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웹의 괴력…쌀알 크기 하늘서 초신성 80개 찾았다

곽노필 기자 2024. 6. 20.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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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필의 미래창
제임스웹망원경, 초기우주 관측 성과
가장 오래된 것은 우주 나이 18억년
과학자들이 제임스웹을 이용해 우주 초기에 폭발한 초신성 79개(파란색 동그라미)를 발견했다. 나사 제공

역대 최강의 적외선 관측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제임스웹우주망원경(JWST)의 초신성 사냥이 본궤도에 올랐다.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이 우주 초기에 출현한 초신성을 무더기로 발견했다.

초신성이란 별이 생의 마지막 단계에서 극적인 폭발을 일으키며 강력한 빛을 내는 현상을 말한다. 태양과 크기가 엇비슷하거나 조금 큰 별은 적색거성으로 부풀어 올랐다가 다시 응축하며 백색왜성으로 생을 마감하지만 태양 질량의 8배가 넘는 큰 별은 초신성 폭발을 일으킨다. 폭발은 불과 몇 시간 만에 끝나지만 초신성은 몆 주~몇 달 동안 밝게 빛난다. 이후 중성자별이나 블랙홀이 된다.

미 애리조나대 연구진은 최근 위스콘신주 매디슨에서 열린 제244차 미국천문학회 학술대회에서 제임스웹의 초기 우주 관측 프로그램(JADES)에서 얻은 영상 데이터 분석을 통해 79개의 초신성을 발견했다고 발표하고 연구 내용을 사전출판 논문 공유집 아카이브에 게재했다. 이번 연구로 초기 우주에서 찾아낸 초신성 수는 단박에 10배 이상 늘었다.

제임스웹이 초신성을 찾는 방식은 빛의 적색편이를 이용하는 것이다. 적색편이란 멀리 떨어져 있는 빛일수록 파장이 긴 적색을 띠는 현상을 말한다. 따라서 적색편이 값이 높을수록 멀리 있다는 걸 뜻한다.

제임스웹우주망원경 이전엔 적색편이 2 이상에서 소수의 초신성만 발견됐다. 이는 우주의 나이가 현재 나이의 25%인 33억년에 해당하는 때다. 반면 제임스웹 데이터에는 우주 나이 20억년 미만 때의 초신성까지 있다.

연구진은 초신성을 찾아내기 위해 2022~2023년에 걸쳐 최대 1년 간격을 두고 촬영한 사진을 비교해, 두 사진에서 사라지거나 새로 나타난 별을 살펴봤다. 초신성은 시간이 지나면서 밝기가 변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분석한 데이터는 팔을 뻗었을 때의 크기 기준으로 쌀알 두께 정도인 아주 작은 하늘 영역에서 얻은 것이다. 연구진은 각 이미지마다 100시간이 넘는 관측 시간을 할애했기 때문에 심도 깊은 이미지를 얻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연구진이 이를 분광학 전문가에게 맡겨 분석한 결과, 우주 나이 18억년 때에 폭발한 것(적색편이 3.6)을 포함해 다수의 초신성이 확인됐다.

과학자들은 2022년과 2023년에 촬영한 이미지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초신성을 찾아냈다. 왼쪽 두개는 새로 폭발한 초신성, 오른쪽은 이미 폭발해 빛이 사라지고 있는 초신성이다. 나사 제공

태양 밝기의 50억배…우주 거리 측정 좌표로

초신성에는 핵붕괴형과 핵융합형 두 가지 유형이 있다. 핵붕괴 초신성(1b형, 1c형, 2형)에서는 무거운 별이 자체 중력에 의해 생애 마지막에 폭발한다. 핵융합 초신성(1a형)에서는 백색 왜성이 인근에 있는 별의 물질을 흡수하면서 폭발을 일으킨다.

백색 왜성이 물질을 흡수하는 한도는 태양 질량의 1.4배다. 이 임계질량을 넘어서면 더는 자체 무게를 지탱할 수 없어 폭발한다. 따라서 폭발 시 내는 빛의 밝기가 태양의 50억배로 일정하기 때문에 우주 거리 측정의 좌표 역할을 할 수 있다. 1a형 초신성은 두 별의 상호작용으로 인해 생기는 것이라서 ‘쌍성계 초신성’이라고도 부른다.

과학자들이 특히 관심을 갖는 대상은 1a형 초신성이다. 이 초신성은 밝기가 일정해서 우주 거리를 측정하고 우주의 팽창 속도를 계산하는 데 사용된다.

연구진은 적색편이 2.9로, 역대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1a형 초신성 ‘SN 2023adsy’(왼쪽 사진 가운데)도 발견했다. 2022년 사진에선 희미했던 것이 2023년 사진에선 매우 밝아졌다. 오른쪽 흑백사진은 청색, 녹색, 적색 필터로 찍은 사진 원본. https://arxiv.org/pdf/2406.05089

“제임스웹은 초신성 발견 기계”

연구진은 이번에 발견한 초신성 중에서 적색편이 2.9인, 역대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1a형 초신성 ‘SN 2023adsy’를 발견하는 성과도 거뒀다. 우주 나이가 23억년이던 115억년 전 폭발한 초신성이다. 이전에 확인한 1a형 초신성 가운데 가장 오랜 기록은 우주 나이 34억년(적색편이 1.95) 때 폭발한 것이었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이번 연구의 최대 성과는 제임스웹이 초신성 발견 기계라는 걸 확인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연구진은 “제임스웹은 감도가 매우 좋기 때문에 관측하는 거의 모든 곳에서 초신성을 비롯한 과도적인 천문 현상을 탐지한다”며 “이번 연구는 제임스웹을 이용한 광범위한 초신성 관측의 첫번째 단계”라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앞으로 태양보다 중원소가 훨씬 적은 별에서 탄생하는 초신성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논문 정보
https://doi.org/10.48550/arXiv.2406.05060
The JADES Transient Survey: Discovery and Classification of Supernovae in the JADES Deep Field.
https://doi.org/10.48550/arXiv.2406.05089
Discovery of An Apparent Red, High-Velocity Type Ia Supernova at z = 2.9 with JWST.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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