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새마을금고서 부당해고·갑질 '논란'…노동청 '나몰라라'
경북노동위와 중앙노동위원회 모두 '부당해고' 인정
노동부는 '직장내괴롭힘' 신고에 별다른 설명 없이 '위반 없음'
관리 책임 있는 MG새마을금고 중앙회도 '강건너 불구경'
경북 경주의 한 새마을금고에서 부당해고와 직장내 괴롭힘이 수년간 지속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하지만 노동자 권리 보호에 나서야할 고용노동부 포항지청은 진정인에게 제대로 된 설명도 하지 않고 사건을 처리한데다 MG새마을금고 중앙회도 뒷짐만 지고 있어 비판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경주에서 본점 1곳과 지점 3곳을 운영하는 A새마을금고에서는 지난 2019년 부실대출 사태가 터졌다.
이곳에서 일하던 과장 B씨가 2010년부터 2016년까지 담보 가치를 과다평가하거나 기업대출을 가계대출로 속이는 방법 등으로 모두 13건의 부적정 부실대출을 하다 새마을금고 중앙회의 일반수시 검사에서 적발된 것이다.
이에 A금고는 당시 이사장과 B씨를 비롯한 업무결제 라인에 있던 5명에 대해 내부 규정에 따라 부동산을 가압류하고 민형사상 책임을 감수하겠다는 변제이행각서를 작성하도록 했다.
이후 새로운 금고 이사장으로 선임된 C씨는 부실대출 연관자 6명 중 4명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소했다.
그러나 검찰은 B씨에게만 배임의 고의를 인정해 기소했고, 나머지 3명은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B씨는 법원에서 1500만원의 벌금형을 받았다.
형사사건과 별개로 진행한 민사소송에서는 1심 법원이 A금고가 주장한 손해배상액 19억 1천여만 원 중 20%인 6억7천여만 원을 인정하는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고, 양측 모두 항소를 포기하면서 판결은 확정됐다.
이에 이사장 C씨는 이사회를 열어 차장 D씨에게 1681만원가량을 변제배상액으로 내라고 결정했다.
그러나 D씨는 강력히 반발했다. 단순히 결제라인에 포함돼 있었을 뿐인데도 부실대출을 주도해 형사처벌을 받은 B씨보다 많은 액수의 변제배상액을 내라는 것은 수용할 수 없다는 이유다.
이후 이사장 C씨와 차장 D씨의 갈등은 커졌고, 부당해고와 직장 내 괴롭힘 논란이 벌어졌다.
지난해 3월 C씨 주도로 이사회가 열린 뒤 새마을금고가 D씨를 해고한 것이다.
이후 D씨는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고, 경북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는 차례로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판정을 내렸다.
노동위원회는 부당해고 판정 이유에 대해 "부실 대출 사건의 담당자이자 업무상 배임으로 형사처벌을 받은 B씨보다도 D씨에게 많은 변상금액을 요구한 것은 업무 귀책사유와 책임 한계를 고려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D씨는 해고 6개월만인 지난해 8월 30일 복직했지만 이번에는 '직장 내 괴롭힘' 논란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사장 C씨가 자신에게 복직 보고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D씨에게 경고장을 발부한 것을 시작으로, 징계가 있었다는 이유로 여름휴가를 주지 않았고, 경조사비 지급요청에도 응하지 않다 뒤늦게 제공한 것이다.
특히 징계이력을 이유로 자신의 하급자들에게 업무관련 결제를 받도록 하고, 원래 업무였던 여신업무에서도 배제하며 D씨는 심적으로 큰 고통을 겪었다.
D씨는 "이사장 C씨는 출퇴근 시간준수 여부를 확인하고 근무내용을 CCTV로 감시하는 등 괴롭힘이 도를 넘었다. 이로 인해 정상적인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등 몸과 마음이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이에 D씨는 지난해 11월 고용노동부 포항지청에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했지만 노동청은 7개월 만인 최근 '위반 없음'으로 사건을 처리했다.
하지만 노동부 포항지청 담당자는 D씨에게 위반 없음으로 처리한 이유조차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며 D씨를 더욱 힘들게 했다.
포항지청 담당자는 포항CBS와의 통화에서 "사건 처리 이유는 진정인에게 설명하면 되지 언론에 말할 필요가 없다. 이유가 궁금하면 서면으로 요청하라"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노동법원 신설을 이야기하는 등 정부가 노동권 강화에 신경 쓰고 있음에도 포항지청은 진정인에게 사건 처리 이유조차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 구시대적 행태를 보인 것이다.
게다가 해당 금고는 노동청이 '위반 없음' 결정을 내리자 D씨를 바로 직위해제한 상태다.
이와 관련해 D씨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국민권익위원회와 국민신문고 등에 구제를 요청하는 글을 올리며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한편, 이사장 C씨는 "지금 병원에 있어 언론과 이 사건에 대해 통화할 수 없다. 퇴원하면 연락하겠지만 언제 퇴원할지는 모르겠다"며 사건 관련 대답을 사실상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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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CBS 문석준 기자 pressmoo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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