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논단] 언론의 신뢰도 지표가 사회적 신뢰도 지표다

2024. 6. 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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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정미 한남대 정치언론학과 교수

'웩 더 독(Wag the Dog)'이라는 영화가 있다. 로버트 드 니로와 더스틴 호프만이라는 쟁쟁한 배우가 등장하는 이 영화는 이미지 정치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정치적 위기를 창의적으로 돌파하는 이 영화는 언론과 정치가 영화기획자와 PR전문가가 만드는 가상의 이미지에 압도당하는 상황을 잘 보여준다.

'Wag the Dog'을 우리말로 하자면 '꼬리가 개의 몸통을 흔든다'는 뜻으로, 하극상 혹은 주객전도, 본말전도 경우를 이른다. 정치권에서 주로 쓰였던 용어인데 최근에는 주식시장의 용어로 더 많이 쓰인다. 주식시장에서 'Wag the Dog'이라 함은 선물시장에 의해 현물시장이 좌지우지되는 현상을 말한다.

웩더독이라니, 꼬리가 개를 흔들어댄다는 것은 어떤 상황일까? 최근에 정치권에서는 워치독(Watch dog)이니 랩독(Lap dog)이니 때아니게 저널리즘에서 사용되는 용어에 대한 논의가 풍성한데 사건의 전후 맥락과 본질을 덮어버리고 개 이야기만 하는 이 상황이 바로 본말의 전도, 웩더독 현상이라 할 수 있다.

그 맥락과 본질, 정치 이야기를 여기서 하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최근의 논란을 접하며 언론과 언론인의 위상을 새삼스레 돌아보게 된다. 과거에는 언론인 지망생들은 매우 우수한 인재들이었다. 학교성적이 우수할 뿐 아니라 교양의 수준도 높아서 '언론고시'라 이름 붙을 정도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입사하는 최고의 엘리트였고가 된 후에는 선배들로부터 정론직필, 자유언론의 자세를 배웠다. 아무리 엄혹한 상황이어도, 아무리 권위적인 기관이라 해도 쫄지 말고, 청탁에 넘어가지 말고 진실만을 취재하고 보도하라는 교육을 받았다. 훌륭한들은 현장을 뛰어다니고 그 바쁜 틈에도 끊임없이 책을 읽었고, 시대를 고민했으며, 언어를 조탁하고, 좋은 기사를 쓰기 위해 각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야 했다.들 대부분은 맡은 본분을 다했고, 존경받았다. 그들은에서 정계로, 학계로, 혹은 작가로 이동하기도 했다. 그들은 '사회적 목탁'이라 불리는 직업적 사명감과 자존심으로 당당할 수 있었다.

그런데 오늘날라는 직업의 위상은 과거와 같지 않다. 더 이상 존경받는 직업이라 하기 어려운 것 같다. 기레기, 기더기 같은 모멸에 찬 언어가 회자되는 현실 자체가 현재 언론의 위상을 보여준다. 언론환경이 바뀌어서일까,들이 바뀌어서일까. 더 이상 언론직필과 자유언론을 강조하는 시대가 아니어서인지도 모른다.

어쨌든 현재 우리 언론이 저널리즘의 역할을 다하고 있는가를 성찰해보면 매우 회의적이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올해 발표한 '디지털뉴스리포트 2024' 결과에 의하면 한국에서 '뉴스를 신뢰한다'는 응답률은 31%를 기록했다. 지난해 28%에 비해 소폭 증가했지만 전 세계 47개 조사 대상국 중 38위, 아시아·태평양 11개 조사대상국 중 최하위에 해당했다. 해당 리포트에 의하면 한국의 주요 뉴스 매체 브랜드 신뢰도 조사 결과에서는 MBC가 57%로 신뢰도 1위를 기록했고, 불신도 조사에선 조선일보가 39%로 1위를 나타냈다.

사실 무수한 1인 미디어와 유튜브 방송 속에서 신뢰도와 공정성 추구는 레거시 미디어의 마지막 자존심이자 최후의 보루다. 그러나 정확성, 객관성, 공정성 같은 저널리즘의 가치를 추구한다는 기성 언론에도 정파적 편향성이 명백히 존재하고 있다. 언론이 정치극화의 중요한 축으로 작용하면서 정치인들의 공격과 비판의 대상이 되고 그에 따라 언론 신뢰성이 하락했다고 볼 수도 있다. 시민들 역시 언론이 특정 정치집단이나 이념에 우호적이라고 지각할 경우 언론을 불신하게 된다. 언론의 정파적 편향성은 언론 진영 간의 적대관계를 고착화할 뿐 아니라 분열 정치와 분열 여론을 확대재생산하는 기제로 작동해 사회의 전체적인 신뢰 자산을 훼손한다. 언론은 예나 지금이나 민주주의의 보루다. 언론에 대한 신뢰도 지표는 사회 신뢰도 지표의 가장 중요한 축이다. 진부해 보이는 말이지만 언론이 바로 서야 사회가 바로 선다. 마정미 한남대 정치언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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