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보험업, 부동산PF 정상화 `최대 5조` 쏟아붓는다

금융위 '신디케이트론' 출범
경락자금·유동성 등 4개 유형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20일 은행·보험업권 PF 신디케이트론 업무협약 체결식이 열렸다. 사진 앞줄 왼쪽부터 이재근 국민은행장, 이승열 하나은행장, 조병규 우리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석용 농협은행장,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여승주 한화생명 부회장, 김중현 메리츠화재 대표이사, 이문화 삼성화재 대표이사, 정종표 DB손해보험 대표이사, 김우석 삼성생명 부문장, 뒷줄 왼쪽부터 조용병 은행연합회장, 이준수 금융감독원 부원장, 김철주 생명보험협회장, 이병래 손해보험협회장. [금융위원회 제공]

은행과 보험업계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의 '질서있는 구조조정'을 지원할 신디케이트론을 출범했다. 1조원 규모다. 신디케이트론은 여러 금융회사로 구성된 차관단이 같은 조건으로 돈을 빌려주는 일종의 집단대출이다. PF 사업장의 연착륙과 재구조화 등 '투트랙' 지원을 위해 업권이 협심한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2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은행과 보험업권이 'PF 신디케이트론' 업무협약 체결식을 갖고 이같은 내용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협약식에는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 이준수 금융감독원 부원장을 비롯해 NH·신한·우리·하나·KB 등 5개 은행장과 한화생명·삼성생명·메리츠화재·삼성화재·DB손해보험 최고경영자(CEO), 은행연합회장, 생명보험협회장, 손해보험협회장 등이 참석했다.

이번 대출은 지난 5월 14일 신디케이트론 조성안을 발표한 후 6차례 실무회의를 거쳐 마련됐다. 금융당국에서는 신디케이트론이 부동산 PF 사업 정상화를 위한 마중물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디케이트론의 유형은 총 4가지. △차주 유형 및 자금 용도에 따라, 경·공매 낙찰을 받아 신규로 부동산 PF 사업을 진행하기 희망하는 신규 사업자에게 대출하는 '경락자금대출' △소유권·인허가권을 양수받아 수의계약으로 사업장을 인수하여 사업을 진행하고자 하는 차주에게 대출하는 '자율매각 사업장 인수자금 대출' △부실채권(NPL) 금융기관 및 NPL 펀드가 부동산 PF 사업장 NPL 할인매입 과정에서 필요한 자금을 대출하는 'NPL 투자기관 대출' △정상적으로 사업이 진행되고 있으나 공사비 부족 등 유동성 애로를 겪는 사업장에 대출하는 '일시적 유동성 애로 사업장 대출' 등이다.

은행과 보험업권은 대출현황과 시장상황에 따라 최대 5조원까지 신디케이트론 규모를 확대할 방침이다. 비중은 은행 80%, 보험 20%다. 은행이 출자하는 최대자금이 4조원에 달하는 셈이다.

대출은 사업성을 고려해 주거 사업장을 우선 지원한다. 비주거 사업장은 제한적으로 취급한다. 최소 대출금액은 300억원이다. 다만 주간사가 차주 요건 등을 감안해 조정할 수 있다.은행은 채권액 기준 4분의 3 이상의 채권보유 금융기관의 승인을 얻어 신디케이트론을 운영한다. 반면 보험권은 기존 여신시스템, 취급규모 등을 고려해 자산운용사(론펀드)를 통한 단일한 의사결정 체계를 구축했다.김 부위원장은 "금번 신디케이트론이 공공부문의 손실 흡수와 같은 별도 보강 장치 없이 금융업권이 스스로 부동산 PF 연착륙을 위해 민간재원만으로 조성됐다는 점에 대해 큰 의미가 있다"면서 "은행·보험업권 PF 신디케이트론이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고 브릿지론의 본PF 전환이 용이해 경·공매 시장에 참여한 참여자의 매수여력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은행·보험권 신디케이트론을 희망하는 사업자는 5대 은행 중 한 곳을 선택해 대출 가능 여부 등을 상담을 받을 수 있다. 대출 취급 검토를 위해 사업장 정보 확인서를 은행에 제출하면, 동일 사업장에 대해 다른 신규 사업자와 상담할 수 없다. 이해상충을 막기 위해서다.

김경렬기자 iam10@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