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의 시야비야] 거야의 상임위 포식
법사위 접점 못 찾아 악화일로
성급한 강수로 파국 재촉 안돼
국회 원구성 협상이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거대 야당 민주당이 11개 상임위원장을 일방 선출한 것에 반발한 국민의힘이 의사일정을 전면 보이콧하면서 정국 경색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도 여야 원내부대표 채널을 통해 물밑 협상을 벌이고 있는 모양이지만 타결될 가능성은 높지 않은 편이다. 가장 안 좋은 상황은 나머지 7개 상임위마저 민주당이 독식해 버리는 것이다. 민주당 기세를 보면 엄포용 발언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지금 국회는 21대 국회 전반기와 닮은꼴이다. 당시에도 원구성을 둘러싼 여야 간 대충돌 여파로 한 달 반 이상을 허비한 바 있다. 그럼에도 결과는 최악이었다. 당시 여당이던 민주당이 18개 상임위를 독식하는 강수를 둔 까닭이다. 국민의힘은 야당 몫 부의장 후보도 내지 않았다. 외견상 완벽한 민주당 천하 국회였던 셈이다. 22대 국회 들어서도 그 전철을 밟아가는 모양새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지난 17일 여야 상임위 7대 11 기준을 제시하면서 협상이 불발될 경우 원구성 강행 방침을 비쳤다. 국민의힘을 향해 오래 안 기다린다는 통첩성 메시지를 날린 것이다.
원구상 갈등 한복판에 법사위 쟁탈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법사위는 이미 민주당이 점유한 상태다. 위원장 및 자당 간사, 소위원장 선출도 마쳤다. 법사위원 10명을 엄선해 친명 라인업도 구성했다. 운영위, 과방위를 비롯한 나머지 상임위 진행 경과도 다르지 않다. 국민의힘은 대략 난감 처지다. 108석 원내 2당의 무력감이 새삼 사무칠 것이다. 법사위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방어선을 칠 수 있는 유일 상임위다. 상임위 7개를 받는 것도 좋지만 법사위를 회수 못하면 원구성 협상에서 완패를 자인하는 셈인 것이다. 그런 일이 현실화됐고 국민의힘은 청명에 죽으나 한식에 죽으나 하는 심정일지 모른다.
여야는 각자 사정 때문에 법사위에 집착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법사위를 가져가야 다수당 입법 독주를 견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원내 2당이 법사위를 차지하는 관례도 내세우고 있다. 일리가 없지 않은 말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국민의힘 형편 따위를 헤아려줄 여유가 없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엄중한 현실로 다가오는 마당에 법사위 양보는 민주당 입장에서 한가한 소리일 수 있는 것이다. 민주당에게 법사위는 최후 진지전을 준비하는 전초기지 같은 곳이다. 각종 특검법을 속전속결 추진하는 산실 격이며 한편으로는 이 대표 관련 동시 다발 재판에 공세적으로 응전해야 하는 전위 성격을 띤다 해도 지나치지 않다. 고도의 정략적 이해가 스며있는 법사위임을 감안할 때 여야 간 협상이 먹힐지 회의가 앞서는 현실이다.
우려대로 상황은 악화일로다. 여야 간 간극을 좁힐 계기가 마땅찮은 가운데 국민의힘이 18일 국회의장 상임위 강제 배정과 상임위원장 단독 선출에 대해 무효를 확인하는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다고 밝히면서 상황이 더 꼬이게 됐다. 국회에서 벌어진 일은 국회에서 풀어야 맞다. 결자해지 원칙이다. 정치 영역의 분쟁과 갈등을 사법 영역으로 끌고 가는 게 온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헌재 판단을 구하는 카드가 일견 그럴 듯해 보일지 모르나 실익은 미지수다. 그냥 강공책으로 나가느니만도 못할 수 있는 법이다.
국회에서 민주당 폭주는 익숙한 풍경이다. 그때마다 국민의힘은 곤욕을 치르기 일쑤였다. 총선 연패로 인한 값비싼 수업료 지불일 것이나, 민주당도 역지사지할 필요가 있다. 원내 1당이라고 다 가지려는 것은 한마디로 과욕이다. 의장, 부의장 배출하고 핵심 상임위를 일거에 포식한 후 잉여분을 가져가라는 것은 경우가 닿지 않는다. 미우나 고우나 국민의힘은 의회 파트너다. 여야 충돌의 진앙인 법사위 문제도 유연성을 보이면 차선의 대안이 있을 것이다. 과유불급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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