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채상병 기록 회수 당일’ 개인폰으로 전방위 전화…이시원도 집중 연락
이 전 비서관도 이첩·회수 전후로 유재은·임기훈 등과 수차례 통화·문자 확인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8월2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과 세 차례 연락한 이후 국방부 차관과 국방비서관과도 잇달아 통화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모두 윤 대통령이 검찰에 있을 때부터 사용하던 개인 폰으로 접촉했다. 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건 기록이 회수한 당일인 이날 윤 대통령 최측근인 이시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도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과 4차례 연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20일 군사법원에 제출된 통화기록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작년 8월2일 채상병 기록이 경찰로 이첩됐다가 회수된 당일 개인 휴대전화로 신범철 당시 국방부 차관과 임기훈 국방비서관에게도 연락했다.
尹, 8월2일 개인폰으로 이종섭·신범철·임기훈에 연락
윤 대통령은 당일 오후 13시25분 임 전 비서관에게 전화를 걸었고, 13시29분까지 4분51초간 통화했다. 같은 날 오후 4시21분에는 신 전 차관에게 전화해 10초 가량 통화했다.
임 전 비서관이 대통령 전화를 받기 전인 낮 12시부터 오후 1시 사이, 윤 대통령은 이 전 장관에게 세 차례 연락해 18분 넘게 통화한 것으로 파악됐다.
모두 검찰 때부터 쓰던 개인 휴대전화 번호로 연락했다. 특히 이 전 장관은 대통령 연락을 받던 시점 우즈베키스탄 출장 중이었다. 해외 출장을 떠난 장관에게 개인번호로 연락한 윤 대통령은 장관과 세번째 통화를 끝낸 후 약 27분 뒤 임 전 비서관에게 전화했다.
앞서 윤 대통령과 이 전 장관의 통화 기록이 확인되면서 수사기록 회수 절차와 관련된 논의나 지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여기에 대통령과 신 전 차관, 임 전 비서관 간 통화 기록까지 나오면서 '통화 내용'에 대한 규명 목소리가 한층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당시 해병대 수사단은 오전 10시30분께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 등 간부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경북경찰청에 이첩을 완료한 상태였다.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경북청 간부에게 전화해 '사건 기록 회수'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오후 1시50분 직전까지, 또 회수 지시가 내려진 이후 대통령과 장·차관, 비서관 사이에 연락이 집중된 것이다.
'尹 복심' 이시원도 이첩·회수 당일 긴박한 연락
윤 대통령이 국방 참모들과 전방위 연락을 하던 시각, 이시원 당시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도 바쁘게 움직였다. 이 전 비서관은 윤 대통령이 신 전 차관에 전화하기 직전인 오후 4시16분과 4시19분께 두 차례 신 전 차관에 연락해 통화했다.
특히 이 전 비서관은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과 당일 4차례 문자와 통화를 주고받았다. 통화기록에는 유 전 관리관이 작년 8월2일 오후 1시42분과 오후 4시45분 이 전 비서관에게 문자를 보낸 것으로 돼 있다. 두 번째 문자를 받은 직후 이 전 비서관이 유 전 관리관에게 문자로 답장했고, 유 관리관은 이 전 비서관에게 전화를 걸어 오후 4시46분께 2분46초간 통화한다.
이 전 비서관은 유 전 관리관 뿐 아니라 임 전 비서관과도 수차례 연락했다. 임 전 비서관은 이 전 비서관에게 이날 낮 12시14분께 전화를 걸어 44초간 통화하고, 다시 15분 뒤 전화를 걸어 36초간 통화한다. 12시32분께 이 전 비서관이 문자를 보내자 임 전 비서관이 답장했고, 이 전 비서관이 12시48분께와 오후 1시21분 각각 임 전 비서관에게 전화를 걸었다.
임 전 비서관은 오후 1시42분께 유 전 관리관과도 2분12초 간 통화했다.
수사외압 의혹 핵심 인물로 떠오른 관계자들이 연락을 수 차례 주고 받은 이후 국방부 검찰단은 항명 혐의로 박 전 단장을 입건했고, 당일 오후 7시20분께 경북경찰청으로부터 사건을 회수했다.
사건 회수를 앞둔 상황에서 유 전 관리관은 김동혁 국방부 검찰단장에게 오후 2시44분께 전화를 걸어 8초간 통화했고, 회수된 시점인 오후 7시26분께 서로 한 차례씩 문자를 주고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회수 다음날인 8월3일에도 유 전 관리관은 오후 5시11분과 6시47분께 김 단장에게 두 차례 전화를 걸었다. 그 사이에 이 전 비서관(6분41초), 임 전 비서관(5분26초),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실 소속 고아무개 행정관(6분26초)과도 통화했다.
사건 기록이 회수된 날부터 국방부 조사본부로 이관된 8월9일까지 유 전 관리관은 이 전 비서관과 총 5차례 통화했다.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이 국방부 법무관리관과 수차례 연락한 것 자체로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분석이다. 앞서 대통령실은 이 전 비서관이 유 전 관리관과 연락한 데 대해 "업무상 연락"이라고만 답했을 뿐 구체적인 대화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수사외압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유 전 관리관에 대한 3차 소환조사를 검토 중이다. 유 전 관리관은 국방부가 사건 기록을 회수한 지난해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이 전 비서관에게 10차례 넘게 대면보고까지 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유 전 비서관은 지난 4월26일과 29일 두 차례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는데, 공수처는 국방부 조사본부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 결과를 토대로 유 전 비서관 추가 소환이 불가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야당 의원들은 오는 21일 예정된 '채상병 특검법' 입법청문회에서 수사외압과 국방부 조사본부의 혐의자 축소(8명→2명) 과정 등을 집중 질의할 전망이다. 만일 증인으로 채택된 이시원 전 비서관, 이종섭 전 장관, 임성근 전 1사단장, 유재은 전 관리관 등이 출석하지 않을 경우 고발 조치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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