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전략기획부 신설' 최대 관심사인데…발표 늦어지는 이유는

성소의 기자 2024. 6. 2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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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편성·심의권 범위·내용 최대 쟁점일 듯
인구부가 '사전 예산 심의권 갖는다' 했지만
예산 당국인 기재부와 권한 조정 문제 남아
복지·고용 등 부처들과도 '줄다리기' 있을 듯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어린이날인 지난달 5일 오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에서 아이들이 아빠와 함께 이동하고 있다. 2024.05.05. kmn@newsis.com

[세종=뉴시스]성소의 기자 = 정부가 저출생 대응을 총괄·기획하는 부처 신설을 예고했지만, 부처 간 이견으로 인해 난항을 겪고 있어 구체적인 윤곽이 나오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20일 행정안전부 등 관계 부처에 따르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서 전날 발표한 저출생 대책에서 저출생 총괄 부처 신설에 관한 안건은 제외됐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은 새로 탄생할 부처 이름을 당초 '저출생대응기획부'에서 '인구전략기획부'로 다시 정하고 저출생 전담 수석비서관실을 신설하겠다고 언급했다.

인구부 신설은 지난달 9일 윤 대통령이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처음 예고한 내용이다.

이어 여당이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을 22대 국회에서 최우선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관심이 쏠렸다.

당초 행안부도 이달 국회가 열리는 때에 맞춰 빠르게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제출하는 것을 목표로 추진했지만 부처 간 권한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행안부 관계자는 "아직 부처 간 의견 조정을 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사정은 밝히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인구부 신설에 있어 최대 쟁점이 되는 것은 '예산 편성·심의권'에 관한 문제일 것으로 예상된다.

인구부가 '부총리' 부처로 역할하려면 예산 편성·심의 권한과 정책 기획·평가 기능을 갖는 것이 핵심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현재도 경제부총리(기획재정부 장관)와 사회부총리(교육부 장관), 두 부총리가 제도상으로 존재하지만 사회부총리의 경우 경제부총리 만큼의 힘과 무게감을 발휘하지는 못한다.

예를 들어 경제 분야에 현안이 발생하면 기재부는 경제 부처들을 불러모아 대응책을 강구하도록 총괄 지휘하고 경제정책의 컨트롤타워로 기능할 수 있다.

반면 교육부 장관은 사회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사회 부처들의 주요 정책을 심의할 수 있지만 부처들을 총괄·조정할 힘은 없어 위상면에서 경제부총리와 크게 차이 난다.

이러한 힘의 차이는 기재부가 가진 예산 심의·편성권에서 비롯된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정책의 총괄·조정 기능에 더해 예산 편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권한을 가져야, 즉 부처들의 '돈줄'을 쥐고 있어야 부총리로서의 '그립'이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전날 발표된 내용을 보면 현재 인구부는 각 부처의 저출생 사업 예산에 대한 1차 심의권을 갖는 방향으로 기획돼있긴 하다.

그러나 주형환 저고위원장은 "(저출생 예산 사전 심의제는) 관계부처 간 저출생대응기획부(인구부) 신설 논의 등을 통해 구체화될 예정"이라며 "여기서 말씀드리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비록 구체적인 설명을 아끼고 있지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연구개발(R&D) 사업에 대한 예산 사전심의 권한을 갖고 있는 것과 유사한 방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인구부가 이 같은 권한을 갖게 되면, 그간 저고위의 한계로 지적돼온 '힘의 부재' 문제를 해결하고 '무늬만' 부총리 부처가 되는 우려스러운 상황 역시 막을 수 있다.

그간 방만하게 운영돼왔다는 비판을 받아온 저출생·고령화 사업에 대해 인구부가 주도적으로 나서서 사업을 재편하고 효과적인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는 장점도 생각해볼 수 있다.

그러나 예산 당국인 기재부 입장에서는 이러한 구상이 달갑지 않을 수 있다.

자신들의 고유 권한인 예산 심의권을 떼어 넘기는 것 자체가 반갑지 않은 데다 세수 부족으로 '건전재정'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기재부가 통제하지 못하는 예산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 역시 상당한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기재부는 그간 방만하게 운영돼온 저출생 사업에 대해 지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인데, 인구부는 반대로 의욕적으로 사업에 나서고 싶어할 수 있어 '예산 심의권'을 누가 갖느냐는 첨예한 쟁점이 될 수 밖에 없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지난 4월24일 서울 시내의 한 산후조리원 신생아실 모습. 2024.04.24. xconfind@newsis.com


인구부에 조직의 인력과 예산을 내어줘야 하는 각 부처들의 심경도 불편할 수 밖에 없다.

인구부는 신설 조직인 만큼 보건복지부, 교육부,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 등 저출생 관련 정책과 사업을 담당하는 인력과 예산이 대거 넘어올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저출생을 비롯해 인구 관련 정책·사업 범위를 무 자르 듯 자를 순 없어서 존속시킬 자원과 넘길 자원을 두고 행안부와 부처들 간에 '줄 다리기'를 벌일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조직 전문가는 "예를 들어 교육부 입장에서는 유보통합(유치원과 어린이집을 하나로 합치는 것) 관련 권한, 조직, 예산을 인구부로 넘기게 되면 그만큼 자신들의 조직 자원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보통합 안에서도 어떤 부분은 넘기고, 어떤 부분은 남길지에 대해 계속해서 '밀고 당기기'를 할 수 밖에 없다"며 "여가부와 복지부도 마찬가지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저출생 등 인구 정책·사업 주관 부처를 바꾸면서 법령 개정도 일일이 해야 하는 점도 문제다.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들은 대개 법령에 근거를 두고 있기 때문에 사업 주관 부처가 바뀌면, 법령 개정 작업도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행안부 관계자는 "조직만 만드는 게 아니라,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도 바꿔야 한다"며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고, 정부 내에서 아직 조율할 게 남아있어서 언제까지 완료할지는 말하기가 어렵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o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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