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푸틴이 중국·북한 다음으로 베트남 선택한 이유

정미하 기자 2024. 6. 20.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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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20일 새벽 북한 출발해 베트남 도착
러, 베트남의 오랜 군사 물품 제공국
베트남은 미국, 중국과 교류 활발
“고립돼 있지 않다” 메시지 보낼 기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한에 이어 베트남을 20일 국빈 방문했다. 푸틴이 다섯 번째 임기 시작 이후 찾은 곳은 중국, 북한, 베트남 등 3곳에 불과하고 베트남 방문은 이번이 다섯 번째다. 지난해 조 바이든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하노이를 방문했을 만큼 베트남의 정치적 입지는 세계에서 큰 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푸틴이 베트남을 방문하는 것만으로도 ‘러시아가 고립돼 있지 않다’는 신호를 보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푸틴은 이날 0시를 전후로 평양에서 출발해 베트남 현지 시각으로 이날 오전 1시 50분쯤 하노이 노이바이 국제공항에 착륙했다. 공항에는 쩐 홍 하 베트남 부총리가 마중 나왔다. 푸틴은 럼 국가주석 주최로 하노이 주석궁에서 열리는 환영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후 응우옌 푸 쫑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과 회담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가운데)이 20일 새벽 베트남 하노이 노이바이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푸틴은 전날 북한을 국빈 방문하고 바로 베트남으로 향했다. / EPA 연합뉴스

뉴욕타임스(NYT)는 “푸틴은 최근 미국과 더욱 깊은 유대관계를 맺은 베트남 관리들을 만날 예정”이라며 “러시아는 오랫동안 베트남의 주요 무기 공급원이었고, 푸틴은 그 위치를 고수하고 싶어 한다”고 분석했다. 또 “베트남은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미국의 제재를 위반하고 러시아 군사 장비를 구입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었기에, 베트남 입장에선 푸틴의 이번 방문이 가장 중요한 국방 파트너인 러시아와의 관계를 공고히 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해석했다.

◇ 러시아·베트남, 군사적으로 깊은 관계

1950년 소련은 당시 베트남 민주공화국과 외교 관계를 맺은 최초의 국가 중 하나였다. 이후 러시아는 수십 년 동안 베트남이 미국, 프랑스와 전쟁을 벌일 때 무기를 제공했다. 이렇듯 국방 관계는 양국 관계를 뒷받침했고, 양국은 수년에 걸쳐 공산주의 이데올로기도 공유했다. 이를 보여주듯 푸틴은 신임 국방부 장관인 안드레이 R. 벨로우소프와 함께 베트남에 도착해 안보 문제가 이번 방문의 핵심임을 강조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학 베트남 군사 문제를 연구하는 응우옌 더 푸옹에 따르면 베트남 국방 무기고의 약 60~70%는 러시아산이다. 러시아는 베트남에 해안 방어 미사일 시스템, 킬로급 잠수함 6척, 전투기 및 기타 치명적인 무기를 공급했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를 받으면서, 베트남은 안정적인 무기 공급원을 찾아 한국, 일본, 체코 등과 접촉했다. 자체적으로 방위산업 육성에도 힘썼다. 이외에도 구소련의 동맹국인 인도에서 무기 일부를 개조하는 방안도 모색했다.

부이탄손 베트남 외무장관(오른쪽 세 번째)이 3월 25일 워싱턴 DC 미 국무부에서 앤서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왼쪽)과 회담 중 발언하고 있다. / AFP 연합뉴스

또한 베트남은 서방과도 교류했다. 미국의 최고 관리들은 최근 몇 달 동안 베트남을 방문했고, 기존보다 더 많은 무기를 베트남에 제공했다. 하지만 NYT는 “베트남 국방 관련 최고위층은 여전히 미국을 의심하고 있다”며 “무기 판매가 인권 개선을 조건으로 하는 등 베트남의 운명과 무기 거래가 함께 묶이는 것을 꺼린다”고 했다.

◇ 서방과 친한 베트남 만나, ‘러시아 고립돼 있지 않다’ 신호 보낼 기회

푸틴의 베트남 방문은 러시아가 고립돼 있지 않다는 것을 서방에 과시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푸틴이 전날 방문한 북한과 러시아가 ‘서방으로부터 제재를 받는다’는 공통점을 지닌 것과 달리 베트남은 미국 등 서방과 적극 교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은 주요 국가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싶어 한다. 베트남 경제는 성장하고 있고 의류 수출의 선두 주자다. 워싱턴 DC에 본부를 둔 윌슨 센터의 프라샨스 파라메스와란 연구원은 알자지라에 “푸틴 대통령은 베트남 방문을 통해 최근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한 국제 제재 속에서 러시아가 아시아에서 결코 고립되지 않았다는 신호를 보내기를 바랄 것”이라고 해석했다. 알자지라 “푸틴의 베트남 국빈 방문은 러시아가 서방에서는 무시당하고 있지만, 여전히 동양에서는 정치적 영향력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러시아만의 방식”이라고 분석했다.

푸틴과 베트남 고위 지도부는 20일에 회담을 가지고 전략적 파트너십 강화에 중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국영 통신사인 타스는 지역 및 글로벌 문제도 의제에 포함될 것이라 보도한 바 있다. 회담 후 공동성명이 채택될 예정이며 양자 문서가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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