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미디어 파도] AI가 광고를 만든다? "중요한 건 인간의 판단력"

윤수현 기자 2024. 6. 20.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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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 AI로 TV광고 제작한 컴파운드컬렉티브·LG유플러스
영상업계 일자리 위기?… "기존 방식만 고수하면 살아남기 어려워"

[미디어오늘 윤수현 기자]

▲LG유플러스와 컴파운드컬렉티브가 제작한 100% AI 활용 광고. 사진=LG유플러스

LG유플러스는 지난달 24일 국내 최초로 생성형 AI를 기반으로 만든 TV광고를 공개했다. 광고는 “우리는 통신회사였다”는 손석구 배우의 내레이션으로 시작되며, 카메라가 건물 사이를 빠르게 이동하고 어린아이가 순식간에 어른으로 변하는 모습도 담겨 있다. 30초 길이의 광고를 만들기 위해 20만 프레임이 사용됐고, 기획부터 완성까지 2개월이 걸렸다. LG유플러스와 전이안 감독은 LG유플러스 자체 AI인 익시와 8개 AI 프로그램을 사용해 광고를 제작했다.

미디어오늘은 지난 13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컴파운드컬렉티브 사무실에서 생성형 AI만을 활용해 상업광고를 제작한 전이안 컴파운드컬렉티브 감독과 김영호 LG유플러스 통합브랜드마케팅팀 책임, 서영민 AI기술담당 비전기술팀 선임을 만나 AI의 일상화가 콘텐츠 산업에 미치는 영향, 이번 광고 제작 이유 등을 물었다. 아래는 일문일답.

▲전이안 컴파운드컬렉티브 감독. 사진=컴파운드컬렉티브

- 국내 처음으로 AI 프로그램만을 사용해 상업광고를 제작했다. 처음 아이디어를 낸 계기는 무엇인가. 또 제안받고 든 생각은 무엇인가.

김영호= “지난해 통신업계 최초로 AI를 활용해 광고를 제작했는데, 좋은 평가를 받았다. 새로운 광고를 만들기 위해 광고대행사인 HS애드와 함께 고민하던 찰나, 전이안 감독이 한국관광공사·서울시와 만든 AI 영상을 접하게 됐다. 고민을 해결할 수 있을 거란 확신에 연락하게 됐다. 실무자 입장에선 두려운 부분이 있다. AI로 광고를 제작하는 게 쉽지 않은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임원을 설득할 수 있을지 걱정도 됐다. 하지만 CEO를 비롯한 임원진이 먼저 분위기를 조성해줘서 자연스럽게 일을 진행할 수 있었다.”

전이안= “영상 콘텐츠 산업은 시각적·청각적 자극을 극대화하고, 그 안에 메시지를 담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효율성과 반응성이 좋은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해나가야 하는데, AI는 여기에 딱 맞는 도구다. 100% AI만을 활용한 광고를 만들자는 LG유플러스 제안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

- 어떤 프로그램을 사용했나.

전이안= “익시와 미드저니, 빙, 달리, 매그니픽, 스테이블 디퓨전, 런웨이 등 현존하는 AI 프로그램을 사용했다. AI를 통한 영상 제작은 '경우의 수' 싸움이다. AI를 통해 만들어진 수많은 영상을 취합하고, 합성하는 과정이 무한히 반복되기 때문이다. 기획 단계에서 어떤 광고를 만들지 보여주는 스토리보드를 만드는데, 익시·미드저니·빙·달리 등으로 만든 이미지를 중심으로 작업했다. 이미지를 영상화하는 작업에는 익시·스테이블 디퓨전과 런웨이가 사용됐다. 광고에서 건물 사이를 빠져나가는 카메라 무빙이 있는데, 3D로 모델링하고 AI를 통해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과정을 거쳤다. 역동적인 카메라 움직임을 자연스럽게 연출하는 것에 노력을 기울였고, 기대보다 기술적 완성도가 높게 나왔다.”

서영민= “유플러스도 전이안 감독과 함께 영상 작업을 진행했다. 전이안 감독이 만든 시나리오대로 영상을 함께 만든 것이다. 가장 중심이 되는 키프레임을 제공해주고, 이를 바탕으로 영상을 제작하고 톤앤매너를 맞춰간 것이다. AI를 통해 만들어지는 영상을 합치는 작업도 전이안 감독과 사업팀, AI팀이 함께 했다. 마지막 후반작업의 경우 익시가 학습한 그림체를 적용해 색감을 입혔다. TV에 방영되는 광고다 보니 해상도를 높이는 작업도 익시를 통해 진행했다.”

▲LG유플러스와 컴파운드컬렉티브가 제작한 100% AI 활용 광고. 사진=LG유플러스

- 이번 광고는 AI가 광고 산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한 신호탄이 됐다. 앞으로 영상 산업에 어떤 변화가 있으리라고 보는가.

전이안= “주변 촬영 스태프들은 걱정하고 있다. 일거리가 없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한 가지 기술만 가지고 수년간 반복적인 일을 한 이들에겐 분명 악재일 수 있다. 비슷한 작품을 찍어내는 프로덕션에는 치명타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새로운 콘텐츠를 끊임없이 만들어야 하는 창작자 입장에서, 그리고 콘텐츠 산업 측면에서 악재가 아니라 호재다. 이제 AI는 하나의 기법으로 자리 잡았다. AI는 새로운 연출을 위한 중요한 기술이 됐다.”

- 영상 콘텐츠 분야에서 어떤 AI 기술을 적용할 수 있나.

전이안= “특유의 스타일이다. AI가 만들어낸 영상의 특징이 있다. 이를 기존 2D나 3D와 결합할 수 있다. 효율성 측면에서도 뛰어나다. 인간이 하지 못한 작업을 AI가 하는 경우도 있고, 다수 작업자가 3~6개월 동안 해야 할 작업이 AI를 쓰면 몇 분이면 나오기도 한다. 광고가 나온 이후 업계에서도 큰 관심을 가지는 건 이 때문이다.”

- 모든 걸 AI에 맞기는 게 능사는 아닌 것 같다. AI가 만든 작업물이라 할지라도 수작업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데, 인간이 할 일과 AI가 할 일의 경계를 나누는 것은 어렵기만 하다.

김영호= “인간과 AI의 경계에 대해 정답은 없다. 중요한 건 인간의 판단력이다. 예컨대 LG유플러스가 제작하는 AI 관련 콘텐츠 뒤에는 수많은 의사결정이 있다. 콘텐츠를 검수하고, 최적의 결과물을 골라내야 한다. AI가 인간의 일손을 덜어준 건 맞지만, 결과물이 나오기까지 거쳐야 할 고민은 더 늘어났다. AI의 기술을 전적으로 믿기는 어렵다. 인간의 판단력과 AI 기술이 적절히 조합되어야 최적의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 지금은 AI와 인간이 손발을 맞춰가는 과정이라고 본다.”

▲김영호 LG유플러스 통합브랜드마케팅팀 책임, 서영민 LG유플러스 AI기술담당 비전기술팀 선임. 사진=LG유플러스

- AI가 콘텐츠 산업에 종사하는 인력을 대체하고, 결과적으로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전이안= “전자책이 등장했다고 서점이 없어지지 않았다. 디지털아트가 등장했다고 기존 그림 시장이 죽은 것도 아니다. 새로운 시장이 형성된다. AI도 마찬가지다. 인력 시장만 본다면 변화는 분명하다. 이번 광고는 AI로 제작됐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촬영 스태프들은 프로젝트 하나를 잃은 거다. 하지만 그만큼 새로운 인력이 투입된다. 모든 AI 콘텐츠는 인간의 상상력과 AI 기술의 결합이다. 도전하는 창작자에게 기회의 문이 열렸다.”

- AI 기술이 일상화되면서 업무 방식이나 인재상도 변했을 것 같다.

전이안= “작업 방식에 많은 변화가 있다. 그동안 광고 PT를 할때 광고 시안을 만들기 위해 시간을 많이 썼다. 직접 합성하거나, 처음부터 이미지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AI의 등장으로 이 작업 시간이 단축됐다. 실제 광고 촬영에서 AI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지난 1월 AIA생명과 런던에서 손흥민 선수가 출연하는 광고를 제작했다. 현지 여건이 좋지 않아 고속촬영을 하기 불가능했다. 하지만 AI를 통해 고속촬영 효과를 줬다. 회사 구성원도 달라졌다. 기존 기술에 고집이 있는 이들은 함께 하기 어렵다. 고여있지 않은 직원을 모시고 있다. 새로운 AI 도구가 나오면 계속 실험하고, 변화에 적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콘텐츠 업계에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다. AI시대가 왔는데, 기존 방식만 고수한다면 지금 당장은 넘어갈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살아남기 어렵다. 나 스스로도 변화에 끌려다니기보다 리드하고 싶었다. 그래서 내부에 AI팀을 꾸리고 다양한 실험을 해보고 있다.”

- 이번 작업물에 대한 호불호가 갈리는 것 같다. 영상이 부자연스럽고, AI 제작 영상의 한계가 드러난다는 평론가 평가도 있다.

전이안= “AI를 통해 광고를 제작하면 부정적인 의견은 언제나 있다. 하지만 광고라는 게 모든 시청자를 만족시키기 위한 작품이 아니다. '넥스트 제너레이션'이라는 명확한 타깃이 있다. 평론가들 눈에는 광고가 부자연스러울 수 있지만, AI 영상 스타일에 환호하는 시청자도 있다. AI 기술에 관심을 갖는 타깃은 우리 광고에 더 집중할 수 있다. 모두를 만족시키지 못한다는 것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

서영민= “한계가 분명히 있었다. 다만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이 현대음악에 접근하기 힘든 것처럼, 장벽이 존재한다. 앞으로 AI 콘텐츠가 확대될 것이란 건 명확한데, 열린 마음이 있으면 좋겠다.”

▲LG유플러스와 컴파운드컬렉티브가 제작한 100% AI 활용 광고. 사진=LG유플러스

-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 AI가 제작한 사람이 실제 인간을 어설프게 닮으면 불쾌함이 증가한다는 이론)는 어떻게 극복했나.

전이안= “AI가 만든 인간 사진은 퀼리티가 너무 높아서 모델을 대체하는 경우도 있지만, 영상은 그렇지 않다. AI를 통해 다수의 사람을 영상화하는 건 당시 기술로 어려운 작업이다. 다행히 자연스럽게 나왔다. 사실 AI로 인물을 표현하는 건 아직 한계점이 있다. 3D로 대략적인 작업을 하고, 스테이블 디퓨전 등 AI를 통해 이를 자연스럽게 만들어냈다. 당시 기술에서 구현할 수 있는 최대치를 만들었다고 본다. AI가 가진 본연의 스타일을 최대한 살려 벽을 잘 넘어섰다.”

김영호= “내부 평가에서도 불쾌한 골짜기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심지어 '인간이 등장하는 장면을 빼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이야기도 있었다. 호불호가 있을 수 있지만,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시도해보자는것이 우리의 목표였다. AI로 제작한 광고이다 보니, AI스럽게 보이는 게 좋다고 봤다.”

- BGM이나 손석구 배우의 내레이션은 AI로 제작하지 않았다.

전이안= “AI로 음악을 만들 순 있지만, 아직 광고에 사용할 만큼의 조건을 갖추진 못했다. 음악이 영상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하는데, AI로 만들어진 음악은 아직 부족하다.”

김영호= “손석구 배우 내레이션을 AI로 제작하는 걸 고민하긴 했다. 테스트도 해봤고. 하지만 AI 기술을 자랑하기 위해 광고를 만든 건 아니다. 인간과 AI가 결합한다는 의미를 주고 싶었다. 실제 목소리를 광고에 담는 게 더 진정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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