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北 이어 베트남 도착…‘국빈방문’ 지도부 전원 만난다

2024. 6. 20. 0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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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 기술센터 설립 검토”…에너지 분야 협력 합의 가능성
‘포괄적 전략동반자 관계’ 원칙 담은 공동성명 채택 예정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20일 새벽 베트남 하노이 노이바이 국제공항에 도착한 모습. [EPA]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한 방문을 마치고 다음 순방 국가인 베트남에 20일(현지시간) 새벽 도착해 국빈 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한국 시간으로 이날 0시를 전후해 평양을 출발한 푸틴 대통령은 약 4시간 가까이 지난 베트남 현지시간 오전 1시 50분께 하노이 노이바이 국제공항에 내렸다.

그는 당초 19∼20일 1박 2일로 베트남을 찾을 예정이었지만, 북한에 애초 일정인 18일 저녁이 아닌 19일 새벽에 지각 도착한 여파로 베트남에도 20일에 도착하면서 베트남 방문도 북한처럼 당일치기 일정으로 축소될 가능성이 나온다.

푸틴 대통령은 우선 또 럼 국가주석 주최로 하노이 주석궁에서 열리는 환영 행사에 참석한다. 이후 그를 초청한 응우옌 푸 쫑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과 회담하는 것을 비롯해 팜 민 찐 총리, 쩐 타인 만 국회의장 등 베트남 권력 서열 1∼4위를 모두 만날 예정이다.

푸틴 대통령과 베트남 지도자들은 무역·경제·과학·기술·인도주의 분야에서 양국 관계를 더욱 발전시키는 문제를 논의하고 국제적·지역적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또 포괄적 전략동반자 관계 원칙을 확인하는 공동성명을 채택하고 여러 양자 간 문서를 체결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 17일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보좌관은 양국이 “다양한 분야에서 여러 합의서에 서명할 것”이라면서 “합의서 약 20건이 현재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방문에 앞서 전날 베트남 공산당 기관지 난단에 게재한 칼럼을 통해 러시아 국영 원전기업인 로사톰의 지원을 받아 “베트남에 원자력 과학기술 센터를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또 로사톰이 베트남의 원자력 산업 발전을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에너지가 “양국 협력에서 전략적으로 중요한 분야”라면서 러시아 에너지 기업 노바텍이 “베트남에서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겐나디 베즈데트코 주베트남 러시아 대사도 관영 베트남뉴스통신(VNA)과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베트남에 원자력 등 청정에너지 분야에서 최첨단의 신뢰성 있고 안정적인 기술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번 방문 기간 원자력 등 에너지 분야에서 주요한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번 방문은 푸틴 대통령의 다섯 번째 베트남 방문으로, 국빈 방문은 2013년 이후 두 번째다. 베트남은 푸틴 대통령이 지난 달 다섯 번째 대통령 임기를 시작한 이후 중국, 북한에 이어 3번째로 찾은 국가다.

푸틴 대통령이 베트남을 방문한 것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적 고립 상태에서 북한, 베트남 등 소수 기존 동맹국의 지지를 재확인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베트남은 미국 등 서방과도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푸틴 대통령의 이번 방문은 러시아를 고립시키려는 서방의 시도가 성과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 입장에선 가급적 세계 모든 주요국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외교정책인 ‘대나무 외교’ 기조하에서 푸틴 대통령의 방문이 전통적 동맹국인 러시아와도 협력을 강화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베트남은 역사적으로 프랑스·미국·중국과 잇따라 전쟁을 거치면서 주로 러시아로부터 무기를 조달해왔다. 따라서 이번 방문 기간 무기 관련 협력 합의가 있을지도 긴밀한 관심사라고 로이터통신은 관측했다.

베트남 당국은 2017년 베트남 다낭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이후 6년여 만에 국빈으로 베트남을 다시 찾은 푸틴 대통령을 극진히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그의 동선을 따라 공항부터 하노이 중심가 거리까지 공안 요원들이 무더기로 배치됐고, 그의 일행이 타고 다닐 리무진 차량을 현지에 공수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베트남을 국빈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역대 주요국 정상들이 묵는 미국계 JW 메리어트 호텔이 아닌 프랑스계 소피텔 호텔에 머무를 예정이다. 이는 미국의 제재에 따른 결정으로 알려졌다.

yckim645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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