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김정은·푸틴이 쏘아올린 신냉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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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이틀도 안되는 일정이지만 푸틴과 김정은의 정상회담은 한반도에서 신냉전 질서를 확고히 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김정은과 푸틴은 "당사자 중 한쪽이 침략당할 경우 상호 지원을 제공한다"고 약속했다.
만일 상황이 더 악화돼 한반도에 전술핵을 배치한다면 중국이 조급해질 수 밖에 없다.
한반도는 한쪽이 더 군사력을 강화하면 미·중·러도 가만히 있지 않는 함정 속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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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이틀도 안되는 일정이지만 푸틴과 김정은의 정상회담은 한반도에서 신냉전 질서를 확고히 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김정은과 푸틴은 "당사자 중 한쪽이 침략당할 경우 상호 지원을 제공한다"고 약속했다. 물론 이 조약이 1961년 7월 북한과 소련이 맺은 조·소 상호방위조약과 비교해 어느정도의 신뢰를 담보하고 있는지 알 수 없으나 지난 30여년 간 볼 수 없었던 북러 간 밀착을 목격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북한의 제갈길 전략은 이미 하노이 북미회담이 결렬되고 윤석열 정부가 한미일 밀착 외교를 선언한 순간 예견된 것이었다. 북한의 3대 세습 지도부는 지난 30년간 핵을 가지고 미국과 외교.경제 협력 관계를 수립하려고 무진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핵을 빌미로 기름도 받아먹고 식량도 받아먹기는 했지만 원만한 외교관계 수립을 통해 체제보장을 얻는데 끝내 실패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결국 미국도 믿을 수 없고 남한도 도움이 안된다는 판단하에 '내 스스로 갈길을 가겠다'고 선언하고 남한과의 관계를 국가 대 국가로 규정했고, 남북관계의 창을 완전히 닫아버렸다. 이런 와중에 설상가상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졌고 북한의 포탄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푸틴은 '누이 좋고 매부 좋다'는 식으로 김정은과 급속히 가까워졌다.
북러간 밀착은 한반도의 지정학적 운명을 다시 한번 일깨운다. 4대 강국과 지정학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한반도는 지난 30년 간 러시아의 급속한 세력 쇠퇴상태에 있었다. 하지만 서반구 저 멀리서 벌어진 우크라이나 전쟁은 갑자기 한반도를 4대 강국의 이해가 충돌하는 현장으로 복귀시키고 말았다. 안타깝게도 정부는 상황관리를 해야 했지만 미·일 일변도 외교로 일관했고, 한반도는 세력의 각축장으로 빠져드는 결과를 초래했다.
북러간 밀착은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을 현저하게 높일 수 밖에 없다. 러시아의 선진 군사기술을 필요로하는 북한은 무기를 더욱 첨단화시킬 것이고, 러시아 또한 그간 중국에 일임해왔던 동북아 질서에 적극 관여하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양국간 군사밀착이 강화될수록 한미 또한 포화력을 집중할 수 밖에 없게 됐다. 만일 상황이 더 악화돼 한반도에 전술핵을 배치한다면 중국이 조급해질 수 밖에 없다.
한반도에서 신냉전은 구냉전보다 훨씬 복잡하다. 구냉전은 미·소를 중심으로 한 패권경쟁이어서 외교관리가 상대적으로 단순했다. 그러나 신냉전은 복잡다단하다. 미국의 힘은 예전같지 않다. 이스라엘과 이란 등 중동 사태에서 보듯 미국의 영향력은 한계가 명확하다. 미국도 이미 세계 경찰을 포기하고 파이브아이스나 오커스 같은 동맹체제로 세계질서에 대응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의 결속으로 유엔기능도 사실상 무력화된 상태이다.
한반도는 한쪽이 더 군사력을 강화하면 미·중·러도 가만히 있지 않는 함정 속에 빠져들었다. 11월에 미국에서 대선이 있지만 이런 신냉전 구조가 얼마나 갈지 지금으로썬 알 수 없다. 자칫하면 화약고의 위험 속에 처할 수 있다. 이런 때일수록 일방 외교보다는 외교적 관여를 통한 상황관리가 더욱 중요하다. 윤석열 정부가 강한 군사력을 앞세우더라도 중국, 러시아는 물론 남북 간에도 대화를 할 수 있는 유연한 구조로 가지 않으면 안되는 시점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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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구용회 논설위원 goodwill@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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