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산업 리포트] 달·화성 탐사도 ‘가성비’ 따지는 시대… “저비용 로봇이 희망”

이병철 기자 2024. 6. 20.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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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SA·칼텍·UC샌디에이고 연구진
“달과 화성 막대한 탐사 비용 해결해야”
상용 부품 써서 작고 값싼 저비용 로봇 확보 필요
“비싼 장비도 하지 못하는 임무 수행도 가능”
지난 2021년 4월 19일 화성에서 첫 시험 비행에 성공한 무인 헬기 인저뉴어티. 적은 예산을 투자해 만들었으나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다양한 임무를 수행해냈다. 심우주 탐사에 인저뉴어티 같은 저비용 로봇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NASA

미국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개발한 재사용 발사체 팰컨9의 성공은 정부와 전통 항공우주 대기업이 주도한 ‘올드스페이스’와 더 다양한 모험가들과 기업이 참여하는 ‘뉴스페이스’ 시대로 우주산업을 나눴다. 재사용 발사체는 위성과 우주 탐사선 발사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하며 더 많은 기업들이 우주로 가는 길을 열었다. 위성 분야를 포함해 우주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민간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전통적인 항공우주 기업이 아닌 다양한 기업들이 우주에서 비즈니스를 꿈꾸고 있다.

최근 전통적인 과학의 영역으로 분류되던 달과 화성 탐사에서도 저비용 로버, 드론 같은 로봇 기술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이 주도하는 유인 달 탐사 계획인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에서 민간 서비스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고 화성 탐사에서도 스페이스X와 블루오리진 같은 기업의 역할이 강조되면서 가격 대비 성능이 뛰어난 기술을 우주탐사에 적극 도입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화성 탐사한 무인 헬기, 가성비 최고

미국 나사와 캘리포니아공대(칼텍),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샌디에이고) 연구진은 20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에 “위험한 임무에도 투입 가능한 저비용 로봇이 향후 달과 화성 개척을 위한 열쇠가 될 것”이라며 “우주 탐사에서 비용 절감을 위한 기술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폴 글릭 나사 제트추진연구소(JPL) 연구원은 “저비용 장비가 지구 궤도에서 활용이 크게 늘고 있는데 화성 같은 심우주 탐사에서도 잠재력이 크다”며 “이전에는 불가능하던 새로운 유형의 데이터 수집과 탐사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나사의 화성 탐사 프로젝트를 분석해 투입 장비에 따른 탐사 성과를 비교했다. 화성은 태양계 행성 중 지구와 가장 유사한 환경을 갖추고 있어 1960년대부터 천문학계의 관심을 받아 왔다. 1962년 러시아(옛 소련)의 마스 1호 위성을 시작으로 수차례 위성과 탐사선을 보내 과학 조사가 이뤄졌다.

다만 화성 탐사에 드는 큰 비용 대비 비용이 점점 커지면서 정치권과 과학계 내부에서도 회의론이 나왔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보좌관이었던 아미타이 에치오니는 2004년 언론 인터뷰에서 “화성에서 물을 찾는 것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식량이나 건강 문제 그 무엇도 해결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NASA의 화성 탐사 로버들. 맨 앞 작은 것이 소저너이고, 왼쪽은 스피릿, 오른쪽은 큐리오티시이다./NASA/JPL-Caltech

실제로 나사가 2011년 발사한 화성 로버(이동형 탐사로봇) ‘큐리오시티’는 25억달러(약 3조45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이후 2020년 발사한 로버 ‘퍼서비어런스’의 개발과 발사에도 비슷한 규모의 투자가 이뤄졌다. 이는 나사의 2020년 예산 약 210억달러(약 29조원)의 12%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지난 4월 나사는 화성 암석 표본 회수 계획(MSR)에 드는 예산이 110억달러(약 15조원)라는 예측이 나오자 계획을 재검토하기도 했다.

글릭 연구원은 “과거 나사의 화성 탐사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저비용 로봇이 우주 탐사에 어떤 기여를 얼마나 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다”며 “대표적인 사례가 퍼서비어런스와 함께 발사된 탐사헬기 ‘인저뉴어티’”라고 말했다.

인저뉴어티는 지구 이외의 행성에서 비행한 최초의 인공 비행체다. 두 개의 프로펠러를 분당 2500번 회전시켜 화성의 희박한 대기에서도 비행을 할 수 있게 했다. 인저뉴어티 개발을 위해 나사가 투입한 예산은 8500만달러(약 1200억원) 수준이다.

글릭 연구원은 “인저뉴어티는 저렴한 비용으로도 이전의 값비싼 로버보다 많은 연구를 수행했다”며 “앞으로 화성과 심우주 탐사에서 저비용 로봇의 활용도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화성 통신 위성 '마르코(MarCO)'의 임무 상상도. 마르코는 로켓의 머리 부분이 아닌 후미에 실어 발사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췄다./NASA

◇초소형 위성 큐브샛처럼 소형화가 관건

연구진은 저비용 로봇 개발을 위해 소형화, 상용 부품 활용, 고위험 임무 수행 가능성 등 세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소형화의 대표적인 사례는 화성 궤도 큐브샛(초소형 위성) ‘마르코(MarCO)’다. 마르코는 화성 탐사선 ‘인사이트’와 함께 2018년 화성으로 발사한 통신용 위성이다. 나사는 마르코의 발사 비용을 아끼기 위해 로켓 머리 부분에는 인사이트를 싣고 마르코는 후미에 실어 발사하는 시도를 했다. 발사 중 발생하는 열과 진동을 막으려면 머리 부분에 탐사 장비를 싣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발사 비용을 낮추기 위해 새로운 발사 전략을 도입한 것이다.

글릭 연구원은 “저비용 로봇은 값비싼 장비로는 시도하기 어려운 위험한 임무에도 투입할 수 있어 우주인에 앞서 위험을 탐지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며 “과거 탐사 성과를 분석해 저비용 로봇 개발에 필요한 기술 연구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참고 자료

Science Robotics(2024), DOI: https://doi.org/10.1126/scirobotics.adl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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