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바다거북 돌아오게 제주 불빛부터 바꾸자”
한·일 주민 ‘공동 워크숍’
무분별한 개발 탓 귀향 발길 막아
일 아마미오시마 주민 실험 결과
탐방로 푸른 조명 장애물로 확인
작은 배려·서식지 환경 보호 중요
“붉은바다거북이 싫어하는 푸른색 불빛을 없애는 작은 배려에서부터 바다거북의 귀향이 시작될 수 있을 것입니다.”
“행정과 호텔 등에 불빛 교체를 건의하고, 바다거북을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보려 합니다.”
지난 12일 제주 서귀포시 색달마을회관에서 열린 ‘제주 바다거북과 서식지 보전을 위한 한·일 주민 워크숍’에서 마쓰자와 마사요시 일본바다거북협의회 회장 겸 시코쿠수족관 관장과 김상근 색달마을회장이 나눈 대화의 일부다. 색달마을회와 제주자연의벗, 자연의벗연구소 등이 공동 주최한 이날 워크숍에서 한·일 양국 참석자들은 17년째 돌아오지 않고 있는 붉은바다거북을 위해서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작은 배려’부터 실천해야 한다는 데에 뜻을 모았다.
국내에서 확인되는 바다거북 총 5종 가운데 붉은바다거북은 2007년을 마지막으로 제주 연안에 찾아오지 않고 있다. 붉은바다거북이 해안에 산란하는 모습은 1998년 중문 해안사구에서 처음 확인됐다. 이후 2007년까지 총 4차례에 걸쳐 중문에서 산란이 목격된 바 있다.
바다거북은 태어난 모래해안을 정확히 기억하고, 돌아오는 습성이 있는데도 17년째 산란을 위한 귀향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제주 해안이 바다거북이 돌아오기 어려운 환경으로 바뀌었다는 증거라고 보고 있다. 제주 해안에서는 최근 3년간 매년 평균 30마리 정도의 바다거북이 사체로 발견되고 있기도 하다.
중문해수욕장을 둘러본 마쓰자와 회장과 오키 가즈키 아마미 해양생물연구회 회장 겸 아마미고래·돌고래협회 회장은 먼저 해수욕장 인근 호텔 등에서 설치한 탐방로의 푸른색 야간조명등 색깔을 교체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현재 중문해수욕장 인근 탐방로의 덱에는 푸른색 조명이 촘촘히 설치돼 있다.
오키 회장은 규슈와 오키나와 사이의 섬인 아마미오시마에서 주민들과 함께 여러 차례 실험해본 결과 붉은바다거북은 푸른색 빛을 싫어하는 반면 빨간색 빛에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오키 회장은 “붉은바다거북 새끼들의 경우 불빛으로 인해 길을 잃고, 바다 쪽으로 가지 못하는 모습도 확인됐다”며 “캄캄한 밤에 해안에 상륙해 산란하고 가는 붉은바다거북에게는 야간 조명이 큰 방해요소가 된다”고 말했다. 김상근 색달마을회장은 이에 대해 주민들이 서귀포시 등에 건의하고, 호텔 등을 설득해 불빛 색깔을 바꾸는 방안을 강구해보겠다고 답했다.
또 야간에만 상륙하는 습성을 고려해 인근 호텔들에서 투숙객들이 야간에는 커튼을 치도록 안내하거나, 관광객이나 서퍼들에게 심야에는 바닷가 출입을 자제하자는 캠페인을 벌이자는 내용 등도 제안됐다. 오키 회장은 “아마미오시마에서는 바다거북을 보호하기 위해 ‘바다거북을 만지지 않는다’ 등의 규칙을 정해 실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날 일본 측 참가자들은 특히 주민 모니터링 등 주민들의 참여와 관심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설명했다. 30년 이상 바다거북을 연구해온 마쓰자와 회장은 “바다거북 서식지들의 초창기 보호활동에서는 초등·중학생 등의 참여가 큰 역할을 했다”며 “도쿠시마현의 경우 1954년부터 모니터링이 이뤄지고 있는데, 이는 세계적으로도 최장기간 동안 바다거북의 산란을 모니터링한 기록”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마을 어린이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교육프로그램 등을 통해 바다거북에 대한 인식 증진을 꾀하고 있다”며 “해수욕장 쓰레기 수거를 포함해 주민들이 당장 할 수 있는 일들도 찾아보려 한다”고 말했다.
양수남 제주자연의벗 사무처장은 “중문 해안사구를 복원하고, 바다거북 생태관을 만드는 등 홍보에 나선다면 바다거북 보전은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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