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겉으론 “북·러 합리적 협력”… 속으론 ‘밀착 경계’

■ 북·러 ‘전쟁땐 군사원조’ 조약
일정한 거리 두며 불편한 기색
영국 BBC “중, 북·러에 반대징후”

베이징=박세희 특파원 saysay@munhwa.com

중국 언론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 소식을 주요 뉴스로 전하면서 북·러 협력을 “미국 등 서방 압력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경제난 속에 서방과의 관계 악화를 우려하는 중국이 북·러의 과도한 밀착을 불편해하는 기류도 흘러나왔다.

19일 중국 관영매체들은 북·러 정상회담을 주요 뉴스로 다뤘다. CCTV는 이날 저녁 메인뉴스에서 해당 소식을 보도했고 신화(新華)통신은 “여론은 북·러 관계 강화가 양국 모두에 큰 전략적 의미를 가지며 국제 지정학적 측면에서 외부 압력에 양국이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한다”고 전했다.

관영 영문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양국 협력으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장기전’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며 “북한 역시 러시아와의 협력으로 더는 혼자가 아니기에 북한을 고립시키고 제재하려는 미국의 전략은 실패할 것이라는 신호를 보냈다”는 익명의 전문가 발언을 전했다.

하지만 중국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에 불편해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린젠(林劍)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조러(북·러)는 우호적 이웃으로 정상적으로 교류·협력을 발전시켜야 하는 필요성이 있다”고 언급했는데 이전에 양자 간 협력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냈던 것과 거리를 둔 것이다.

영국 BBC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북·러 사이의 움직임에 반대하는 징후가 있다고 전했다. 세계 2위 경제 대국 위치를 지키기 위해 외국인 투자와 관광객이 필요한 상황에서 미국 등 서방의 추가적인 압박을 원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BBC는 시 주석이 서방을 달래기 위해 실시하는 유럽 일부 국가의 비자 면제와 판다를 해외 동물원에 보내는 일이 어그러질 가능성을 우려한다고 분석했다.

또 북·러 밀착에 맞서 한국과 일본이 과거사 갈등을 제쳐 두고 미국과 방위조약을 체결하거나, 한반도 긴장 고조로 미국 군함이 태평양 해역에 파견되고, 동아시아판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가 출현하는 상황도 두려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