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스톤헨지에 주황색 스프레이 ‘치익’… 환경단체, 또 과격 시위

박선민 기자 2024. 6. 20.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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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스톤헨지에 주황색 스프레이를 뿌리고 있는 저스트 스톱 오일 소속 활동가들. /로이터 연합뉴스

영국 환경단체가 화석연료의 퇴출을 요구하며 세계적인 관광명소 스톤헨지에 주황색 스프레이를 마구잡이로 분사하는 일이 벌어졌다.

19일(현지 시각) 영국 일간지 가디언 등에 따르면, 이날 경찰은 윌트셔 솔즈베리 평원에 있는 스톤헨지에 주황색 물질을 뿌린 혐의로 니엄 린치(21)와 라잔 나이두(73) 등 2명을 체포했다.

체포된 이들은 모두 환경단체 ‘저스트 스톱 오일’ 소속 활동가들로, 정부에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을 요구하며 이 같은 일을 벌였다. 단체는 엑스(옛 트위터)에 “2명이 차기 정부에 2030년까지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을 위한 구속력 있는 협약을 요구하면서 하지(夏至) 전날 행동에 나섰다”고 적었다.

단체는 스톤헨지에 뿌린 스프레이가 친환경 재료로 만들어져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사라질 거라고 주장했다. 단체는 “이 분말 물감은 옥수숫가루로 만들어져 비에 씻겨나갈 테지만 기후와 생태 위기의 재앙적인 결과를 줄이기 위한 정부 행동의 시급한 필요성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단체는 당시 상황이 담긴 영상을 직접 첨부하기도 했다. 이를 보면, 회원 두명이 스톤헨지에 주황색 스프레이를 뿌려댄다. 주변에서 “그만해” “멈춰” 등을 외치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결국 스톤헨지의 일부 돌기둥은 원거리에서 봐도 확연하게 보일만큼 주황색으로 물들었다. 이런 훼손은 유적지 관계자로 보이는 인물이 스프레이를 압수하면서 끝났다.

스톤헨지에 주황색 스프레이를 뿌리고 있는 저스트 스톱 오일 소속 활동가들. /엑스

스톤헨지는 거대한 돌기둥을 원형으로 세우거나 눕혀 쌓은 유적으로, 기원전 3100∼기원전 1600년 여러 단계에 걸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유네스코(UNESCO) 세계유산으로 등재돼 있으며 전 세계에서 수많은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명소 중 한 곳이다.

이에 엑스 측은 단체가 올린 영상 하단에 “스톤헨지는 법적으로 보호받는 기념물이자 세계유산”이라며 “이러한 행위는 불법이며, 기념물과 희귀한 이끼류 군집을 손상시켰을 수 있다”는 문구를 달았다.

리시 수낙 총리도 “이것은 영국과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중요한 기념물 중 하나에 대한 수치스러운 기물 파손 행위”라며 단체를 비판했다.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 역시 단체를 향해 “한심하다”면서 “이번 시위는 어이가 없다”고 했다.

이번 일로 스톤헨지 주변 길이 폐쇄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광객은 “그들은 전 세계에서 온 사람들이 명소를 관람하고 구경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았다”고 했다.

경찰은 현지 유산청과 협력해 체포된 단체 활동가들에 대한 조사를 이어가는 중이다.

한편 저스트 스톱 오일은 과격한 시위를 진행하기로 악명 높은 단체다. 이들은 과거에도 석유 사용 중단을 말하며 고흐의 ‘해바라기’와 요하네스 페르메이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등 유명 작품에 토마토수프를 뿌리는 행위를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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