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 프레임 거부한 나경원, 왜?…친윤 vs 친한 신경전 가열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이 당대표 선거에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대항마로 나경원 의원을 측면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나 의원이 '친윤' 프레임을 단호히 거부하고 나섰다.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계파간 신경전이 가열되는 분위기다.
나 의원은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언론의 해석이나 추측의 자율성은 존중한다"면서도 "제가 지금껏 걸어온 정치에는 친(親)도 반(反)도 없었다.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했다.
나 의원은 "우리 당은 스스로 친윤, 비윤, 반윤 또는 친한(친한동훈)과 반한, 이런 것들과 과감히 결별했으면 한다. 완전히 잊고 묻어버렸으면 한다"바로 그런 것들이 우리 당을 힘들게 했고 패배 원인이었다. 보수 재집권을 어렵게 할 것"이라고 짚었다.
나 의원의 이같은 메시지는 자신의 당대표 출마가 가시화되면서 언론에서 자신을 '친윤계' 대표선수로 지칭하는 것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확장성이 제한될 수 있어서다. 친윤계는 4·10 총선 참패 이후 당내 영향력이 크게 약화된 데다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나 의원이 '대세'로 떠오른 한 전 위원장을 상대로 대결하기 위해선 구도상 친윤계의 지원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 친윤계 관계자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물밑에선 친윤계들에게 지원을 적극 요청하고 계시다"며 "다만 일반여론조사도 20% 반영되는데 친윤 후보로 낙인찍히면 확장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친윤계, 비윤계 등을 가리지 않고 지원받기 위한 전략적인 선택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당내에선 나 의원이 '친윤계'로 분류되는 것은 억울할 것이란 시선도 있다. 1년 전에 친윤계에 의해 전당대회 출마가 좌절됐는데, 이제 와서 친윤계의 장악력이 약해진 상황에서 '친윤 프레임'이 덧씌워지는 것은 가혹하단 것이다. 나 의원은 이철규 의원과 손을 잡고 전대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는 '나이연대설'에도 "고약한 프레임"이라고 강력 부인한 바 있다.
친윤계 의원들은 전당대회의 승패는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며, 승산이 없지 않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 친윤계 인사는 "원외당협위원장들 사이에서 총선 패배를 놓고 한동훈 전 위원장을 바라보는 시선이 싸늘하다. '어대한'은 언론이 만들어낸 것이고 실제 당내 조직 분위기는 다르다"고 했다.
또 다른 인사는 "선거는 치러봐야 안다. 현재로서 한 전 위원장이 대표가 될 가능성이 조금 더 높지만 낙승할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다"라며 "한 전 위원장의 자녀 문제 등에 대한 온갖 검증이 들어갈 것이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때문에 조국당의 한동훈 특검법이 힘을 받을 수도 있다"고 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이날 SBS라디오에서 '어대한은 당원들을 모욕하는 것'이란 이철규 의원의 발언에 "'한동훈 당대표 되는 거 막을 거다. 우리가 지난번 김기현 당 대표 만들 때 봤지? 2~3% 후보를 50% 넘게 만든 그 조직표 우리 아직 있어. 우리 무시하지 마' 이런 자기 고백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한편 친윤계와 친한계는 이날 한 전 위원장의 측근을 놓고도 공방을 벌였다. 친한계인 장동혁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에서 "최근 사실관계가 맞지 않는 보도가 있어 기사가 바로 삭제됐는데, 마치 그것이 진실인 것처럼 계속 말하고 있는 일부 인사들이 있다"며 "없는 사실을 만들고 계속해서 사실을 키워가는 그런 것들이 해당 행위가 아닐까 싶다"고 했다. 그가 언급한 인사는 '찐윤' 이철규 의원이다.
이 의원은 지난 14일 보도 후 당일 삭제된 '한 전 위원장의 정무 조언 그룹에 김경율·함운경·신지호·진중권 등 인사들이 포함됐다'는 기사에 "당원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분들, 공감하기 어려운 분들이 한 전 위원장의 주변을 에워싸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의원과 친한계는 김경율 전 비대위원장의 당 영입 경로를 놓고도 공방을 벌였다.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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