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든 데스' 위기 SK그룹, 방만한 투자·실적 부진에 '대수술'

김아람 2024. 6. 20.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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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SK E&S 합병설…자산 100조 초대형 에너지 기업 탄생 여부 '촉각'
재무 부담 '눈덩이'…연초부터 그룹 포트폴리오 조정 작업 중

SK이노-SK E&S 합병설…자산 100조 초대형 에너지 기업 탄생 여부 '촉각'

재무 부담 '눈덩이'…연초부터 그룹 포트폴리오 조정 작업 중

SK그룹 [촬영 이충원]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 SK그룹이 사업 전반에 걸쳐 포트폴리오를 최적화하는 '리밸런싱' 작업을 필두로 고강도 쇄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배터리와 석유화학 등 주력 사업이 부진을 겪는 가운데 방만한 투자로 인한 사업 비효율과 재무 부담이 가중된 영향이다.

끊이지 않는 계열사 합병·매각설

20일 재계에 따르면 SK 주요 계열사는 올해 초부터 다양한 태스크포스(TF)를 발족, 경쟁력 강화 등을 고려한 포트폴리오 조정 작업을 추진 중이다.

SK그룹은 오는 28∼29일 경기 이천 SKMS연구소에서 주요 계열사 경영진이 참석하는 경영전략회의를 열어 사업 리밸런싱 방향성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 같은 사업 포트폴리오 최적화 진행이 알려지면서 연초부터 SK 계열사를 둘러싼 합병설과 매각설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이날 SK이노베이션과 SK E&S가 합병해 초대형 에너지 전문 기업으로 재탄생한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SK그룹의 리밸런싱 향방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이에 대해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합병 등 다양한 전략적 방안을 검토 중이나,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고 개장 전 공시했다.

그러나 회사 측의 해명에도 이날 오전 SK이노베이션 주가가 장중 최고 20% 급등하는 등 시장에서는 합병 소식을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SK그룹이 사업 리밸런싱을 위해 여러 시나리오를 검토 중인 가운데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도 다양한 방안 중 하나로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은 자회사 SK에너지를 중심으로 정유, 석유화학, 윤활유 등 석유 기반 에너지 사업을 하는 국내 최대 민간 에너지 기업이다.

SK E&S는 액화천연가스(LNG), 수소, 재생에너지 등을 아우르는 에너지 사업을 하는 알짜 계열사다.

두 회사가 합병하면 석유와 가스 등 화석연료부터 신재생에너지에 이르는 자산 총액 약 106조원의 초대형 에너지 기업이 탄생한다.

에너지 사업의 대형화를 통한 '규모의 경제' 극대화,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자회사 SK온의 부진을 상쇄할 필요성 등이 합병을 검토한 배경으로 꼽힌다.

이외에도 SK온을 SK엔무브와 합병해 상장하는 방안,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지분을 매각해 투자 자금을 확보하는 방안 등이 SK그룹 포트폴리오 조정안으로 거론된 바 있다.

실적 부진 계열사 경영진 경질도

이처럼 SK그룹이 고강도 쇄신에 나서는 배경에는 투자 비효율과 계열사 실적 부진 등이 있다.

최태원 회장은 SK그룹의 방만한 투자를 지적하고 '서든 데스'(돌연사) 위기를 재차 언급하면서 '질적 성장'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이에 SK그룹이 219개 계열사 간 중복 사업을 조정하고 비핵심 사업을 정리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앞서 SK그룹은 작년 말 조직개편에서 그간 SK수펙스추구협의회와 SK㈜로 분산된 투자 기능을 SK㈜로 모두 이관해 중복 투자 기능 일원화 및 효율화에 나섰다.

그동안 계열사 간 투자 기능이 중복된 부분이 많고, 투자 실적이 좋지 않아 쇄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그룹 안팎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SK그룹의 투자 전문 회사 SK스퀘어는 지난해 SK하이닉스 등 포트폴리오 회사들의 실적 부진으로 영업손실 2조3천397억원을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박성하 SK스퀘어 대표이사 사장이 조기에 교체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후임에는 한명진 투자지원센터장 등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선점에 힘입어 실적 개선세를 타긴 했지만, 배터리와 석유화학 등 핵심 사업의 실적 부진도 길어지고 있다.

특히 SK그룹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는 배터리 사업을 하는 SK온은 설립 후 10개 분기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정체)에 적자 탈출이 늦어지는 SK온에서는 성민석 최고사업책임자(CCO)가 보직 해임되는 등 조직 재정비 작업이 한창이다.

또 신규 투자 등의 영향으로 그룹 전반에 걸쳐 재무 부담이 가중돼 사업 재편 필요성이 커진 상황이다.

최근 한국신용평가는 SK그룹에 대해 2020∼2023년 17조원 규모의 자본성 자금을 조달했으며, 이 중 8조원은 채무적 성격이 있는 자금 조달이라고 분석했다.

이 기간 SK디스커버리 계열을 제외한 SK그룹의 현금 부족액은 50조원을 웃돌며, 외부 차입에 따른 재무 부담 증가분 36조원 외에도 주요 계열사 중심으로 17조원 이상의 자본성 자금을 조달한 걸로 추산됐다.

ric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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