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푸틴 만남에 스텔스 핵폭격기 띄운 미국…이렇게까지 경계하는 이유는 [스프]

김혜영 기자 2024. 6. 20.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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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빽]

 
"김정은 동지께서 울라지미르 울라지미로비치 뿌찐 동지를 뜨겁게 영접하셨습니다."
 

 
푸틴 대통령이 예정보다 하루 늦은 19일 새벽 평양에 도착했습니다. 47살 초임 대통령이던 지난 2000년 당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평양에서 만난 바 있는데, 그로부터 24년 만의 방북입니다.
 

 
북·러 두 정상의 이번 만남이 이뤄지기 오래전부터 미국 등 서방에선 극도로 경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6년 만에 공개된 미 공군 스텔스 전략핵폭격기 B-2 스피릿, 그리고 F-22 랩터 전투기는 각각 세계에서 유일하게 전력화된 스텔스 핵폭격기와, 현존 최강의 전투기인데, 이른바 '용감한 방패 2024' 훈련 일환으로 폭격 연습에 나섰습니다. 미국이 이 B-2 스피릿 영상까지 푸틴 대통령의 북한, 베트남 순방에 앞서 공개한 건 경고의 의미가 다분하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북·러의 군사 밀착,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미라는 겁니다.

실제 미국 당국자들도 공개적으로 연이어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있고, 북대서양조약기구 나토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토니 블링컨ㅣ미국 국무장관
이란, 북한 같은 국가들이 (러시아를) 지원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계속할 것입니다.
 
스톨텐베르그ㅣ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무총장
안보는 지역적인 것이 아니라 세계적인 문제입니다. 유럽에서 일어나는 일은 아시아에도 중요하고, 아시아에서 일어나는 일은 우리에게도 중요합니다.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이 얼마나 위협적이기에, 한국 정부는 물론이고 미국 등 서방에서 이렇게 경계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걸까요?
 

'물밑 군사 거래'와 우크라 전쟁에 미칠 영향 주목

많은 전문가들은 공개적으로 드러난 부분뿐 아니라, 양측이 공개할 리가 만무한, 서로 물밑에서 합의했을 '군사 거래'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앞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도 경고했지만,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계속 무기를 제공받아, 우크라이나 전쟁을 소모전으로 끌고 갈 동력을 얻게 된다면, 그만큼 전쟁이 장기화될 뿐 아니라 정세의 불확실성도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북한과 러시아는 모두 인정한 바는 없지만, 지금까지 북한이 러시아에 지원한 포탄(122mm, 152mm)만 놓고 봐도 180만 발에 이르는 걸로 추정되는데, 앞으로도 더 많은 양의 포탄을 줄 것으로 전망됩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가 최근 영국-우크라이나 국방부 컨퍼런스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러시아가 전쟁에서 사용한 포탄(122mm, 152mm) 가운데 60%만 자체 생산하고, 나머지 40%는 북한, 이란으로부터 받았는데, 이 수입 포탄의 90% 이상은 북한산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또 북한이 대공용 포탄, 탄도미사일, 지대공 미사일을 지원했을 뿐만 아니라, 러시아제 차량과 전차 수리를 위한 부품도 제공하는 걸로 보고 있습니다.

이러한 분석은 앞서 합참이 북한이 러시아에 지원하는 무기와 장비에 대해 분석한 내용과 비슷합니다.
 

 
문제는, 북한이 그 대가로 뭘 받느냐는 논의로 나아가기 이전에 이미 북한으로선, 구형 무기 체계의 탄약들을 치우는 것만으로도 곧 구형 무기 체계를 신형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기회를 얻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점입니다.

또,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북한 무기의 실전 데이터가 쌓이면, 이를 바탕으로 공격의 정확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우크라이나는 물론 한국과 미국 등 다른 국가들에도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권용수ㅣ국방대 명예교수
실질적으로 우리한테 가장 위협적인 거는 KN23이라든지, KN24, 그리고 초대형 방사포와 같은 신형 전술유도무기인데, 이러한 무기 체계의 특징은 뭐냐 하면 전술핵을 탑재할 수 있어요. 근데 이런 무기 체계가 만약에 러시아로 건너가서 실제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서 그것이 검증되고 고도화가 된다면 우리한테는 아주 심각한 상황인 거죠.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받을 수 있는 건 무기 판매 대금은 물론 이런 것들도 가능합니다.
 
 
이 가운데 군사정찰위성 기술과 식량, 원유 등 일부는 이미 지원을 받은 걸로 추정되는데, 이번 푸틴의 방북을 계기로 더 많은 대가를 얻어낼 거란 전망이 나옵니다. 최근 공개됐던 북한의 추진체 기술 개발도 러시아의 기술 지원 덕분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입니다.​​​​​​​
 
이춘근ㅣ과학기술기획평가원 초빙전문위원
러시아가 우리 나로호처럼 1단을 통째로 주지 않았나 싶어요. 북한 자체 개발이라면 이렇게 짧은 시간 내에는 어림도 없어요.
 
가령 북한 노동자의 해외 파견은 2017년부터 국제사회가 유엔 안보리 제재를 통해서 금지했고, 또 2019년부터는 각국이 북한 노동자들을 북한에 돌려보내기로 약속한 상태이지만, 러시아와 중국은 지금까지도 그 약속을 사실상 무시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과학 아카데미 경제연구소에 따르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지난 한 해에만 각종 현장에서 480만 명 정도의 '일손'이 부족한 상태로 평가됐는데, 북한 정권은 이런 상황을 러시아에 북한 노동자들을 더 많이 보낼 수 있는 '호재'로 악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커트 캠벨ㅣ미국 국무부 부장관 (12일 워싱턴 싱크탱크 스팀슨센터 좌담회)
러시아는 대가로 북한에 무엇을 제공할까요? 자금이나 에너지일까요? 핵 미사일을 발전시킬 수 있는 능력일까요? (중략) 우리도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에 대해 우려하고 있으며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다극화된 세계' 지향하며 제재 비웃는 북·러

문제는 앞으로도 충분히 예상 가능한 북·러 밀착이 전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위반이다', 이렇게 봐도 무방하다는 데 있습니다. 북한은 물론이고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함께 '반미', '반서방 블록'의 핵심축을 자처하며, 서방의 제재를 무력화하려는 모습 자체가 우려할 만한 상황인 겁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당장 북한으로부터 무기를 얻어 우크라이나 전쟁을 유리하게 끌어가는 것뿐 아니라 미국의 힘을 분산시키고, 미국 중심의 국제 질서를 약화시키는 걸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즉, 러시아와 중국 중심의 블록이 서방 블록을 견제하는 '다극화된 세계'를 지향하는 겁니다. 이러한 푸틴 대통령의 목표 인식은 18일 노동신문 1면 기고문에도 드러나 있었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김혜영 기자 kh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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