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은행 터는 '하마스 강도'

김희정 기자 2024. 6. 20.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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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의 추정에 따르면 하마스의 지원을 받은 단체를 포함해 무장 갱단이 최근 두 달 동안 가자 북부의 은행에서 1억2000만달러(1660억원)를 약탈했다.

팔레스타인은행은 무장 갱단으로부터 지금까지 7000만달러 이상 약탈당했으나 전체 예치금 54억달러 대부분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서안지구에 있기 때문에 재정 건전성에 큰 문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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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은행, 무장 갱단 강도로 7000만달러 약탈당해
은행들 현금 지키기 '비상'…하마스 가자 지폐통제 노리나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갈등이 계속되는 가운데, 17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 수송대가 가자지구로 들어가고 있다. /로이터=뉴스1

유엔의 추정에 따르면 하마스의 지원을 받은 단체를 포함해 무장 갱단이 최근 두 달 동안 가자 북부의 은행에서 1억2000만달러(1660억원)를 약탈했다. 하마스가 전쟁으로 희소해진 화폐의 통제권을 장악하면 가뜩이나 장기화된 가자지구의 혼돈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9일 파이낸셜타임즈(FT)가 5월 중순 추정한 바에 따르면, 무장 갱단은 가자지구 은행에서 당초 금고에 보관 중이던 현금의 최소 3분의 1을 약탈해갔다. 나머지 약 2억4000만달러가 가자 북부의 은행 금고에 봉인돼있고 일부는 약탈을 막기 위해 콘크리트에 묻혀있다.

가자지구에서는 이스라엘의 공습 이전 90여개의 현금인출기와 56개의 은행 지점이 있었다. 대부분 이스라엘 셰켈화를 사용하는데, 현재 이스라엘은 현금 및 장갑차의 이동을 엄격히 제한해 신규 화폐 유입이 사실상 막혀 있다.

가장 규모가 큰 은행 강도 사건은 4월 17일과 18일 가자지구 최대 은행인 팔레스타인은행의 리말 지점에서 발생했다. 팔레스타인은행은 치안이 악화되자 금고의 현금을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해 금고에 콘크리르트를 붓기로 했는데 이 같은 결정 직후 강도를 당했다. 팔레스타인은행이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 따르면 4월 17일 무장 갱단은 폭발음과 함께 다양한 종류의 화폐 약 3100만달러를 들고 도주했다.

지난 15일(현지시각) 가자지구 칸유니스의 배식소에서 한 팔레스타인 소년이 간절한 눈빛으로 본인의 몫으로 나오는 음식을 바라보고 있다. /AP=뉴시스

이후 팔레스타인은행은 고객과 상인들에게 현금을 더 약탈당하기 전 지점에 와 예금을 찾아가라 알렸으나 다음날인 18일 은행 문을 열자 무장단체가 들이닥쳤다. 무장단체는 총으로 직원들을 위협해 금고 문을 열도록 강요했고 결국 3600만달러를 추가로 약탈당했다.

이 외에도 지난 4월까지 팔레스타인은행 지점에서 약 700만달러가 현금인출기(ATM) 카세트에서 도난당했다. 대부분 무장괴한들이 건물을 '뚫고' 침입한 강도 사건이었다. 팔레스타인은행은 무장 갱단으로부터 지금까지 7000만달러 이상 약탈당했으나 전체 예치금 54억달러 대부분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서안지구에 있기 때문에 재정 건전성에 큰 문제는 없다. 은행 측은 하마스를 직접적으로 비난하지 않도록 조심하고 있다.

팔레스타인은행은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 이스라엘의 가자 북부 공습이 이어지자 치안 우려가 높아짐에 따라 유엔에 현금을 남부로 수송해줄 것을 요청했다. 실제 유엔은 5000만달러 상당의 지폐를 남쪽으로 수송했으나 두 번째 호송 때 이스라엘 공습으로 지점이 파괴되자 수송을 멈췄다. 이로 인해 리말과 가자시티 시내 가장 유명한 두 지점에 1억달러의 현금이 남아 약탈의 타깃이 됐다.

한편 가자지구 200만 주민 대부분이 빈곤 상태이며 지난 8개월간 전쟁으로 인플레이션이 치솟자 생필품을 살 지폐를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자지구 중심부 현금인출기를 이용하려면 1주일 전에 미리 인출금액의 2%에 달하는 수수료를 내고 줄지어 기다려야 한다. 직불카드를 쓸 수 있는 식료품 상점은 적고 물건값이 비싼 데다 이스라엘의 공습에 대부분 파괴됐다. 전자결제는 인터넷이 돼야 가능하기 때문에 엄두도 못 낸다. 제한된 현금만 유통되는 상황에 신규 화폐가 공급되지 못하니 기존 지폐의 마모가 심각한 상태다.

김희정 기자 dontsig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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