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길성 서울 중구청장 "남산 고도제한 완화…해묵은 숙제 해결"
"이젠 남산자락숲길 등 일상행복 세심행정…명동을 한국판 타임스스퀘어로"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30년 주민 숙원이었던 남산 고도 제한 완화, 신당10구역 등 재개발 신속 추진과 같은 구도심의 해묵은 숙제를 해결해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김길성 서울 중구청장은 지난 19일 중구 필동 라비두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임 2주년 소회를 "가장 큰 성과는 도시의 큰 틀을 재정리한 것"이라고 밝히며 이같이 말했다.
김 구청장은 전북 부안 출신이지만, 학창 시절을 중구 광희초, 동북중, 성동고에서 보낸 사실상 중구 토박이다.
또 제15∼17대, 19∼21대 국회의원 보좌관, 이명박 정부 대통령실 행정관, 용인도시개발공사 사장 등을 지내며 입법과 행정, 도시개발 분야에서 두루 경험을 쌓았다.
김 구청장은 "중구는 도심에 있다는 이유로 각종 규제에 옥죄여 노후화됐다"며 "거주민의 삶과 도시의 발전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없애기 위해 취임 직후부터 규제 완화와 도심 재정비에 집중해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구체적 성과로는 남산 고도 제한 완화를 첫손에 꼽았다.
김 구청장은 "서울시 고도지구 재정비안이 6월 말 최종 결정 고시를 앞두고 있다"며 "규제를 받아왔던 5개동(회현동·명동·장충동·필동·다산동)의 높이 제한이 완화돼 주민들의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앞서 1995년 서울시는 남산 조망경관 훼손을 막기 위해 주변 지역 건축물 높이를 제한하는 남산 고도지구를 지정했다.
면적은 약 111만㎡로 서울시 전체 고도지구 면적의 11.8%, 중구 전체 면적의 11.2%에 달한다.
지정 당시엔 필요성이 명확했지만, 제도가 장기화하면서 문제도 발생했다.
획일적 높이 규제 탓에 다산동 고도지구 등은 리모델링이나 재건축이 어려워지고 주거환경도 열악해졌기 때문이다.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의견을 반영해 시는 지난해 6월 새로운 고도지구 구상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남산의 경우 일반주거지역은 고도 제한이 당초 12m, 20m에서 16∼28m로 상향된다. 준주거지역 고도 제한은 20m에서 32∼40m로 완화된다.
김 구청장은 특히 "지하철역에서 반경 250m 이내 지역에 15층까지 건물을 높여 지을 수 있게 됐다"며 "중구의 열악한 거주환경을 고려해 준 결과로 기대 이상의 큰 성과"라고 강조했다.
한편 임기 반환점을 돈 김 구청장은 남산자락숲길 사업을 언급하며 "전반기에는 도시의 큰 그림을 그리는 데 주력했다면 앞으로는 일상에 작은 행복들을 안겨주고 싶다"고 말했다.
주민이 일상에서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세밀한 행정을 펼치겠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김 구청장은 구민 대상으로 구청장 취임 후 가장 만족스러운 정책·사업을 물어본 결과, 남산자락숲길 개통이 남산 고도 제한 완화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고 소개했다.
구는 올해 4월 남산의 일부였던 무학봉, 대현산, 금호산, 매봉산을 하나의 녹색길로 연결하는 남산자락숲길 5.14㎞ 구간을 개통했다.
이 길을 따라 유모차나 휠체어도 계단 없이 편안하게 남산으로 접근할 수 있게 됐다.
김 구청장은 "프랑스 파리의 '15분 도시' 개념처럼 중구 어디서든 남산자락숲길에 15분 안에 닿을 수 있도록 접근로를 동별로 조성하고 이를 지도로 제작·배포할 예정"이라며 "이 밖에도 숲길 걷기 행사, 중구 걷기 마일리지 코스 운영 등 남산자락숲길에 다양한 프로그램을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명동을 한국판 '타임스스퀘어'로 만들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앞서 지난해 말 명동은 행정안전부 제2기 '옥외광고물 자유표시구역'으로 지정됐다.
김 구청장은 "미국 뉴욕의 타임스스퀘어에서 전광판은 독특한 콘텐츠로 작동하고 있다. 화려하고 거대한 전광판을 보러 관광객이 몰려들면서 새로운 문화와 산업이 발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구가 하려는 작업은 단순히 대형 건물에 옥외광고물 한두 개를 만드는 수준이 아니다"라며 "전광판을 새로운 '매체'로 발전시켜 매력적이고 독특한 공간을 조성하고 새로운 K-문화를 창조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구는 이런 구상을 담아 명동 옥외광고물 자유표시구역을 '명동스퀘어'로 명명하고, '명동 옥외광고물 자유표시구역 민관합동협의회'를 꾸려 명동의 전광판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방침이다.
구가 풀어야 할 당면 과제로는 교육과 도심공동화 문제를 꼽았다.
김 구청장은 "도심에 사는 사람들이 제일 아쉬워하는 것이 교육 문제"라며 "좋은 학교와 학군, 학원가 같은 교육 인프라가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래서 중구는 교육에 투자를 많이 한다. 올해 학생 1인당 교육기관 보조금이 82만원으로 서울 최고 수준"이라고 소개했다.
또 근본적으로 낙후된 도심을 살리고 인구를 유입시키려면 규모 있는 공동주택단지가 들어와야 한다고 해법을 제시했다.
김 구청장은 "남산 고도 제한 완화와 도심 재정비에 매진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며 "고도 제한이 완화되면 규모 있는 공동주택과 고급 주택 단지가 자연스럽게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
또 "거주환경이 좋아지면 사람이 돌아오고 도심의 많은 문제가 해결된다. 좋은 학교와 학원가 같은 교육인프라도 저절로 따라붙게 된다"며 "도심을 살고 싶은 환경으로 변신시키는 것이 인구 문제를 해결할 '키 포인트'"라고 강조했다.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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