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테르테 딸, 교육장관 사임…두테르테-마르코스 동맹 깨졌나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필리핀 대통령의 딸인 사라 두테르테 부통령이 마르코스 정부 장관직을 내려놨다. 정권을 위해 손잡았던 두테르테 가문과 마르코스 가문이 갈라서는 조짐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19일(현지시간) 필리핀 매체인 래플러에 따르면, 필리핀 정부는 두테르테 부통령이 이날 겸임 중이던 교육부 장관직과 반군 대응 태스크포스(TF) 부의장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두테르테 부통령은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에게 사의를 전달했고, 대통령이 이를 수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통령직은 계속 유지한다.
그가 장관직에서 물러나는 정확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두테르테 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사임은 (내가) 약점이 있어서가 아니라 교사와 청년층에 대해 진실로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두테르테-마르코스 동맹에 균열이 간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필리핀 정계를 양분하는 두테르테 가문과 마르코스 가문은 2022년 대선에서 정권을 잡기 위해 함께 뛰었다. 당시 마르코스 대통령과 사라 두테르테 부통령이 러닝메이트를 이뤄 당선된 것을 계기로 이들은 일종의 정치적 동맹을 구축했다.
그러나 친중 성향 두테르테 전 대통령과 달리 마르코스 정부가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로 중국과 충돌하며 친미 노선을 걸으면서 양쪽은 멀어졌다. 또한 마르코스 대통령의 개헌 추진,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민다나오섬 독립 주장, 마르코스 대통령의 마약과 전쟁 비판 등으로 양쪽 집안의 대립 구도가 형성됐다.
특히 올해 초에는 양측의 갈등이 본격화돼 서로를 “마약 사범”, “펜타닐 중독자”, “그러다 당신 아버지처럼 쫓겨난다”라고 부르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까지 이르렀다. 지난 4월엔 영부인 리자 마르코스 여사가 자신과 사라 두테르테 부통령 간 사이가 좋지 않다는 의혹을 인정하기도 했다.
래플러는 필리핀 정치사에서 부통령이 대통령에게서 분리되는 사례가 반복됐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두테르테 부통령이 마르코스 정부와 결별한 것은 (그와) 정치적 관계를 끊기 위한 명백한 움직임”이라고 평가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장관직 사임이 예견된 수순이라는 평가도 있다. 일각에서는 사라 두테르테 부통령이 내년 중간선거에 본격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낸 뒤 2028년 대선에 도전할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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