개 뿐 아니라 기술사업화에 따른 후속 데스밸리(죽음의 계곡, 자금이 필요한 시기에 경영난을 겪는 상황)를 극복할 기술금융연계 지원 프로그램도 갖춘 만큼 대구, 경북지역 딥테크(첨단기술) 스타트업에겐 반드시 필요한 협업카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춘욱 경북대 학연디지털융합스케일업플랫폼센터장은 "대학과 출연연, 산업체 간 효율적인 협력 모델이 필요했다"며 "이번 협력사업의 최종 결과는 기술사업화, 제품 및 비즈니스 프로세스의 혁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ETRI와 함께 공공첨단융합기술대학원 설립을 추진 중"이라며 "첨단기업에서 일할 우수한 인재들을 외부 공공연구기관과 함께 양성하고 공급한다면 대구는 기업하기 좋은 지역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대구=류준영 기자 jo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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