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확보 중요한데…"병원 참여 유인책 없다"

황국상 기자, 성시호 기자 2024. 6. 20. 04:1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한국의 의료 접근성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았다.

병원에 보관된 환자의 임상 데이터가 의료 AI 개발 기업에 원활히 공급돼야 양질의 AI 솔루션이 만들어질 수 있는데 현재 이 흐름이 원활하지 않다.

의료 데이터가 병원에 보관돼 있지만 이 정보의 권리는 환자 개개인에게 있다.

의료 AI 개발을 촉진하려는 정부나 의료 AI 솔루션을 개발하려는 민간기업의 요구만으로 병원이 의료 데이터를 쉽게 내줄 수 없는 이유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창간기획-10년후 AI 의사] ④'의료 데이터 공급' 의료기관에 대한 대가·책임 불명확
[편집자주] 한국의 의료 접근성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았다. 10년 뒤에도 유효할까. 의대 증원으로 정부와 의료계 간 뿌리 깊은 갈등이 '폭발'했다. 과학계에선 그동안의 관심 부족으로 의과학자를 더이상 배출할 수 없는 환경이 됐다고 지적한다. 그 대안으로 'AI 의사'가 떠오른다. 병을 진단하고 처방하는 의사의 일부 역할을 AI가 훨씬 더 빠르고 정확하게 대체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속속 나온다. 10년 뒤 한국은 여전히 안전한 의료 시스템을 자랑할 수 있을까. 국가의 미래전략으로 살펴본 10년뒤 의료시스템을 미리 그려보고 이를 위해 정부와 의사들이 무엇을 준비해야할지 진단해본다.

"의료 AI(인공지능) 개발을 위해서는 의료 데이터가 필요한데 이걸 쥐고 있는 병원이 내놓지 않는다. 국내 진단보조용 의료 AI 개발사들도 국내에서 충분한 데이터를 얻지 못해 동남아시아 등 상대적으로 개인정보 보호체계가 약한 저개발국에서 데이터를 수입해야만 했다. 한 때 국내 의료 AI 솔루션이 저개발국 환자 정보를 기초로 만들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정부 관계자)

"의료 데이터를 의료기관 밖으로 반출하기 위해서는 개인 식별 가능성을 없애기 위한 가명처리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한 인력이나 비용은 개인정보처리자인 병원이 부담해야 한다. 병원이 환자 개인정보로 장사를 한다는 윤리적 타격도 우려 요인이다. 병원이 이같은 비용과 리스크를 감내하면서까지 데이터를 제공할 유인이 없다."(유소영 서울아산병원 빅데이터 연구센터 교수)

정부와 AI 기업, 병원 모두 의료 AI의 필요성을 인식한다. 의료 전문가 부족을 AI 기술로 메울 수 있고, 진단보조 솔루션이 혹시라도 놓칠 수 있는 질환을 잡아낼 수 있어서다. 그러나 의료 AI 개발에 필요한 원재료인 임상 데이터를 어떻게 확보할 것이냐에 대해서는 각계의 이견이 크다. 병원에 보관된 환자의 임상 데이터가 의료 AI 개발 기업에 원활히 공급돼야 양질의 AI 솔루션이 만들어질 수 있는데 현재 이 흐름이 원활하지 않다.

의료 데이터가 병원에 보관돼 있지만 이 정보의 권리는 환자 개개인에게 있다. 의료 AI 개발을 촉진하려는 정부나 의료 AI 솔루션을 개발하려는 민간기업의 요구만으로 병원이 의료 데이터를 쉽게 내줄 수 없는 이유다. 가명처리를 하지 않은 데이터가 의료기관 밖으로 나가는 자체가 의료법상 금지돼 있다. 가명처리에는 비용 부담이 수반된다. 제대로 가명처리됐는지 검증하기까지의 제반 절차에서 병원이 부담해야할 자기 비용이 크다. 병원 자체 IRB(윤리심의위원회) DRB(데이터심의위원회) 등의 심의도 거쳐야 한다.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2월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영상·이미지·음성·텍스트 등 비정형 정보를 가명처리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CT(컴퓨터 단층촬영) 사진 등 데이터를 어느 정도까지는 그대로 보여주고 어떤 부분을 블러링하거나 마스킹할지 예시를 들어 제시했다. 병원 등이 보다 손쉽게 가명처리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회기만기로 폐기된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의 육성에 관한 법률'을 22대 국회에 다시 올리는 것도 추진된다. 이 법은 IRB, DRB 등 심의 절차 뿐 아니라 가명처리에 대해서도 임상 데이터의 흐름이 보다 원활해 질 수 있도록 각종 조항을 담았다는 게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같은 노력도 결국은 '변죽 때리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유소영 교수는 "대형 종합병원이 아닌 중견급 병원만 해도 진료 분야가 아닌 데이터 관리를 위한 전담 인력·부서를 두기 어렵다"며 "위험-편익을 따졌을 때 병원이 이를 안하려는 것은 그만큼 위험이 더 크기 때문"이라고 했다.

유 교수는 "의료 데이터를 공급할 때 의료기관이 받을 수 있는 혜택이나 권리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가 핵심인데 이를 다루지 않고 가명처리 및 심의 절차 간소화 등 주변 이슈만 다루고 있다"며 "병원이 비용을 들여 데이터를 제공할 때 받을 수 있는 대가에 대해서도 합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병원이 보관 중인 데이터가 의료 AI 기업에 원활히 흘러가기 위해서는 병원에 적절한 유인책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황국상 기자 gshwang@mt.co.kr 성시호 기자 shsung@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