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이 내년, 후년보다 시원할 것이란 예측, 근거는 이렇습니다 [스프]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요즘 날씨가 심상치 않죠? 6월 날씨인데도 불구하고 꽤나 덥더라고요. 대구, 경북 지역에선 6월 10일부터 14일까지 닷새 연속 폭염주의보가 내려지기도 했고, 19일에는 서울의 최고 기온이 35℃를 찍으면서 올해 처음으로 폭염주의보가 내려졌어요. 그나마 제주도에선 19일 밤부터 장맛비가 내렸는데, 과연 달궈진 한반도의 열기를 식힐 수 있을까요? 오늘 마부뉴스에서는 이번 여름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기후위기가 일상이 된 오늘날, 해외 곳곳에서는 40℃를 넘나드는 극한 폭염으로 신음하는 사건들이 많습니다. 과연 우리나라의 이번 여름 상황은 어떻게 흘러갈지 데이터를 통해 한 번 분석해 봤습니다.
여름이 점점 빨라지고 있다
우리나라 기상청에서는 하루 최고 체감온도 33℃ 이상인 날을 폭염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기준을 가지고 폭염특보를 내리고 있죠. 사실 폭염특보가 시작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2007년에 시범사업으로 특보를 진행하다가 2008년부터 도입되었죠. 당시엔 체감온도가 기준이 아니라 단순 기온으로 발령을 했었습니다. 그랬다가 체감온도로 2020년부터 시범 운영을 했고, 2023년에 최종적으로 기준이 변경되면서 현재에 이르고 있어요. 현재는 체감온도가 33℃(35℃) 이상 2일 넘게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거나 중대한 피해 발생이 예상될 때 폭염주의보(경보)가 발표되고 있습니다.
체감온도로 폭염특보를 발표하기 시작한 2020년 이후의 데이터를 살펴보면 6월의 폭염특보는 더 이상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2020년엔 6월 3일에 폭염주의보가 발표되었거든요. 3일에 이어 4일, 7일, 8일, 11일, 14일, 20일, 21일, 22일 등 6월 한 달에만 9번의 폭염특보 발표가 있었습니다. 2021년에는 6월 중에 30일 단 한 번으로 줄어들었지만, 2022년에는 10번, 2023년에도 6번이 있을 정도로 이제는 흔한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6월부터 찾아오는 폭염 때문인 걸까요. 독자 여러분들도 점점 여름이 빨라지고 있다고 느끼지 않나요? 기상학적으로 우리나라 여름은 일평균기온이 20℃로 올라간 뒤 떨어지지 않는 날부터 시작됩니다. 마부뉴스가 한 번 일평균기온 자료를 가지고 정말로 과거에 비해 최근 여름이 더 앞당겨지고 있는지 체크해 봤습니다.
우선 기상청에서 제공해 주는 전국 일평균기온 데이터를 9일 이동평균을 냈습니다. 9일 이동평균은 기준 날 앞, 뒤로 4일을 포함해 총 9일의 평균을 낸 수치입니다. 가령 6월 5일의 9일 이동평균은 5일을 중앙에 두고 6월 1일부터 9일까지 일평균기온의 평균을 내는 식으로 말이죠. 이렇게 계산된 수치들 중에 20℃를 넘기는 날을 빨간색으로 칠해봤어요. 그래프를 보면 알겠지만 최근으로 오면 올수록 20℃를 넘기는 날이 점점 넓어지고 있다는 게 보이죠?
Q. 여름이 길어졌다면, 다른 계절은 어떻게 변했을까요?
2021년 기상청에서는 100년 이상 관측자료를 보유한 국내 6개 지점(인천, 부산, 목포, 서울, 대구, 강릉)의 데이터를 가지고 계절 변화를 살펴봤습니다. 분석 결과, 과거 30년(1912~1940년) 대비 최근 30년(1991~2020년)의 여름은 20일 더 길어졌습니다. 그 영향으로 최근 30년의 대한민국의 4계절 중 여름이 118일로 가장 길어졌습니다. 반면 가을은 과거엔 73일이었지만 최근엔 69일로 더 짧은 계절이 되었어요. 봄은 85일에서 91일로 늘었고, 겨울은 109일에서 87일로 줄어들었습니다.
5월까지 태풍 없는 올해, 여름에 미칠 영향은?
[ https://premium.sbs.co.kr/article/OuvWBPL-QC ]
엘니뇨는 열대 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비정상적으로 상승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동태평양에는 Nino3.4라고 부르는 엘니뇨, 라니냐 감시구역이 있습니다. 이 지역의 해수면 온도를 관찰해 평균과의 편차가 0.5℃ 이상으로 5개월이 지속되면 엘니뇨가 시작된 걸로 보고 있죠. 그런데 지난해 시작된 엘니뇨는 그 편차가 1.5℃를 넘었던 '슈퍼엘니뇨'였거든요. 올해는 그 슈퍼엘니뇨가 하락하는 시점인데, 전문가들은 과거 슈퍼엘니뇨 하락 시점이었던 과거 여름의 흐름을 따라갈 수 있다고 보고 있어요.
엘니뇨 2년 차의 특이점이 보이는 또 다른 데이터는 바로 태풍입니다. 위에 그려진 그래프에는 1945년부터 현재까지 발생한 모든 태풍들의 시점이 나타나있어요. 미국해양대기청(NOAA)의 국립기후데이터센터에서 만든 IBTrACS 데이터를 활용했습니다. 그래프를 보면 알겠지만 보통의 경우에는 1월과 2월에도 태풍이 왕왕 발생합니다. 그런데 올해는 5월 26일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발생했죠. 이렇게 5월 중순(5월 16일) 전까지 단 1개의 태풍도 발생하지 않았던 시점을 살펴보면 역대 7번밖에 없었습니다. 1952년, 1973년, 1983년과 84년, 1998년, 2016년, 그리고 올해 2024년까지 이렇게 말이죠.
이 시점들을 Nino3.4 지역의 온도 그래프와 겹쳐서 살펴볼게요. 한 번 위 그림을 봐 볼까요? 1984년을 제외하고는 모두 이전 해에 엘니뇨가 있었습니다. 게다가 1952년을 제외하고는 모두 편차가 1.5℃를 넘긴 슈퍼엘니뇨 시즌 직후라는 것도 특이한 지점입니다.
엘니뇨가 쇠퇴하는 시기, 봄철 인도양 바다를 보면 해수면 온도가 상당히 높습니다. 그 영향으로 인도양에는 많은 비구름이 발생하죠. 인도양에서 대류 활동이 증가하면 태풍의 요람인 서태평양에는 대류 활동이 줄어들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태풍이 잘 발생하지 않는 거고요. 문제는 태풍의 영향력이 줄어든 만큼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는 북태평양 고기압의 세력이 커질 수 있다는 겁니다. 고온다습의 북태평양 고기압이 예년보다 서쪽으로 강하게 확장하게 되면, 우리나라로 유입되는 수증기가 크게 늘어날 수 있어요. 그래서 전문가들이 올여름 많은 비가 오거나 상당히 습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는 거고요.
전 세계에 닥친 극한의 기후재난
문제는 단순히 1월부터 5월까지의 평균치만 그런 게 아니라는 겁니다. 현재 우리 지구는 2023년 6월부터 2024년 5월까지, 12개월 연속으로 역대 가장 뜨거운 달을 갱신 중입니다. 2023년 6월보다 더 뜨거웠던 6월은 없었고, 2024년 1월보다 더 뜨거웠던 1월은 없었어요. 지난 1년간의 세계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1850~1900년)과 비교하면 1.63℃ 더 높았습니다. 비교적 최근이라고 할 수 있는 1991년부터 2020년까지의 평균과 비교해도 0.75℃ 높죠.
지구 온도는 갈수록 뜨거워지고, 엘니뇨 2년 차를 맞은 전 세계에선 꽤나 혹독한 기후재난 소식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아마 독자 여러분들도 최근 전 세계에서 들려오는 기후재난 소식이 낯설지 않을 겁니다. 최근의 기후재난은 대륙을 안 가리고 발생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 사헬지역의 말리에선 4월 초 48℃가 넘는 폭염으로 100명 넘게 사망자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폭염이 닥친 시기가 공교롭게도 금식이 있는 라마단 시점이라 말리 정부에서는 금식을 하지 말라는 권고를 내렸고요.
아메리카 대륙에선 멕시코에 50도가 넘는 폭염으로 10명 넘게 열사병으로 사망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폭염으로 호수가 말라붙으면서 물고기 수천 마리가 폐사했고요. 나무에서 떨어질 일 없을 줄 알았던 원숭이도 폭염에 맥없이 쓰러지면서 폐사한 원숭이 규모도 급증했습니다. 우리나라의 올여름은 과연 어떤 모습이 될까요?
"올해 여름이 가장 시원한 여름이 될 것입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안혜민 기자 hyemina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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