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반미 기치로 ‘위험한 군사동맹’… ‘新냉전’ 격랑속으로

■ “상호 군사원조” 조약 파장
양국, 美 제재에 노골적 반감
‘위협만 있어도 軍지원 가능’
러 한반도 개입 근거 마련
이달 한미일 연합훈련 맞서
북러 공동 군사훈련 가능성
北, 대남공세 수위도 높일 듯

뭉치는 북 - 러 김정은(오른쪽)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9일 평양 목란관에서 열린 국빈 환영 만찬에서 건배하고 있다. 타스 연합뉴스

6·19 북·러 정상회담에서 ‘전쟁상태에 처하면 지체 없이 군사적 원조’ 내용이 들어간 조약이 체결된 것은 북·러가 기존의 ‘선린·우호’ 관계에서 사실상 ‘동맹’ 관계로 퀀텀 점프했음을 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러시아가 한반도 문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군사 개입할 근거가 마련됨으로써 한반도 안보 지형이 요동치고 있다.

20일 조선중앙통신은 북한과 러시아가 전날 맺은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 전문을 공개했다. 이 조약 제4조는 “어느 일방이 무력침공을 받아 전쟁상태에 처하는 경우 타방은 유엔헌장 제51조와 국내법에 따라 지체 없이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과거 ‘조·소 우호협력 및 상호원조 조약’에 명기된 자동 군사 개입과 유사한 것으로, 사실상 양국 동맹관계가 28년 만에 복원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 후 북·러 관계에 대해 “동맹 관계라는 새로운 높은 수준에 올라섰다”고 평했다. 푸틴 대통령은 “양국 관계를 질적으로 새로운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면서 “북한과의 군사 기술 협력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제3조는 “어느 일방에 대한 무력침략행위가 감행될 수 있는 직접적인 위협이 조성되는 경우, 쌍방은 조성된 위협을 제거하는데 협조를 상호 제공하기 위한 가능한 실천적 조치들을 합의할 목적으로 쌍무 협상 통로를 지체 없이 가동한다”고 규정한다. 즉, 전쟁 상태가 아닌 군사적 위협만 있는 상태라고 할지라도 양국이 서로 군사적 지원을 비롯한 다양한 지원을 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긴 것이다. 이를 두고 홍완석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아직 러시아가 ‘레드라인’을 밟았다고 보긴 어렵지만, 양국 간 군사 협력을 규정한 내용이 예상보다 심각한 수준으로 담겼다”고 평가했다.

또 북·러는 최고위급 회담 등을 통해 국제 현안에 대해서도 “공동보조와 협력”(제2조)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관세, 금융 등에서 서로에게 유리한 무역 조건을 만들고(제10조), 식량 및 에너지 안전(제9조) 분야 등에서도 협력하기로 했다.

북·러 간 군사협력 수준을 두고 김 위원장이 러시아에 우크라이나 전쟁 수행에 필요한 무기를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대신, 푸틴 대통령으로부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재진입 기술 이전 등을 약속받는 등 주고받기 교환이 이뤄진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당장 이달 말 시행될 한·미·일 연합훈련에 대해 북·러가 공동 군사훈련으로 대응할 가능성도 커졌다.

러시아 인테르팍스에 따르면 러시아 외교부는 전날 브리핑에서 “한·미·일은 러시아 극동 국경에 어떤 잠재적 위협을 가할 경우 적절한 대응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승현 기자 ktop@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