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있는 것만으로 즐겁습니다"…日독립리그 출신 '단기 대체 외인'과 '좌완 불펜'의 아름다운 우정 [MD대구]
[마이데일리 = 대구 김건호 기자] "같이 있는 것만으로 즐겁습니다."
SSG 랜더스의 단기 대체 외국인 투수 시라카와 케이쇼는 일본 독립리그 도쿠시마 인디고삭스에서 활약했던 투수다. 그는 생애 첫 프로야구선수 생활을 한국에서 하게 됐다. 단 한 차례도 해외 땅을 밟지 못했던 그는 SSG에서 활약하기 위해 여권까지 만들었다.
시라카와는 SSG에 입단한 뒤 많은 팬의 관심을 받고 있다. SSG 공식 소셜미디어(SNS)에 올라온 시라카와의 영상은 많은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한다. '감자'라는 별명도 생겼다.
19일 경기 전 취재진을 만난 시라카와는 "실감이 나지 않는다. 댓글이 한글이어서 못 알아보는데, 인디고삭스에 있던 팀 동료 중 한국인 선수가 있다. 그 선수가 읽고 메신저로 '감자'라고 놀린다"며 "일본에서는 감자라고 불리면 특별하게 귀엽다는 의미가 없는 단어라서 와 닿지 않았는데, 한국에서 귀엽다는 의미로 통하는 것 같아서 기쁘다"고 말했다.
시라카와의 한국 생활을 도와주는 동료도 있다. 바로 한두솔이다. 한두솔은 과거 일본 오샤이 리세이샤 전문대학에서 야구를 했다. 일본어를 모르던 시절 일본으로 건너가 프로의 꿈을 키웠다. 반대로 시라카와는 한국에서 첫 프로 생활을 하고 있다.
시라카와와 함께 인터뷰를 한 한두솔은 "고척에서 시라카와 등판했을 때 제가 등판했는데, 신선했다"며 "옛날 생각 많이 난다. 당시 첫 해 때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 말이 안 통했다. 대화하려면 핸드폰을 들고 다니면서 번역기를 이용했다. 하루가 되게 바빴다. 오전에 야구하고 오후에 일본어 공부하고 저녁에 아르바이트를 했다. 시라카와가 와서 한 번씩 기억난다"고 밝혔다.
시라카와는 데뷔전이었던 1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5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승리를 챙겼다. 하지만 7일 부산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1⅓이닝 8실점(7자책)으로 무너졌다. 그 후 재정비한 뒤 13일 인천 KIA 타이거즈전 때 다시 마운드에 올랐는데, 5이닝 1실점으로 쾌투하며 올 시즌 두 번째 승리를 거뒀다.
시라카와가 다시 호투를 펼치는 데 있어서 주장 추신수의 역할도 컸다. 시라카와는 "KIA전을 앞두고 주장 추신수가 해준 말이 있다. 지금까지 제가 해왔던 것 중에 틀린 것은 없으니까 계속 자신감을 갖고 던지라고 말해줬다. 그 말이 머릿속에 기억에 남는다"며 "그것을 계속 상기시키기 위해서 모자에 자신감 중 신(信)자를 적어놓고 지금도 계속 보면서 복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두솔은 데뷔 후 처음으로 풀타임 불펜 자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올 시즌 37경기에 나와 1패 2홀드 30⅔이닝 21사사구 34탈삼진 평균자책점 4.99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 1.66을 기록 중이다.
한두솔은 "지금까지 힘들다고 생각한 적 한 번도 없다. 항상 행복한 마음으로 마운드에 올라간다. 팀과 같이 훈련하고 이동하는 것도 너무 좋다"며 "앞으로도 계속 그냥 재밌게 팀을 위해서 던지고 싶다"고 했다.
한두솔은 시라카와와 함께 홍대에 가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생일을 맞은 시라카와를 위해 유명 브랜드의 옷을 선물해 주기도 했다.
한두솔은 "홍대를 같이 갔다. 이후 한강이 보이는 산을 갔다. 시간이 되면 한 번 더 같이 돌아다닐 생각이다. 제가 시라카와에게 어디 가고 싶은지 물어봤는데, 정보가 없어서 어디가 어딘지 모른다"며 "갔을 당시 다음 날이 시라카와 생일이었다. 그래서 티셔츠를 하나 생일 선물로 사줬다"고 전했다.
시라카와는 "한두솔과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즐겁다"고 웃으며 이야기했다.
Copyright © 마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