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고농축 우라늄 생산시설 확장…“핵무기 생산 능력 더 근접”

2024. 6. 20.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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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심분리기 추가…우라늄 생산 360% 증가할 수도”
신속한 핵무기 생산 가능할 듯
지난 2021년 이란 방송 네트워크가 공개한 나탄즈의 농축 시설의 원심분리기들. [AP]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이란이 우라늄 농축시설을 확장하면서 핵무기 생산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9일(현지시간) 미 워싱턴포스트(WP)는 기밀 문서와 무기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 이란 핵시설에서 진행 중인 대규모 확장 공사로 고농축 우라늄 생산량이 세 배 이상 증가, 신속한 핵무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도했다.

지난 13일 IAEA의 보고서에 따르면 이란은 나탄즈와 포르도 지하 핵시설에 우라늄 농축을 위한 원심분리기를 추가 설치했다.

IAEA는 “9일과 10일, 이란은 각각 174개의 IR-6 원심분리기를 담은 8개의 원심분리기 캐스케이드를 앞으로 3~4주에 걸쳐 포르도 우라늄 농축시설(FFEP) 1호기에 설치할 것이라고 IAEA에 통보했다”고 설명했다. 추가 규모는 원심분리기 174개로, 일부는 설치가 이미 마무리됐다.

IR-6는 가장 발전한 형태의 원심분리기로 1세대격인 IR-1보다 농축 속도가 10배 정도 향상된 것으로 알려졌다. 캐스케이드는 연속 농축을 위해 원심분리기 다수를 연결한 설비다.

이와 관련, 워싱턴 비영리단체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의 데이비드 올브라이트는 추가로 설치된 원심분리기가 포르도 농축 시설의 우라늄 용량을 360% 증가시킬 것으로 예측했다.

이란은 이미 수 일 내로 핵무기급 우라늄을 추가 정제할 수 있는 약 300파운드의 고농축 우라늄을 비축하고 있다. 미 정보 당국자들과 무기 전문가들은 미사일에 장착할 수 있는 핵탄두를 만드는데 아마 2년이 더 걸릴 수 있지만, 이미 이란이 핵무기에 대한 기술 노하우의 대부분을 축적한 것으로 추정했다.

올브라이트 회장은 “포르도에 위치한 우라늄 농축 시설의 IR-6가 완전히 가동된 후 한 달 이내면 약 320파운드의 무기급 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다. 핵폭탄 5개를 제조할 수 있는 양이다”라며 “두 달 안에는 500파운드에 이르는 우라늄을 비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당 지하 시설에서 이란은 전례 없을 정도로 신속한 핵무기 생산 능력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심분리기가 추가 설치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이란이 사실상 임계점에 이른 핵보유국이 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WP는 전했다.

WP에 제공된 기술 분석에 따르면, 포르도에서만 매달 여러 개의 핵무기 수준의 원자력 연료를 축적할 수 있다. 포르도의 지하 핵시설이 이란의 두 우라늄 농축 시설보단 작지만, 핵 시설이 지하에 설치된 탓에 공습에도 안전하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는다.

나탄즈 핵시설의 경우 우라늄 농축용 IR-2M 원심분리기 수천 대를 추가해 우라늄 용량을 확장할 수도 있다고 올브라이트 회장은 전했다.

앞서 이란은 지난 2015년 체결된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 따라 202.8㎏의 저농축(3.67%) 우라늄만 보유할 수 있었다. 당시 이란이 핵무기 개발 노력을 중단하는 대가로 대이란 경제제재를 해제한다는 내용을 합의에 포함됐다.

그러나 미국은 2018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당시 핵 합의를 일방적으로 폐기하고 대이란 제재를 복원했다. 이후 이란은 우라늄 농도를 60%까지 높이는 한편 비축량도 늘려왔다. 고농축 우라늄 생산은 이란의 핵무기 제조 시도로 의심받는다.

핵 합의를 되살리려면 이란 내 핵시설에 대한 IAEA의 투명한 사찰이 보장돼야 하는데, IAEA의 검증 요구에 이란은 소극적인 상황이다.

다만 이란이 당장 핵무기 생산에 돌입함으로써 미국이나 이스라엘에 군사 공격을 드러낼 의지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미국의 분석가들은 평가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미국 관리는 “우리는 이란이 현재 시험 가능한 핵 장치를 생산하는데 필요한 주요 활동을 하고 있다는 징후를 보지 못하고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우리는 이란의 핵 활동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그들을 계속 감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워싱턴 싱크탱크인 우드로윌슨 국제학자센터의 로버트 리트왁 수석부소장은 “이란이 스스로를 임계점에 이른 핵보유국으로 묘사하려는 것은 정권 생존을 위한 협상 카드”라며 “현재로선 이란 정권이 핵무기화를 진행할 정도의 실존적 위협에 직면해있진 않다”고 덧붙였다.

yckim645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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