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인종·다문화' 대한민국, 생존 위해 더 커진 '우리' 받아들여야
[편집자주] 이르면 올해 우리나라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기준 '다인종·다문화 국가'가 된다. 다문화 인구, 장기 체류 외국인 등 이주배경 인구의 비중이 5%를 넘어서면서다. 합계출산율 0.7명으로 인구절벽을 향해 달려가는 대한민국. 국가소멸로의 질주를 멈출 방법은 사실상 이민을 늘리는 것뿐이다. 이주민 또는 다문화 시민들과 함께 화합과 번영을 이룰 방법을 찾아본다.
사실상 '다인종·다문화 국가'가 된 대한민국엔 260만명에 달하는 또 다른 우리가 살고 있다. 다문화 인구와 장기 체류 외국인 등이다.
언어와 문화는 다르지만 우리니라에서 현재를 가꾸고 미래를 꿈꾼다는 데엔 차이가 없다. '다름'을 인정하는 '다문화주의'을 넘어 서로 존중하는 '상호문화주의'의 가치에 따라 '우리'라는 개념을 다시 정의해야 할 때다.
법무부 출입국 외국인정책본부에 따르면 올 4월 기준 국내체류 외국인은 260만명이었다.체류외국인 중 등록외국인은 139만명, 외국국적동포 국내거소신고자는 54만명, 단기체류외국인은 67만명이다. 관광 등의 목적으로 머물고 있는 단기체류외국인을 제외하면 약 200만명이 결혼, 취업, 유학 등의 이유로 국내에 장기거주하고 있다.
여기에 이민자 2세, 귀화자 등까지 포함한 '이주배경인구'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약 250만~260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이르면 올해 안에 총 인구에서 이주배경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5%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이 발간한 '2022년 기준 장래인구추계를 반영한 내·외국인 인구추계: 2022~2042년'에 따르면 이주배경인구는 2022년 220만명에서 2042년 404만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총 인구 중 이주배경인구 비중도 같은기간 4.3%에서 8.1%로 높아진다.
우리나라와 유사하게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겪고 있는 일본도 적극적인 이민 정책에 나서고 있다. 일본 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에 따르면 지난해 말 일본의 외국인 인구는 340만명이다. 이는 10년 전에 비해 약 2.8배 증가한 수치다. 대만 역시 인구 고령화에 따른 생산성 약화에 대응하기 위해 약 30년 전부터 일찌감치 외국인 근로자를 적극 유치하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이민의 '경제적 효과'에 주목한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은 2023~2034년 미국 노동력이 이민 급증에 힘입어 520만명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GDP(국내총생산)는 이민자 유입이 없다고 가정했을 때보다 약 7조달러(9638조원), 세수는 1조달러(1377조원)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포춘'(Fortune) 선정 500대 미국 대기업 중 이민자가 창업한 기업은 43%에 달한다. 이민이 우수한 인재를 유입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며 사회의 역동성을 높이는 데 이바지하고 있는 뜻이다.
그러나 이민 급증은 때로 부작용을 동반한다. 이민자들을 기존 사회가 제대로 포용하지 못하는 경우 갈등이 벌어진다. 1980년대 영국은 이민자 폭동으로 몸살을 앓은 바 있다. 프랑스도 2005년과 2007년, 2023년에 인종차별로 야기된 이민 폭동을 겪었다.
반이민 정서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프랑스 리옹에서는 16세 소년이 이민자의 칼부림 범죄에 숨지자 반이슬람·반이민 시위가 일어났다. 같은해 아일랜드 수도 더블린에서도 이슬람 이민자의 범죄에 분노한 폭동이 일어났다. 2020년 단행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도 과도한 이민자 지원정책에 따른 반이민 정서와 무관치 않다.
문화의 차이·의사소통 부족 등 다양한 영향이 작용한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외국인력에 대한 우리 사회의 차별적 인식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정부 관계자는 "외국인을 값싼 노동력으로 인식하기보다도 같이 상생하는 동료로서 인식하는 문화가 먼저 자리 잡혀야 한다"며 "효과적인 이민 정책 수립을 위해서는 정책에 대한 시민의 동의와 공감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민정책을 총괄할 콘트롤타워의 부재는 아쉬운 대목이다. 문병기 이민정책학회장은 "정부가 그동안 제대로 된 이민정책을 수립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성가족부, 고용노동부,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등 부처별로 필요에 따라 시행한 파편화된 정책들만 존재했을 뿐"이라며 "여러 부처에 책임이 나뉘어 있다보니 현장에서 나오는 다양한 의견이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라고 했다.
앞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법무부 장관 시절 이민청 설립을 야심차게 추진했다.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은 이민청 설립법안(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올 2월 발의했다. 하지만 해당 법안은 소관 상임위인 행정안전위원회에서 별다른 논의도 해보지도 못한 채 21대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다. 국민의힘은 이민청 설립법안을 22대 국회에서 재발의할 계획이다.
민동훈 기자 mdh524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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