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의 시대 올 줄 알았는데..제대로 빛나지도 못하고 저무는 ‘영 토론토’[슬로우볼]

안형준 2024. 6. 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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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안형준 기자]

'영 토론토'의 시대는 이대로 마무리되는 것일까.

최근 가장 주목받는 '유망주의 팀'은 신시내티 레즈다. 특급 기대주인 헌터 그린과 엘리 데 라 크루즈를 비롯해 맷 맥클레인, 크리스티안 엔카나시온-스트랜드, 브랜든 윌리엄슨, 앤드류 애보트, 닉 로돌로 등 투타의 젊은 기대주들이 최근 1-2년 사이 빅리그에 데뷔하거나 자리를 잡았다. 가장 젊고 재능있는 팀인 신시내티는 비록 올시즌에는 강력한 모습은 아니지만 '내년이 기대되는 팀'으로 시선을 모으고 있다.

3-4년 전에는 토론토 블루제이스가 그랬다. 2010년대 후반 빅리거 2세 '주니어 열풍'이 불며 그 중심에 선 팀이 바로 토론토였다. 메이저리그 스타플레이어 출신 아버지로부터 재능을 물려받은 기대주들이 메이저리그에 새 바람을 가져왔고 그 중심에는 토론토가 있었다(이하 기록 6/19 기준).

토론토는 '괴수의 아들'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를 비롯해 보 비셋, 캐반 비지오가 있었다. 게레로의 아버지인 '괴수' 블라디미르 게레로는 빅리그에서 16시즌 동안 .318/.379/.553 449홈런 1,496타점 181도루를 기록했고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슈퍼스타. 비지오의 아버지인 크랙 비지오는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전설로 20년 동안 '원클럽맨'으로 활약한 뒤 역시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비셋의 아버지인 단테 비셋 역시 홈런왕 출신으로 빅리그에서 274개의 홈런을 쏘아올린 강타자였다.

'주니어 3인방'이 끝이 아니었다. 2019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지명한 우완 알렉 마노아, 2017년 1라운드 지명자로 투수 최고 기대주로 손꼽힌 우완 네이트 피어슨도 토론토가 보유한 특급 기대주들이었다. 이들보다는 조금 나이가 많았지만 쿠바 출신으로 쿠바 야구 영웅 율리에스키 구리엘의 동생인 루데스 구리엘 주니어까지 젊고 재능있는 선수들을 보유한 토론토는 이들과 함께 2년 연속 월드시리즈를 제패한 1990년대 초반의 영광을 다시 찾을 것처럼 보였다. 토론토가 2020시즌에 앞서 류현진(현 한화)과 계약한 것도 이 선수들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었다.

특급 재능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은 선수들은 평가에 걸맞는 활약도 펼쳤다. 아버지보다 타격 재능이 더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은 게레로는 2021년 161경기 .311/.401/.601 48홈런 111타점의 맹활약으로 오타니 쇼헤이(당시 LAA)에 이어 MVP 투표 2위에 올랐다. 정교함과 빠른 발, 장타력까지 두루 갖춘 호타준족 비셋은 2021-2022시즌 2년 연속 아메리칸리그 최다안타를 기록했고 2021-2023시즌 3년 연속 20홈런을 달성했으며 2023시즌에는 3할 타율도 기록했다. 비지오는 2019년 신인왕 투표 5위에 올랐고 마노아는 2022시즌 31경기 196.2이닝, 16승 7패, 평균자책점 2.24의 엄청난 호투로 사이영상 3위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이들이 가장 빛난 시간은 모두 어긋났고 함께 오래 빛나지도 못했다. 당연히 토론토가 이들과 함께 정상에 오르는 일도 없었다. 지난 5년 동안 토론토는 와일드카드 시리즈에 세 번 오른 것이 전부였다.

게레로는 MVP급 활약을 펼친 2021년을 제외하면 시즌 OPS 0.800을 단 한 번(2022, 0.818) 넘겼을 뿐이었다. 게레로의 커리어 하이 시즌에 데뷔한 마노아는 게레로가 하락하기 시작한 2022년 최고의 모습을 보였지만 2023시즌부터 급격히 추락했다. 비지오는 첫 두 시즌 이후 리그 평균 이하의 생산성을 보이는 선수로 전락했고 피어슨은 한 번도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데뷔 첫 5년 동안 .299/.340/.487 89홈런 312타점 51도루를 기록한 비셋이 가장 꾸준한 선수였다.

그렇게 각자 잠깐씩 빛난 기대주들은 이제 하나씩 흩어지고 있다. 나이가 많았던 구리엘은 2022시즌을 끝으로 팀을 떠났고 비지오는 거듭된 부진 끝에 지난 13일 LA 다저스로 트레이드 됐다. 지난해 최악의 시즌을 보낸 마노아는 올해는 5경기만에 팔꿈치 인대를 다쳐 수술을 받은 뒤 시즌아웃됐고 가장 꾸준했던 비셋조차도 올해 최악의 부진(66G .237/.286/.342 4HR 28RBI)을 겪다가 부상을 당했다. 장타력을 잃어버린 듯한 게레로는 이제 더이상 리그를 호령하는 위협적인 타자가 아니다.

아직 팀에 남아있는 선수들도 이별이 가까워지고 있다. 게레로와 비셋은 모두 2025시즌이 끝나면 FA 자격을 얻는다. 토론토는 이들과의 연장계약에 소극적인 입장. 2025시즌이 끝나기 전에 팀을 떠나는 선수가 또 나올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최고의 재능을 가진 선수들이 모였고 함께 성장하며 함께 최고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다 함께 찬란히 빛나는 일은 없었고 이제 점차 저물어가고 있다. 지난 2년 연속 와일드카드 시리즈에서 무릎을 꿇은 토론토는 올해는 19일까지 35승 38패, 승률 0.479에 그치며 포스트시즌 진출 여부도 장담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선두 뉴욕 양키스와 승차는 무려 15경기, 와일드카드 레이스에서도 5.5경기차로 뒤쳐져있다.

주니어 열풍의 중심에 있던 '영 토론토'의 시대는 사실상 저물었다. 토론토에는 잠깐의 좋은 추억과 짙은 아쉬움만 남게 됐다.(자료사진=왼쪽부터 캐반 비지오, 보 비셋,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 맷 채프먼)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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