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바오 '먹방' 매력에 수천㎞ 날아왔다…"신랑감은 '이것' 필수" [이도성의 안물알중]

이도성 기자 2024. 6. 20.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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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성 특파원의 '안 물어봐도 알려주는 중국 이야기'
" 안 물어봐도 알려주는 중국 이야기. 몰라도 되는데 알고 나면 '썰' 풀기 좋은 지식 한 토막. 기상천외한 이웃나라 중국, 그곳에서 보고 듣고 느끼고 배운 것들을 이도성 특파원이 전합니다. "

중국으로 반환된 뒤 지난 12일 중국 쓰촨성 청두시 워룽 선수핑기지에서 두 달여 만에 처음 공개된 푸바오가 관람객들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 이도성 베이징특파원

“그녀는 마치 한 명의 소녀 같아요. 제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보물입니다.”

지난 12일 중국 쓰촨성 워룽중화자이언트판다원(臥龍中華大熊猫苑) 선수핑기지(神樹坪基地)를 찾은 한 20대 여성이 한 말입니다. 이날은 중국에 건너간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가 두 달여 만에 격리를 마치고 처음 공개되는 날이었습니다.

푸바오를 보기 위해 수천 km 멀리 떨어진 장쑤성에서 날아왔다는 이 여성은 판다 그림이 새겨진 담요를 덮고 “푸바오가 1, 2살이었을 때 '강 할아버지(강철원 에버랜드 사육사)'와 함께 지내는 다큐멘터리를 보고선 푸바오를 좋아하기 시작했다”고 수줍게 말했습니다.

중국으로 반환된 뒤 지난 12일 중국 쓰촨성 청두시 워룽 선수핑기지에서 두 달여 만에 처음 공개된 푸바오를 보기 위해 사전 예매로 입장권을 구매한 일반 관람객들. 사진 이도성 베이징특파원

푸바오를 보기 위해 먼 길을 마다치 않고 달려온 건 이 여성뿐만이 아닙니다. 푸바오의 새 보금자리 앞으론 장사진이 펼쳐졌습니다. 사전 예약을 통해 입장권 예매에 성공한 관람객들입니다. 한 번에 30명씩 단 5분밖에 볼 수 없지만 하루라도 빨리 푸바오를 눈에 담고 싶은 마음에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입장권을 거머쥔 999명의 승자들입니다.

멀리 항저우에서 온 중국인 여성 야오 씨는 “기다리고 기다리던 푸바오를 볼 수 있어 흥분된다”면서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직장을 다니지만 휴가를 쓰고 선수핑기지를 찾았다면서 “푸바오를 본다면 몇 시간을 기다려도 상관없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중국 전역뿐 아니라 우리나라, 심지어 미국에서도 푸바오를 보기 위해 팬들이 찾아왔습니다.

중국으로 반환된 뒤 지난 12일 중국 쓰촨성 청두시 워룽 선수핑기지에서 두 달여 만에 처음 공개된 푸바오를 보기 위해 사전 예매로 입장권을 구매한 일반 관람객들이 길게 늘어섰다. 사진 이도성 베이징특파원

푸바오가 지내게 될 선수핑기지는 사실 일반 관람객이 접근하기 쉬운 곳은 아닙니다. 정말 푸바오를 향한 사랑으로 먼 길을 헤쳐온 것이죠. 일단 청두시는 중국에서도 서쪽 쓰촨성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 지형이죠. 비행기를 타고 청두에 도착하면 다시 차를 타고 이동해야 합니다.

청두 시내에서 선수핑기지까지 거리는 100km가 넘습니다. 게다가 왕복 2차선의 꼬불꼬불한 산길을 2시간 가까이 거쳐야 합니다. 길옆으론 낭떠러지가 보이고 맞은편에서는 대형 트럭들이 달려오죠. 실제로 저 역시 선수핑기지에 가는 동안 차멀미로 뒤집힌 속을 달래야 했습니다.

중국으로 반환된 뒤 지난 12일 두 달여 만에 처음 공개된 푸바오가 머무는 중국 쓰촨성 청두시 워룽 선수핑기지. 사진 이도성 베이징특파원

하지만, 고생 끝에 낙은 오죠. 입구에선 귀여운 자이언트 판다 조형물이 관람객을 반깁니다. 해발 1,700m 높이에 있는 선수핑기지는 여름에서 다소 서늘한 편입니다. 산과 계속으로 둘러싸여 있고요. 전체 면적이 150만 제곱미터로 축구장 210개를 합한 크기입니다. 정문을 지나 15분 정도 걸어가면 나오는 판다 유치원 2호관이 푸바오의 새집입니다.

이웃으로는 지난 2005년 미국에서 태어난 타이산이 있습니다. 푸바오보다는 15살이 많죠. 선수핑기지에는 '작은 기적'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미국 워싱턴 태생의 스타 수컷 판다 샤오치지(小奇蹟), 말레이시아에서 온 2021년생 암컷 성이(升?)도 살고 있습니다.

지난 11일 중국 쓰촨성 워룽 선수핑기지 야외 방사장. 자이언트판다 '푸바오'의 관람객 공개를 하루 앞두고 푸바오가 생활할 야외 방사장이 한국과 중국 취재진에 사전 공개됐다. 사진 이도성특파원

푸바오가 팬들을 만나는 야외 방사장은 300㎡, 약 91평 규모입니다. 나무가 10여 그루 심어져 있어서 따가운 햇볕을 가릴 그늘이 넓게 펼쳐지고 바닥은 마음껏 뛰어놀 수 있게 풀이 촘촘하게 깔렸습니다. 편히 쉴 수 있도록 평상도 마련됐고 목이 마를 때면 언제든 알려갈 수 있게 샘물도 솟아나고 있습니다. 얕은 내리막 구조라 팬들과 눈을 맞춰 바라볼 수도 있습니다.

푸바오는 12일 오전에 처음으로 야외 방사장으로 나왔는데요. 처음엔 얼굴만 빼꼼 내밀고 주변을 살피다가 벽을 긁고 풀 냄새를 맡았습니다. 새로운 환경이 낯설다는 듯이요. 그렇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곳저곳을 활발하게 뛰어다녔습니다. 몰려든 사람들 때문에 놀라지도 않고 선물 받은 대나무 케이크를 손에 들고 '먹방'을 시작했습니다. 한 손에는 죽순을, 다른 한 손에는 대나무를 든 채 평상에 벌러덩 누워 먹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중국으로 반환된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가 지난 12일 중국 쓰촨성 청두시 워룽 선수핑기지에서 두 달여 만에 처음 공개됐다. 사진 이도성 베이징특파원

현장을 취재하던 한 중국 매체 기자는 “푸바오를 처음 봤는데 먹이를 먹는 모습이 인상적”이라면서 “아삭아삭 소리를 내며 식사하는 걸 보니 푸바오에 빠져들게 됐다”며 웃었습니다. 이날 한국과 중국 매체들 수십 곳이 몰려 일반에 공개된 푸바오의 모습을 취재했습니다. 중국판다보호연구센터 측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푸바오가 야외 방사장으로 나온 모습을 전역으로 생중계했습니다.

사실 이번에 푸바오가 공개되기 전까지 푸바오를 둘러싼 갖가지 의혹이 흘러나왔습니다. 탈모가 생기는 등 열악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게 주된 내용입니다. 센터 측은 푸바오 공개 하루 전 한국과 중국 매체 기자들을 모아 간담회를 열었습니다. 그리곤 푸바오의 푸대접 논란을 일축했습니다.

중국으로 반환된 뒤 지난 12일 중국 쓰촨성 청두시 워룽 선수핑기지에서 두 달여 만에 처음 공개된 푸바오가 평상에 누워 죽순과 대나무를 먹고 있다. 사진 이도성 베이징특파원

먼저, 푸바오 얼굴의 털빠짐 현상을 두고 '미인점'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앉은 자세로 자다가 생긴 거라는 겁니다. 일부 탈모는 있지만 전체적으로 매우 건강하다고 했습니다. 검사 결과 별다른 이상이 없었고 탈모를 일으키는 병원체도 발견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육장으로 옮긴 뒤엔 털이 끊어지는 현상이 점차 나아졌다고 덧붙였고요. 외형적 변화를 두고는 “푸바오가 뒹굴며 노는 걸 좋아한다”면서 “목이나 엉덩이를 난간과 벽에 문지르는 걸 좋아해 털 색깔이 차이가 난다”고 해명했습니다.

리더성 중국판다보호연구센터 부주임은 “푸바오에게 이상이 있거나 아픈 걸로 보인다면 곧바로 수의사가 푸바오의 상태를 확인한다”면서 사육사와 수의사, 영양사로 구성된 팀이 푸바오를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리 부주임은 또 “유년기 판다는 호기심이 많고 활발하다”며 “푸바오는 야외 방사장에서 기구를 잘 타고 뛰어놀며 즐거워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지난 4월 한국을 떠나 중국으로 간 자이언트판다 푸바오의 관람객 공개를 하루 앞둔 11일 중국 쓰촨성 워룽중화자이언트판다원 선수핑기지에서 한국과 중국 언론을 대상으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사진 이도성특파원.

곁에 있던 웨이룽핑 부주임 역시 “부모 없이 중국으로 온 푸바오가 직면할 최대의 도전 과제는 '사회화' 과정”이라며 “선수핑기지 자이언트판다 집단의 구성원으로서 다른 판다들과 교류하고 접촉함으로써 공동체에 녹아들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웨이 부주임은 푸바오가 잘 적응 중이라고 강조하면서 “하루 대여섯 차례에 걸쳐 대나무 30kg와 죽순 10kg을 제공하고 옥수수빵과 사과 등 간식도 하루 7차례 나눠 주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1시간여 이어진 간담회에 참석한 저 역시 손을 들고 질문을 했는데요. 푸바오의 신랑감에 대해 물었습니다. 푸바오도 다른 판다들과 마찬가지로 생후 4년차에 번식을 위해 중국으로 돌아왔기 때문인데요. 팬들이 가슴으로 낳아 기른 딸 같은 푸바오가 어떤 신랑감을 만날지 안 물어볼 수 없었습니다.

중국으로 반환된 뒤 지난 12일 중국 쓰촨성 청두시 워룽 선수핑기지에서 두 달여 만에 처음 공개된 푸바오를 보기 위해 모인 한국과 중국 매체 취재진. 사진 이도성 베이징특파원

웨이 부주임이 “좋은 질문이 나왔다”면서 미소를 지은 뒤에 센터를 대표해 답했는데요. “사람과 달리 외모나 돈을 보진 않는다”며 농담도 건넸습니다. 자이언트 판다는 보통 5, 6살부터 번식을 시작해 아직 4살인 푸바오는 결혼할 시기가 되지 않았다는데요. “가족관계와 유전적인 요인을 고려해 향후 신랑감을 정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도성 베이징특파원 lee.dosung@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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