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짐싸는 20년차 의대 교수 “주술에 가까운 2000명 증원, 견딜 수 없다”

이혜영 기자 2024. 6. 20.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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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정책에 반대하며 사직서를 제출했던 배장환 충북대병원·의대 비상대책위원장이 결국 학교를 떠난다.

배 교수는 "주술에 가까운 2000명 증원, 800병상 병원에 의대생 정원을 49명에서 200명으로 늘리는 말도 안 되는 정책을 의대 교수들과 한 마디 상의 없이 밀어붙인 대통령, 보건복지부·교육부 장관에 너무 화가 나고 실망스럽다"며 "이번 사태의 모든 책임과 해결은 의료계가 아닌 정부에 있다"고 직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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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장환 충북대병원·의대 비대위원장, 오는 7월14일부 면직
“200명 입학하면 아무리 발버둥 쳐도 제대로 된 의사 못 키워”
“모든 책임은 말도 안되는 정책 밀어붙인 정부에 있어”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기자회견하는 배장환 충북대병원·의대 비상대책위원장 ⓒ연합뉴스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정책에 반대하며 사직서를 제출했던 배장환 충북대병원·의대 비상대책위원장이 결국 학교를 떠난다. 심장내과를 이끌며 20년 간 지켜 온 교정을 떠나게 된 배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 대학 총장 등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배 교수는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는 7월14일을 기해 의원면직 처리된 충북대 총장 명의의 공문을 올리고 "더 이상 새학기는 없다"며 사직 소회를 담은 장문의 글을 남겼다.

배 교수는 의대 증원 정책 발표 후 전공의 줄사직이 가시화 된 지난 3월 다른 교수들과 함께 사직원을 제출했다. 학교 측이 이를 반려하자 배 교수는 직접 고창섭 총장을 찾아가 사직서를 다시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 교수는 "주술에 가까운 2000명 증원, 800병상 병원에 의대생 정원을 49명에서 200명으로 늘리는 말도 안 되는 정책을 의대 교수들과 한 마디 상의 없이 밀어붙인 대통령, 보건복지부·교육부 장관에 너무 화가 나고 실망스럽다"며 "이번 사태의 모든 책임과 해결은 의료계가 아닌 정부에 있다"고 직격했다.

그는 충북대 총장과 충북도지사가 의대 증원을 적극 지지한 점에 대해서도 울분을 토했다. 배 교수는 "의대 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것을 뻔히 알면서 자신의 정치적 영달을 위해 충북의대를 정치적 발판 정도로 생각한 충북대 총장과 충북도지사를 생각하면 도저히 견딜 수가 없다"고 성토했다.

동시에 교수들이 이를 거부하지 않고 수용한 점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냈다. 배 교수는 "교무회의나 교수평의회, 대학평의회의 태도는 총장의 불통보다 더 충격이었다"며 "땡볕에 학생들이 그렇게도 증원을 재고해달라고 목이 쉬도록 외치는데도 어떻게 국립대 교수라는 사람들이 그런 불의에 목소리 한 번 제대로 내지않고 총장편을 드나"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신학기가 돼 학생 200명이 입학하면 아무리 교수들이 발버둥 쳐도 제대로 된 의사로 키워낼 수 없다는 것을 뻔히 아는 저로서는 이번 증원 조치를 근거없이 결정하고 그에 부역한 인간들을 그냥 두고 보기가 어렵다"며 "능력 있는 의사가 되겠다고 입학한 젊은 의대생의 미래를 망가뜨리는 것 뿐 아니라 무능한 의사를 찍어내 지역·필수의료를 망가뜨려 국민 보건에 위해를 가하게 될 게 불 보듯 뻔하다"고 지적했다.

충북대는 정부의 증원 방침에 따라 기존 49명이던 의대 입학생 정원을 200명으로 늘리도록 학칙을 개정했다. 다만 내년도의 경우 자율증원안에 따라 기존 증원분의 50%만 반영, 125명을 모집한다.

배 교수는 자신을 "이번 사태를 막아내지 못한 못난 선생"이라고 칭하며 "지역 중환자를 진료해 가족의 품으로 보내드리겠다는 꿈과 성실하고 똑똑한 의대생·전공의를 잘 지도해 필수·지역의료를 지키고 발전시키는 의사로 키우겠다는 제 꿈은 이미 박살났다"고도 했다.

배 교수는 환자와 그 가족들, 동료들에게 "송구한 마음"이라며 "(사직으로 인해) 진료에 어려움이 없으시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충북대병원에서 의대 증원에 반발해 교수가 병원을 떠난 것은 지난달 김석원 교수(정형외과)에 이어 배 교수가 두 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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