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해산·임원 변경" 거론한 정부, 실현 가능할까
법조계 "이론적으론 가능…행정소송 통해 '지위' 유지할 수 있어"
(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의료개혁에 반발하며 지난 18일 집단휴진을 벌인 의료계에 대해, 보건복지부가 대한의사협회(의협)의 해산과 임원 변경을 예고했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이론적으로 의협 해산과 임원 변경 모두 가능하지만, 실효성은 낮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19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협은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구 여의대로에서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를 열었다. 또 의대 증원 전면 백지화 요구 등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오는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의협을 해산하거나, 임현택 의협 회장 등 집행부 등을 변경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18일 국무회의에서 "환자를 저버린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엄정 대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같은 날 전병왕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의사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의협은 국민건강 증진과 보건 향상 등 사회적 책무를 부여받은 법정 단체인데 집단 진료거부는 협회 설립 목적과 취지에도 위배되는 행위"라며 "위반 여부에 따라 단계적으로 시정명령을 내릴 수도 있고 따르지 않는 경우 임원의 변경을 할 수도 있고 극단적인 경우에는 법인의 해산까지도 가능하다"고 했다.
그렇다면 복지부의 말대로 의협 해산과 임원 변경이 가능할까. 법조계에서는 이론적으로는 의협 해산, 임원 교체가 가능하지만, 의협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해도 처벌할 규정이 없어 실효성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또 이번 의사 총궐기가 의협의 해산, 임원 교체 사유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먼저 의협은 의료법에 따라 설립된 '법정단체'다. 민법 38조(법인의 설립허가와 취소)는 법인이 목적 이외의 사업을 하거나 설립허가의 조건에 위반하거나 기타 공익을 해하는 행위를 할 때는 주무관청은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복지부는 지난 18일 의협의 집단행동, 진료거부 등이 '공익을 해하는 행위'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조진석 법무법인 오킴스 변호사는 "법리적으로는 의협 해산이 가능하다"면서도 "하지만 '정부의 정책에 대해서 단순히 반대한다' '자율적 휴진을 촉구했다'는 이유는 법인을 해산시킬 수 있는 반사회적 사유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문제는 의협은 대통령령에 따라 꼭 설립해야하는 단체이기 때문에, 해산명령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다시 새로운 임원으로 구성을 할 수가 있다는 점이다. 의료법 제28조(중앙회와 지부)에 따르면 의사, 조산사 및 간호사, 치과의사 등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서 의사회, 조산사회, 간호사회 등을 각각 설립해야 한다.
복지부는 임현택 회장 등 의협 집행부를 교체할 수는 있다. 의료법 제30조(협조의무)에 따르면 의협은 보건복지부로부터 의료와 국민보건 향상에 협조요청을 받으면 협조해야 한다. 의료법 32조(감독)는 중앙회가 정관으로 정한 사업 외의 사업을 하거나, 국민보건 향상에 장애가 되는 행위를 할 때 정관을 변경하거나 임원을 새로 뽑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복지부에서는 의료계 집단휴진 등 대정부 투쟁이 '국민보건 향상에 장애가 되는 행위'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보건복지부 장관은 임원을 다시 뽑으라고 명령하는 등 의협 집행부를 교체할 수 있다.
만일 복지부가 의협에 해산 및 임원변경을 명령하더라도, 의협은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실효성이 낮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현호 법무법인 해울 변호사는 "의협 집행부 변경, 해산 명령을 내리면 의협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해서 (법원에서 이를 받아들이면) 집행부가 유지될 수 있고, 본안 소송이 진행될 때까지는 의협이 업무를 보는 데 장애 요소가 없다"며 "의협도 정부의 필요성에 따라 만든 것이고, 의사들의 필요에 따라 (복지부에서) 허가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정부가 (의협을) 해산하라고 명령할 가능성은 낮다"고 조언했다.
재판연구원 출신 한 변호사는 "(의협 임원 교체 등) 명령을 따르지 않더라도 처벌할 수 있는 조항도 없고, 과태료를 부과할 수도 없다"며 "또 과거에 정부가 의협을 해산하거나 임원 변경을 명령한 사례도 없다"고 말했다.
rn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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