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댕댕이 57마리가 한 비행기로 제주도 간다...수의사도 함께 한 특별한 비행[New & Good]
반려견과 보호자 나란히 타고 제주도로 비행
"격월로 출발...증편 검토 중"
15일 서울 김포공항의 한 비행기에 강아지 57마리가 한꺼번에 모이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이날 김포공항을 출발해 제주로 향하는 반려견 전용기를 타기 위해서다. LG유플러스의 반려동물 플랫폼 '포동'을 통해 자리를 구한 보호자들은 미리 준비된 운송용기(케이지) 안에 강아지를 앉히고 제주항공이 마련한 비행기를 탔다.
강아지들은 이륙하기 전부터 불안한 눈빛으로 짖어댔다.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 평소 잘 들어가지 않는 비좁은 운송 용기 안에 들어가야 했기 때문인 듯했다. 비행기는 큰 소리를 냈고 처음 보는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모두가 같은 처지이기에 누구 하나 눈살 찌푸리지 않았다. 반려견과 비행기 여행 경험이 처음이 아니라는 한 보호자는 "전에 비행기를 탔을 때는 큰 소리를 낼까 노심초사했는데 이 비행은 모두가 같은 처지라 마음이 좀 더 편안하다"고 했다.
이번 전용기를 준비한 LG유플러스는 비행기에 왕윤정 수의사를 함께 타도록 했다. 그는 기내를 끊임없이 오가며 힘들어하는 반려견을 살피고 안정을 취할 수 있게 보조제를 먹이기도 했다. 제주항공도 이날 비행을 위해 반려동물에 익숙하고 알레르기가 없는 승무원 다섯 명을 태워 동물들의 불편함이 없도록 살폈다. 기장은 "반려견들이 첫 비행에 긴장할 수 있겠지만 가족과 옆자리에 나란히 앉아 하늘을 바라보며 추억을 만들기를 바란다"며 "이상이 있으면 얼마든지 도움을 드릴 수 있으니 말해 달라"고 인사말을 전했다.
따뜻한 배려 덕일까. 소리를 내던 반려견은 비행기가 이륙을 마치고 하늘에서 안정적으로 운행하기 시작하자 오히려 잠잠해졌다. 반려견 일부는 운송 용기를 좌석 위에 올리고 몸에 안전 고리를 채우는 조건으로 머리를 용기 밖으로 내밀어 창밖을 볼 수 있었다. 보호자들도 옆자리에서 강아지를 쓰다듬으며 함께 시간을 보냈다.
쉽지 않은 동반 비행, 그래도 함께 가고 싶은 여행
보호자들은 반려견을 여행지에 데려가고 싶어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현재 일반 비행기라 해도 반려견을 데리고 타는 것이 불가능은 아니다. 다만 반려동물이 들어간 운송 용기를 좌석 아래에 넣어야 한다. 왕 수의사는 "반려견을 데리고 비행기를 타는 보호자들은 운송 용기에 익숙해지도록 크레이트 교육을 받고 아예 재우거나 안정제를 먹여야 한다"면서도 "반려견마다 차이가 있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예측은 어렵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는 4월 첫 비행 후 이번에 두 번째로 '포동 전용기'를 띄웠다. 비(非)반려인의 눈치 보지 않고 반려견의 옆자리에서 동반 탑승해 편안한 여행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장점으로 내세운다. 물론 이마저도 토요일(15일) 오전에 출발해서 월요일(17일) 늦게 돌아오는 왕복 비행 일정에 맞춰야 하고 반려견의 무게는 8.5㎏를 넘지 않는 소형견이어야 하고 반려견 등록과 예방 접종 등을 마쳐야 한다.
그럼에도 4월 첫 비행은 7일 만에, 6월 비행은 5일 만에 매진됐다. 반려견 전용기 상품을 기획한 김소연 LG유플러스 컨슈머부문 펫플랫폼트라이브 PO는 "격월로 출발하기에 다음 비행은 8월이지만 반응이 좋아 편수를 조금씩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반려동물에 꽂힌 LG유플러스, 동반 여행에도 눈길
LG유플러스는 2022년 출시한 '포동'을 발판으로 반려동물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6월 반려견 성향 분석 기능 기반 반려동물 커뮤니티 '퍼피유' 서비스를 운영하는 SHS테크를 인수했고 11월엔 클라우드 기반 동물병원 전자차트(EMR) 프로그램 '플러스벳'을 운영하는 '벳칭'에 30억 원을 투자했다.
최근 '반려동물판 에어비앤비'로 불리는 공간 중개 서비스 '마당스페이스'를 포동에 포함시키면서 '멍래블'이라는 이름으로 4월에 재공개했다. 마당스페이스는 2021년 LG유플러스의 사내 벤처로 시작해 2022년 분사한 후 지난해 재인수된 '얼롱'의 사업으로, 수영장이 있는 대저택이나 반려동물이 뛰놀 수 있는 넓은 마당 등을 대여하거나 숙박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이번 비행 역시 반려동물 동반 여행 상품이라는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시도다. 비행기를 탄 57개 팀 중 8개 팀이 제주 서귀포시 반려견 친화 리조트 '소노캄 제주' 숙박권도 함께 샀다. 김 PO는 "앞으로 반려동물을 위한 숙소와의 제휴를 늘리고 전용기와도 연계할 것"이라 말했다.
제주=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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