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득 맞벌이 부부도 신생아 특례대출 받을 수 있다
◆정부 '저출생 대책' 발표···부부 합산소득 2.5억으로 확대◆
올해 초 시행된 신생아 특례대출을 받을 수 있는 부부 합산 소득 요건이 현재 1억 3000만 원 이하에서 내년부터 연 2억 5000만 원 이하로 확대된다. 출생률을 높이기 위해 소득 제한을 사실상 폐지하고 대다수의 출산 가구가 저금리인 신생아 특례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출산 가구를 위한 주택 공급 물량도 연간 12만 가구 수준으로 대폭 늘린다.
19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이 같은 내용의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우선 신생아 특례대출을 신청할 수 있는 부부 합산 연 소득 기준을 현 1억 3000만 원 이하에서 올 3분기 2억 원 이하로 늘리고 내년부터는 2억 5000만 원 이하로 추가 완화한다. 단 완화된 기준은 내년 이후 신생아를 출산한 가구에 한해 적용되며 3년간 한시 시행된다.
출산 가구 공급 물량도 기존 7만 가구에서 12만 가구로 확대한다. 이를 위해 공공분양에서는 일반 공급 물량의 50%를 신생아 출산 가구에 우선 공급한다. 올해 안에 수도권 그린벨트를 풀어 신혼·출산·다자녀 가구에 1만4000가구를 공급할 수 있는 신규 택지도 조성한다.
주택 외에 육아 등 다른 분야의 대책도 발표됐다. 결혼 특별세액공제가 새로 만들어진다. 결혼 비용을 덜어주겠다는 것으로,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 달 확정된다. 정부는 저출생 대응 정책 및 예산을 총망라할 ‘인구위기 대응 특별회계’ 신설도 검토한다. 또 사회부총리급 ‘인구전략기획부’를 신설해 저출생·고령화 문제를 해결하는 데 국가적 역량을 결집할 방침이다.
정부가 역대급 패키지 대책을 내놓은 것은 우리나라의 저출생 현상이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의 출생아 수는 23만 명으로 2015년의 반 토막 수준이며 합계출산율은 0.72명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2024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한다”며 “저출생 문제를 극복하는 그날까지 범국가적 총력 대응 체계를 가동한다”고 밝혔다.
그린벨트 풀어 1.4만가구 공급···아이 낳으면 특공 1회 더 허용
정부가 내놓은 저출생 극복 주택 관련 대책의 핵심은 결혼·출산 가구에 대한 주택 구입 자금 지원을 강화하고 신생아 가구 공급 물량을 대폭 늘리는 것이다. 올 1월 출시돼 인기를 끌고 있는 신생아 특례대출 소득 요건을 사실상 폐지하고 민간·공공 청약에서 신생아 우선공급을 늘려 집 걱정 없이 결혼·출산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번 대책으로 출산 가구에 공급되는 주택은 당초 연간 7만 가구에서 12만 가구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19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발표한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에 따르면 올해 초 시행된 신생아 특례대출 신청이 가능한 소득 기준이 완화된다. 현재는 대출 신청일 기준으로 2년 이내에 출산·입양한 무주택 가구나 1주택 가구 중 부부 합산 연 소득 1억 3000만 원 이하 가구만 신청이 가능하다. 정부는 올 3분기부터 2억 원 이하로 완화한다고 발표했는데 내년부터는 이를 2억 5000만 원 이하로 추가 완화한다. 단 내년 이후 신생아를 출산한 가구에 한하며 3년간 한시 시행된다. 이기봉 국토부 주거복지정책관은 “소득 기준이 2억 5000만 원 이하이면 웬만한 신생아 가구는 다 해당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출산한 가구에 대해서는 사실상 대출 허들을 없앤 걸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2억 5000만 원 완화는) 3년간 실험적으로 시행해본 뒤 연장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생아 특례대출 신청은 1월 말부터 지금까지 6조 원가량(구입자금·전세자금 합산) 들어왔다. 연말까지 10조 원가량이 소진될 것으로 국토부는 보고 있다.
공공·민간 청약 등에서 신생아 우선 가구 물량을 늘려 출산 가구에 대한 공급도 확대한다. 우선 공공분양에서는 일반공급 물량의 50%를 신생아 우선공급 물량으로 배정한다. 공공분양의 경우 신생아 가구 특별공급이 따로 있는데 여기서 떨어진 신생아 가구는 다시 일반분양에서 우선공급 물량에 청약할 수 있어 당첨 기회를 높일 수 있다. 민간분양에서는 신혼부부 특공 물량을 전체 물량의 18%에서 23%로 늘린다. 아울러 올 3월부터 민간분양 신혼부부 특공에서 신생아 가구에 20%가 우선 배정되도록 했는데 이를 35%까지 확대한다. 이밖에 공공임대와 공공 지원 민간임대에서 일반공급 내 신생아 우선공급이 생긴다. 국토부는 이 같은 정책을 통해 출산 가구에 당초 연간 7만 가구에서 12만 가구 이상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결혼·출산 가구에 대한 청약 요건도 완화한다. 출산 가구 특공 기회 확대가 대표적이다. 기존에는 특공에 한 번 당첨되면 다시는 특공에 지원할 수 없었는데 신규 출산 가구는 특공 추가 청약 1회를 허용한다. 대신 기존 보유 주택을 처분(신규 주택 입주 전까지)해야 한다. 이 정책관은 “특공에 당첨돼 현 주택에 살고 있는데 자녀를 추가로 낳았다면 더 넓은 주택에서 살 수 있도록 추가로 신생아·신혼부부·다자녀 특공에 지원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공공·민영주택 신혼부부 특공에 지원할 때 기존에는 배우자의 결혼 전 청약 당첨 이력만 배제했는데 본인의 결혼 전 당첨 이력도 배제한다. 또 공공임대주택 거주 중에 자녀를 출산하는 경우 해당 자녀가 성년이 될 때까지는 소득·자산 무관하게 재계약을 허용한다.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신규 택지 확보도 추진한다. 올 하반기 중 수도권을 중심으로 그린벨트를 해제, 신규 택지(2만 가구)를 추가 발굴해 신혼·출산·다자녀 가구에 최대 70%(1만 4000가구)를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정부의 이번 대책이 출산율 제고에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사실상 대부분의 신생아 출생자가 주택 구입 시 저리 대출 효과를 누릴 것으로 보이고 출산 가구가 일반 가구보다 청약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청약 문 좁아진다"···'만 2세' 유지에 역차별 논란도
정부가 저출산 극복을 위해 내놓은 신생아 우선공급 물량 확대 방안을 두고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 사이에서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신생아 기준을 만 24개월 미만으로 정한 기준이 그대로 유지되면서 오히려 청약 당첨 문이 좁아지며 역차별 논란마저 불거지고 있다.
1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르면 10월부터 민간분양에서 신혼부부 특별공급 중 신생아 우선공급 비율은 기존 20%에서 35%로 확대된다. 공공분양에서도 일반공급(전체 20%) 물량 중 50%가 신생아 우선공급으로 배정된다. 이에 따라 시세의 70% 이하 가격으로 분양하는 공공분양 ‘나눔형’의 경우 전체 물량의 절반가량인 약 45%(특공 35%, 우선공급 10%)가 신생아가 있는 청약통장 보유자끼리만 경쟁하면 된다.
불만이 나오는 가장 큰 이유는 만 24개월 미만인 신생아 기준이 특공뿐 아니라 일반분양에도 적용됐다는 점이다. 앞서 정부는 3월 민간·공공분양에 신혼부부 특공 내 신생아 우선공급과 신생아 특공을 도입하면서 청약 자격으로 입주자모집공고일 기준 ‘2년 이내 출산’을 제시한 바 있다. 2021년생 자녀가 있는 A 씨는 “신생아 특공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아쉬웠는데 일반분양 물량까지 대거 신생아 가정에 배정돼 당첨 기회가 줄어든 기분”이라며 “일반분양만이라도 자녀 나이 기준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공에 한 번 당첨된 신규 출산 가정이 신혼부부·다자녀·노부모 특공에 추가로 청약할 수 있도록 기회를 넓힌 것도 역차별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현재 출산율을 높이는 게 시급하다 보니 당장 출산한 가구를 더 우대할 수밖에 없다”며 “1자녀 가구는 둘째를 낳도록 유도하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동훈 기자 hooni@sedaily.com신미진 기자 mjshin@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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