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재킹’ 하정우 “비슷한 역 기시감? 배우가 평생 극복해야 할 숙제”[인터뷰]

이승미 기자 2024. 6. 20.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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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하정우(46)가 '재난물 흥행 불패 신화'를 이어간다.

'더 테러 라이브', '터널', '백두산' 등 극한의 상황에 놓은 인물의 고군분투를 다룬 재난영화를 모두 성공으로 이끌어 온 그가 21일 개봉하는 항공 재난물 '하이재킹'(감독 김성한)으로 다시 한번 흥행을 겨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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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키다리스튜디오·소니픽쳐스엔터텐먼트 코리아
배우 하정우(46)가 ‘재난물 흥행 불패 신화’를 이어간다. ‘더 테러 라이브’, ‘터널’, ‘백두산’ 등 극한의 상황에 놓은 인물의 고군분투를 다룬 재난영화를 모두 성공으로 이끌어 온 그가 21일 개봉하는 항공 재난물 ‘하이재킹’(감독 김성한)으로 다시 한번 흥행을 겨냥한다.

영화에서 그는 공중 납치된 여객기의 부기장 태인 역을 맡았다. 기장(성동일)이 치명적인 상처를 입고 납치범의 무리한 요구가 계속되는 일촉즉발의 상황 속에서 모든 승객을 무사히 구출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물이다. 개봉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하정우는 “극한의 상황 속에서 나름의 낭만을 담고 있는 것이 재난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라며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릴과 함께 1971년 일어났던 실화를 모티브로 그 시대의 정취를 담은 영화의 낭만을 확인해 달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아가인 줄 알았던 여진구, 불덩이 같은 남자”

그는 이번 영화가 지금까지 촬영했던 작품보다 ‘앙상블’이 중요했던 작품이라고 했다. 주·조연 배우들뿐만 아니라 승객들을 연기한 60여 명의 단역들까지 모든 출연진의 좁은 비행기 세트장에서 매일 같이 만나 수십 번 동선을 체크한 이후 함께 연기해야 했기 때문이다.

“모든 출연진이 같은 공간에서 일하는 직원들처럼 거의 전 회차 함께 출·퇴근을 하고 삼시세끼를 함께 먹었어요. 촬영을 마치면 가볍게 술을 마시면서 영화 이야기도 나눴고요. 누구 하나 장난스럽게 연기할 수 없는 분위기였어요. 리허설 현장은 숭고한 느낌마저 들었죠. 특히 승객을 연기하셨던 배우 중 극단 대표님 등 연극계의 기라성 같은 선배들이 많아서 늘 그분들이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하니 하루하루가 연기 시험을 보는 기분이었어요.”

배우 중 가장 남달랐던 건 역시 납치범 용대 역을 맡아 데뷔 첫 악역을 연기한 여진구다. 김성한 감독이 제작 단계에서 22살의 어린 납치범을 캐스팅할 최적의 배우를 찾지 못해 고민에 빠져있을 때 바로 떠오른 게 여진구였다.

“마침 그때 출연하기로 했던 여행 예능프로그램 ‘두발의 티켓팅’에 (여)진구가 합류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래서 감독님께 ‘내가 냄새(출연 의향)를 좀 맡아보고 오겠다’ 했죠. 아역 이미지 때문에 아기 같은 줄 알았는데 만나보니 묵직하게 덩치도 크고 불덩이 같더라고요. 용대 역에 딱 맞겠다 싶었죠. 함께 촬영하는 내내 밤마다 와인을 마시고 연기 고민도 들어주면서 진구의 환심을 사려 얼마나 노력했는지 몰라요. 그러다 마지막 날에 슬쩍 출연 제안해서 성공했죠. 하하!”

사진제공| 키다리스튜디오·소니픽쳐스엔터텐먼트 코리아
○“삼촌 된 나 신기해, 나도 결혼하고 싶다.”

재난 장르뿐만 아니라 유독 생존을 위해 사투하는 캐릭터를 자주 연기해온 탓에 일부 관객의 ‘캐릭터 기시감’에 대한 우려도 잘 알고 있다. 그런 우려를 외면하지 않고 “극복해야 할 과제”로 여기며 “새로운 이야기와 배역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배우의 필모그래피가 쌓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생기는 것 중 하나라 생각해요. 대배우라 불리는 로버트 드 니로조차도 반복되는 캐릭터 문제로 늘 고민하고 평생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이야기를 책에서 읽었어요. 저 또한 끊임없이 새로운 연기를 위해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최근에는 좋은 배우가 아닌 ‘좋은 아빠’가 되고 싶다는 욕심도 생겼다. 최근 득남한 친동생인 소속사 워크하우크컴퍼니 김영훈 대표와 배우 황보라의 행복한 가정을 보고 큰 자극을 받았다며 “결혼 생각이 턱 밑까지 올라왔다. 50살 전에는 무조건 할 거다”며 웃었다.

“조카가 생긴 게 너무 신기해요. 얼마 전에도 조카를 보고 왔어요. 제가 이름을 지어주겠다고 했어요. 느낌 있게 김일성이나 김두환으로 지으라고 했는데 바로 무시당했죠. 뭐. 하하!”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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