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사업 리밸런싱 '시동'…SK이노 "합병 등 전략적 방안 검토"(종합)
'방만 투자' 계열사 축소 추진…CEO 교체·임원 축소 등 후속 조치도 이어질 듯
'SK E&S와 합병설'에 해명 공시…"현재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는 없어"
'방만 투자' 계열사 축소 추진…CEO 교체·임원 축소 등 후속 조치도 이어질 듯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SK그룹이 그룹 사업 재편의 일환으로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을 추진하는 방안 등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부진을 겪고 있는 배터리 사업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사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취지로 풀이된다. 그룹 계열사를 줄이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SK이노베이션은 20일 SK E&S와의 합병설에 대해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합병 등 다양한 전략적 방안을 검토 중이나,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이날 한 매체가 SK이노베이션과 SK E&S가 합병해 자산 100조원이 넘는 초대형 에너지 전문 기업으로 재탄생한다고 보도한 데 따른 해명 공시다.
SK이노베이션은 "향후 관련 사항이 결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내 재공시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SK그룹은 사업 포트폴리오 최적화를 위한 '리밸런싱' 작업이 진행 중이다.
특히 그룹 사업의 양대 축 중 하나인 그린·바이오 사업에서는 '질적 성장'을 위한 다양한 시나리오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 등도 유력한 방안 중 하나로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SK E&S 수석부회장을 겸하고 있는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이 최근 SK이노베이션 수석부회장을 맡으며 그룹의 에너지·그린 사업 전반을 총괄하게 된 것도 양사의 합병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부분이다.
SK이노베이션은 SK그룹 에너지 분야를 대표하는 중간 지주회사로, SK그룹 지주사인 SK㈜가 30%가 넘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SK E&S의 경우 SK㈜가 지분 90%를 보유 중이다.
앞서 그룹 안팎에서는 SK온을 SK엔무브와 합병해 상장하는 방안,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지분을 매각해 투자 자금을 확보하는 방안, SK E&S와 SK온을 합병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기도 했다.
다만 합병 등의 사안은 이사회와 임시 주주총회 등을 거쳐야 하는 데다 주주들의 반발 등이 예상되는 만큼 여러 방안을 놓고 내부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을 추진하더라도 현재 SK이노베이션의 주가가 저평가돼 있어 향후 합병 비율 산정시 SK이노베이션 주주들에게 불리할 수 밖에 없는 점 등도 부담이다.
SK 관계자는 "합병이나 지분 매각 등에 여러 걸림돌이 있기 때문에 결정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다만 이날 SK E&S와의 합병 추진설이 나오면서 이날 오전 유가증권시장에서 SK이노베이션의 주가는 15% 이상 급등한 채 거래 중이다.
만약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이 실제로 성사된다면 매출 규모가 90조원에 육박하고 자산 총액이 100조원을 넘는 초대형 에너지 기업이 탄생하게 된다.
아울러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그간 그룹의 방만한 투자를 질책해 온 만큼 계열사 숫자를 줄이는 방안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의 계열사는 현재 219곳으로, 작년 198곳에서 1년 새 21곳 늘었다.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도 그간 수차례 "계열사 숫자가 너무 많다. 관리 가능한 범위 내로 줄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핵심 사업과 관련 없는 투자나 중복 투자 등은 과감히 정리하는 한편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등의 투자에 주력하는 등 '선택과 집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앞서 최 회장은 지난 3일 SK수펙스추구협의회에 참석해 "그린·바이오 등 사업은 '양적 성장'보다 내실 경영에 기반한 '질적 성장'을 추구하도록 하겠다"며 "반도체 등 디지털 사업 확장을 통해 'AI 리더십'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SK그룹이 오는 28∼29일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등 경영진이 참석하는 경영전략회의를 열고 사업 리밸런싱 방향성 등을 논의할 계획인 가운데 계열사 CEO 교체와 조직 개편, 임원급 축소 등의 후속 조치도 이어질 것으로 알려졌다.
SK온의 경우 실적 부진 등의 이유로 성민석 최고사업책임자(CCO·부사장)가 최근 보직 해임됐으며, SK그룹의 투자 회사인 SK스퀘어의 박성하 대표이사(사장)도 성과 미비를 이유로 최근 해임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에는 SK에코플랜트의 박경일 사장도 교체됐다.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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