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 회담] 냉전 회귀, 미중러 '북핵저지' 공조 균열…푸틴 기술지원 가능성

박성민 2024. 6. 20.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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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푸틴, 美 등 위협할 탄두 설계 도울 수 있는 불특정 기술 지원 약속"
"폭격기 훈련 등 억제전략 복잡해져…핵무장 잠수함 건조 기술 등 저지해야"
공동 기자회견 하는 북러 정상 (평양 로이터=연합뉴스) 북한을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평양에서 회담을 마친 뒤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북한 방문을 마친 뒤 다음 행선지인 베트남으로 향했다. 2024.06.20 passion@yna.co.kr

(서울=연합뉴스) 박성민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방북을 계기로 북한과 러시아가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이하 협정)을 체결하면서 북한 핵무기 프로그램이 고도화되고 미국 국가 안보에도 큰 위협이 될 것이라는 미 유력 언론의 분석이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19일(현지시간) '푸틴은 한때 북핵을 억제하려 했지만 이제 끝났다' 제하 기사에서 푸틴의 방북과 협정 체결을 두고 "가장 극명하게 냉전으로 돌아가는 순간 중 하나로, 북핵 확산을 막기 위한 세계 3대 핵 강대국의 노력이 소멸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그 근거로 푸틴 대통령이 이번 방북에서 북핵 억제를 위한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대기권 재진입을 가능케 해 미국을 비롯한 많은 적을 위협할 수 있는 탄두 설계를 도울 수 있는 불특정 기술 지원을 북한에 약속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NYT에 "의심할 여지 없이 냉전 시대의 안보 보장이 부활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북한과 러시아가 1961년 체결한 '조·소 우호 협조 및 상호원조에 관한 조약'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 조약에는 '자동 군사개입' 조항이 담겨있었다.

그는 다만 "러시아는 포탄, 북한은 첨단 군사기술이라는 상호 거래적 필요에 기반한 것"이라며 "냉전 시대처럼 이념이 아닌 미국과 서방 자유주의 질서에 대한 반대 의식으로 결속돼 있다"고 북러 밀착의 성격을 설명했다.

빅터 차 석좌는 북한의 위협이 커짐에 따라 한미일이 안보 동맹을 더욱 공고히 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덧붙였다.

평양 김일성 광장 환영식에 참석한 푸틴 (평양 AFP=연합뉴스) 북한을 국빈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19일 평양시 김일성 광장에서 환영식이 열리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푸틴 대통령을 행사장으로 안내하고 있다. 2024.06.19 khmoon@yna.co.kr

미국과 유럽에서 회자되는 정보 평가 보고서에서도 서방 당국자들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제 북한을 완전한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기 위한 최대 장애물, 즉 미국 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핵무기 능력 부재를 극복하기로 결심했다고 우려하고 있다.

애브릴 헤인스 미 국가안보국장(DNI)은 지난 3월 의회에 출석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전에 대한 지원이 필요한 까닭에 중국, 북한, 이란이 오랫동안 요구해온 것들을 줄 수밖에 없게 됐다"며 "이는 무엇보다 장기간 유지해온 비확산 규범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헤인스 국장은 비공개 회의에서는 더 구체적으로 북한이 아직 습득하지 못한 다양한 기술을 공개하기도 했다. 기술 대부분은 핵탄두를 6천마일(약 1만㎞) 상공까지 쏘아올리고 대기권 재진입도 가능하게 해 목표물을 정확히 타격하는 것과 연관돼 있다.

이는 역대 미국 대통령이 감당할 수 없다고 말한 단계로, 빅터 차 석좌는 "한국전쟁 이래 미국 국가 안보에 가장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차 석좌는 "역사적으로 깊이가 있고, 우크라이나전을 계기로 다시 밀착한 북러 관계는 유럽과 아시아, 미국 본토의 안보를 약화시킨다"며 "우크라이나전이나 가자전쟁 같은 중요한 이슈로 인해 미 행정부는 위험을 감수하면서 이 문제를 뒷전으로 밀어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NYT는 그동안의 미국의 북핵 억제 전략이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2014년 소니픽처스를 비롯해 북한이 중앙은행 등 수익성이 높은 서방의 표적을 해킹해 핵 확장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했고, 유엔의 계속된 금융 제재도 핵이나 미사일 프로그램을 무력화하는 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NYT는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시작된 북핵 6자 회담의 최종 결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 이행을 감시하는 유엔 전문가 패널 임기 연장에 대한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 등도 대북 억제 실패 사례로 거론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장거리 폭격기 훈련 등을 통해 북한이 미국이나 동맹국을 공격하면 북한 전체가 파괴된다는 경고를 상기시키는 쪽으로 북한을 억제하는 데 의존해왔다.

하지만 이러한 억제 전략 역시 '북한이 공격받으면 러시아가 반격할 수 있다'는 이번 북러 협정으로 인해 복잡해질 것이라고 NYT는 지적했다.

평양 국빈 만찬서 발언하는 푸틴 (평양 AP=연합뉴스) 북한을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이 19일 평양에서 열린 국빈 만찬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바로 옆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앉아 푸틴의 발언을 듣고 있다. 2024.06.20 passion@yna.co.kr

NYT는 그러면서 김 위원장이 원하는 기술 이전 저지를 미국과 한국, 일본 및 기타 동맹국의 즉각적인 과제로 꼽았다.

빅터 차 석좌 등 전문가들은 이전을 저지해야 할 기술에 핵무장 잠수함 건조 기술, 미사일 방어 시스템 회피 기술 등이 포함돼 있다고 말한다.

아울러 NYT는 이번 북러 회담을 누구보다 더 면밀히 주시하는 나라로 이란을 꼽았다.

NYT는 그러면서 "북한의 도박이 성공한다면 이란은 러시아와 더욱 가까워지면서 이익을 얻을 수 있다"며 "푸틴으로서는 잃을 게 거의 없다고 결론 내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min2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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