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기후에 ‘펄펄’ 끓는 지구촌… 잦은 재해에 ‘벌벌’ 떠는 손보사[Global Focus]

황혜진 기자 2024. 6. 20.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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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lobal Focus
전세계 자연재해 보험금 지급액
최근 4년연속 1000억달러 돌파
미국 보험사 12곳 줄줄이 파산
위험 큰 지역선 사업 철수하기도
올해도 역대급 더위에 ‘초비상’
지난 1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스테이시 서쪽에 위치한 목장에서 발생한 산불이 번지면서 주택이 불타고 있다. AP 연합뉴스

역대 가장 더웠던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기후변화에 따른 이상기후 현상이 끊이지 않으며 손해보험업계가 비상이 걸렸다. 폭우, 폭염, 가뭄, 태풍 등 기상재해로 경제적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손실 보상 요구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손실에 대처할 시간보다 더 빨리 기상재해가 늘면서 사업을 중단하는 보험사까지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기상재해로부터 회복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기상재해 발생과 피해에 대한 보다 과학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보험업계, 4년 연속 1000억 달러 손실 = 최근 이상기후 현상이 증가하면서 보험사들의 손실도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있다. 글로벌 재보험사 스위스리에 따르면 지난해 자연재해 피해보상을 위해 각국의 보험사가 지급한 보험금 액수는 1080억 달러(약 149조 원)로, 4년 연속 1000억 달러를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1080억 달러는 최근 10년(2013∼2022년) 평균치인 890억 달러를 크게 웃돈 것이다. 또 최근 5년(2018∼2022년) 평균치인 1050억 달러보다 소폭 늘어난 수치다.

이처럼 지급 보험금 액수 증가는 최근 늘어나고 있는 기상재해에 따른 것이라고 이 보험사는 설명했다. 이 보험사는 또 지난해 건당 10억∼50억 달러의 중급 이상의 보험손실을 안긴 자연재해가 전 세계적으로 142건 발생했으며, 이들 대부분은 극단적 대류성폭풍(SCS)에 의한 것이었다고 분석했다. 대류성폭풍은 토네이도처럼 온도 차로 인한 공기의 수직 이동에서 발생하는 폭풍으로, 세찬 비바람과 뇌우·우박 등을 동반하고 특정 지역에 집중적인 비를 퍼부어 홍수, 정전, 화재 등 2차 피해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류성폭풍으로 지난해 글로벌 보험업계가 지급한 보험금만 640억 달러로 전체 지급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세계 2위 재보험사 스위스리는 자연재해가 매년 늘어남에 따라 연간 보험 손실금액이 5∼7%씩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지난 4월 22일 폭우로 주택과 거리가 물에 잠긴 중국 광둥성 칭위안시 마을을 찍은 드론 사진. 로이터 연합뉴스

◇손실확대에 사업 중단 잇따라 = 손실이 커지자 보험업계는 보험료율을 인상하거나 가입 조건을 까다롭게 변경해 손실 메우기에 나섰다.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조사 결과 지난해 보험사의 손실 보전 역할을 하는 재보험사의 40%가 최소 7.5% 이상 보험료율을 인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업계는 자연재해 손실 분석 모델을 고도화해 손실 최소화에 나섰지만 “기후 위험을 약관에 포함하는 것 자체가 보험금에 ‘불확실성 요인’을 추가하는 상황”이라고 퀸즐랜드대 리스크 전문가 폴라 자르자브코프스키는 말했다. 장기적 관점으로 봤을 때 신규 보험 중단은 물론 기존 보험을 매년 갱신하지 않은 것이 낫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고 보험업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자연재해 발생 위험이 큰 지역에선 보험사가 아예 철수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월 미국 최대 손해보험사인 스테이트팜은 캘리포니아주 전역에서 신규 주택보험 인수를 중단했다. 최근 매년 대형 산불이 발생해 이 지역 재보험료가 상승하자 재무건전성을 개선하기 위해 이 같은 조치를 내린 것이다.

앞서 2020∼2021년에도 루이지애나주에서 4개 허리케인이 몰아쳐 보험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12개 보험회사가 파산하고 50개 이상 보험사가 허리케인 관련 보험 인수를 중단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자연재해에 대한 보험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 2020년 발생한 기후 관련 경제적 손실은 1650억 달러에 달했으나, 보험으로 보전한 피해 규모는 60%에 불과했다.

◇‘기후변화’, 기업 3대 리스크로 부상 = 올해 이른 더위가 찾아오면서 지난해보다 기상재해가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세계 최대 보험사 알리안츠는 ‘2024년 위험 지표 보고서’에서 기후변화를 디지털화,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함께 올해 기업 경영 환경의 최대 리스크로 지목했다. 이는 전 세계 92개국, 24개 업종에 종사하는 306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 결과다.

또 알리안츠가 선정한 세계 10대 위험 요인 중에서는 ‘자연재해’가 3위에 올랐다. 지난해 6위에서 세 단계가 뛴 것이다. 최근 지진, 홍수, 산불 등 극단적인 기후 현상이 증가한 데 따른 결과라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지역으로 보면 크로아티아·그리스·홍콩·헝가리·말레이시아·멕시코·모로코·슬로베니아·태국 등 9개국에서 자연재해가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지목됐다. 지구온난화 등의 ‘기후변화’도 7위에 오르며 지난해에 이어 기업 경영의 주요 불안 요소로 꼽혔다. 멕시코와 튀르키예는 기후변화 리스크가 큰 국가로 꼽혔다.

국제기상 단체들은 올해 이상기후 현상이 더 극심해질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유엔 산하 세계기상기구(WMO)는 지난 6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향후 5년(2024∼2028년) 내 지구평균 기온이 온난화 한계점인 산업화 이전보다 1.5도를 초과하는 극한 기후로 돌입할 가능성이 80%에 달한다고 밝혔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도 올해가 역사상 가장 더운 해로 평가될 확률은 55%며 가장 더운 해 상위 5위 안에 포함될 확률도 99%에 달한다고 예측했다. 기온이 오르면 기록적인 폭염, 극심한 강우 및 가뭄과 잦은 산불, 해양 수온 상승과 빙하의 급격한 감소 등 기상 이변도 잦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황혜진 기자 best@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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