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 800% 보장" 스팸... 기자가 링크 타고 텔레그램방 들어가 봤더니

서현정 2024. 6. 20.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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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교묘해지는 스팸 문자 사기]
①처음엔 주식공부 같이 하자 관심 유도
②"좋아 보여요" 바람잡이 수십 명 가세
③앱 깔고 입금하면 수익 발생처럼 꾸며
고수익 보장을 앞세워 주식 리딩방 가입을 유도하는 모습. 텔레그램 캡처
"모든 회원님의 수익률 800% 달성을 목표로 합니다."
"손해는 전액 배상합니다. 그 정도로 자신 있습니다."

고수익 투자와 원금 보장을 내세우며 투자자들을 텔레그램방으로 유도하는 스팸 문자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들은 "주식을 공부하자"며 이용자들을 유인한 뒤, 온라인에서 바람잡이를 동원해 분위기를 띄우고, 경찰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채팅방을 새로 파면서 투자자를 끌고 다니는 수법을 쓰고 있다. 갈수록 교묘해지는 스팸 투자사기 피해를 막으려면, 예전보다 더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고수익 보장, 링크 들어오세요"

기자가 받은 스팸문자 내역. 실제 발신 번호로 전화해보니 전화를 받거나 일부러 끊는 경우도 있었다. 없는 번호라는 안내 음성이 나오기도 했다.

17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고수익 주식 종목을 알려준다는 내용이 담긴 스팸 문자가 증가하고 있다. 예컨대 '시장 분석으로 고품질 우량주를 추천한다'거나 '30% 이상 상승 후 매도해 내부 정보를 따라가며 수익 기회를 놓치지 말라'는 식의 광고 문구를 발송한 뒤, 텔레그램방 링크를 통해 사람들은 유인하는 식이다. 직장인 김모(28)씨는 "요즘 '걱정돼서 문자드렸어요'라는 문자를 하루에도 수차례 받고 있다"며 "차단 문구를 지정해도 일부러 오타를 만드는 등 매번 내용이 다르게 오니 막을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한국일보는 문자에 포함된 링크를 클릭해 텔레그램방 세 곳에 직접 접속해봤다. 방에 들어갔더니 공통적으로 자칭 '매니저'가 내부 채팅방에 가입하라며 유도했다. 채팅방에 들어가자 100~200여 명의 사람이 모여 열띤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매니저는 "XXX캐피탈그룹과 A교수가 함께 만든 주식정보공유방"으로 얼마 이상 달성의 목표를 두고 있다고 소개했다. 방에 있던 이들은 '좋아 보이는 것 같다'거나 '어떻게 연락드리면 되냐'며 운을 띄웠다. 바람잡이로 의심되는 이들이다. 매니저는 특별 강의가 있는 'VIP 그룹방'으로 오라며 또 다른 링크로 들어오라고 했다. 그사이 기존의 대화방은 닫혀, 채팅이 불가한 상태로 바뀌었다.

텔레그램방에 가입해 피해를 본 적이 있다는 B씨는 "그게 바로 전형적 수법"이라고 전했다. 그는 "경제 관련 유명인을 미끼로 모임방에 들어오게 한 다음 방에는 이미 각본에 짜인 대로 연기할 40~50명이 바람잡이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①처음엔 가벼운 주식 공부로 강의를 해주고 ②중간 일부 종목을 추천한 다음 얼마 뒤 특정 프로젝트 얘기를 꺼내며 자금을 투입하게끔 바람잡이들과 매니저가 유도하며 ③마지막엔 애플리케이션(앱)을 깔게 한 뒤 주식을 배정, 수익이 나는 것처럼 속여 돈을 입금하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스팸 신고 꼭 눌러야"

정부가 올 2월 발표한 보이스피싱 대응 범정부 태스크포스 관련 보도자료 발췌.

경찰은 최근 이런 사기 수법이 점점 교묘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사기관 추적을 피하기 위해 압수수색이 어렵고 대화기록을 지울 수 있는 텔레그램방을 이용하고, 계속 새로운 방을 파고 초대하며 속일 사람을 거르고 거른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텔레그램을 이용하는 데다 주범들이 대포 물건을 쓰면서 온라인·비대면 거래 등을 하고 외국을 거점으로 활동하기도 해서 범인 잡기가 더 힘들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용자를 유도하는 스팸 문자 방식도 진화하고 있다. 스팸 신고를 관장하는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최근 스팸은 △알림으로 보이는 메시지 제목과 메시지함에서 볼 수 있는 내용을 달리하는 등 문자 제목으로 광고 접속을 유도하거나 △투자 전문가, 연예인 등 유명인 성명을 기입한 한글 단축 URL이 있거나 △해외에 서버를 둔 문자 발송 서비스를 이용한다. 스팸의 양 자체도 늘었다. KISA가 집계한 지난해 하반기 이용자 월간 스팸수신량은 이용자 1인당 10.38통으로 같은 해 상반기(7.18통) 대비 44.6% 증가했다.

유관기관에서는 이런 문자를 받으면 '스팸 신고'를 적극 눌러달라고 당부했다. 경찰 관계자는 "휴대폰에 있는 스팸 신고를 누르면, 동일한 메시지를 받은 사람들에게 경찰청 경고 메시지가 간다"며 "자신이 피해를 입지 않았더라도 신고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KISA 역시 이번 달부터 하루 50건 이상 중복으로 스팸 신고된 번호를 블랙리스트로 정리해 3개월간 대량문자전송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한다. KISA 관계자는 "이에 더해 스팸 신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삼성전자 휴대폰에서 자동으로 악성문자를 차단하는 서비스가 올 하반기에 도입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현정 기자 hyu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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